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매일 끓여먹는 라면에 질린 아들을 위해 짜장면을 사주신 어머니의 희생은 아름답다. 하지만 독거 앙투아네트라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라면이 지겨우면 짜파게티를 먹지. 일주일 내내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 얻어먹던 아들놈이 일요일에 한 번 짜파게티 요리사랍시고 생색내는 한국 특유의 가사 분담 문화 속에서 짜파게티는 인스턴트계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바쁜 중국집에 짜장면 한 그릇만 배달시키기도 미안하고, 나가서 사먹자니 귀찮은 이 땅의 독거인들에게도 짜파게티는 짜장면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가장 좋은 대체 품목이다. 하지만 이렇듯 모두가 짜파게티와 함께 하고 스스로를 짜파게티 요리사로 자처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짜파게티를 맛있게 끓이는 레시피는 공유되지 않고 있다.
맛있는 짜파게티를 끓이기 위해서는 의외로 물 양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라면과 달리 국물을 따라내기 때문에 정량보다 물을 많이 잡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너무 물을 많이 잡으면 면 삶은 물이 묽어져 나중에 분말스프와 섞을 때 짜장의 점도와 감칠맛이 떨어진다. 짜장면에 계란프라이 얹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면을 삶은 지 3분 정도 되었을 때 프라이팬에 계란을 익히자. 면이 다 익었을 즈음엔 적당한 반숙프라이가 완성된다. 물 양을 잘 맞춘 짜파게티는 다 삶았을 때 곰국처럼 뽀얗고 먹음직한 면수가 우러나오는데, 웬만하면 냄비를 들고 그냥 물을 따라내기보단 큰 국자로 퍼야 건더기 스프를 싱크대에 버리지 않고, 물의 양도 적당히 남길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스프를 비빌 때 면에 균일하게 짜장이 묻지 않아 곤란해 하는데, 분말스프를 면 위에 골고루 뿌리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냄비의 면을 한쪽으로 몰면 반대쪽에 남은 면수가 고이는데 여기에 분말스프를 넣고 잘 저으면 진한 액상짜장이 된다. 이 액상짜장과 면을 비비면 수월하게 비벼진다. 이렇게 완성된 짜파게티를 달고 고소한 짜장 내음과 함께 후루룩 들이키면, 마음만은 일요일이다.
오늘의 교훈: 그런데 혼자 살면 매일 내가 요리사다.
글, 사진.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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