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음한 노타령
믿기 어렵겠지만, 24시간 내내 타령만 한다. 대머리 독수리 같은 헤어스타일에 생활 한복을 입고 뒷짐을 진 채 유유자적 그가 나타나면 어김없이 타령 소리가 들려온다. 직접 창시했다는 ‘짜증가’(짜증을~ 내어서~ 무얼하~나~)는 기본, 인사는 아리랑 리듬에 맞춘 “안녕하세요 안~녕안녕하세요 아안~녀엉하세유~ 우우우~”다. 매일 새벽 04시경 잠자리에 든다는 그는 잘 때도 코를 골며 숨이 넘어갈 듯 타령을 하고(흐음, 흐음, 으흠~), 식사할 때는 입을 크게 벌린 채 구성진 가락(아~ 아~ 아~ 아~)을 뽑아낸다. 큰일을 보기 위해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힘을 줄 때는 물론(음~ 음음음~ 음~), “여러분이랑 똑같슈~ 여러분도 사랑을 나눌 때 소리를…. 아이고~ 아이고~”란 증언에서 알 수 있듯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하거나 뽀뽀할 때조차 타령을 즐긴다. 그는 감정의 농도를 표현하는 것에도 퍽 능한데, 강한 긍정(예예예~ 예예예 예예예~)과 강한 부정(아리랑 리듬으로: 아녀 아녀유~ 아녀 아녀유~ 아녀유~우-우우우~), 가벼운 긍정 겸 대답(충청도 사투리로: 야~ 야~ / 이, 이)의 타령을 적재적소에 내뱉을 줄 안다. 이것이 득음의 경지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헐! 대박! 쩔어! ?미?!

득음한 이하이
24시간 노래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미 득음의 경지에 올랐다. 1996년생, 올해로 열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이하이는 평소 졸린 듯한 눈을 하고 수줍은 미소를 띨 줄 아는 귀여운 여자아이다. 그러나 무대에만 올라가면 180도 다른 사람이 된다. 앙증맞은 다리를 요염하게 꼬고 의자에 앉는가 하면, 고사리 같은 손을 팔랑거리며 저리 꺼지라는 제스처를 표현한다. 이별한 남자에게 충고하는 내용의 데뷔곡 ‘1, 2, 3, 4’에 맞게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을 입힌 눈으로 업신여기는 듯한 눈빛을 발사할 줄도 안다. 물론, 섹시한 미니드레스를 입은 이하이는 그래도 마냥 깜찍하지만 얕봐서는 안 된다. SBS ‘K팝 스타’를 통해 들려주었던 소울풀한 저음은 더욱 농익었으며, 장동민과의 대결에서 밀릴 만큼 약점이었던 고음은 개선되어 탁 트인 목청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제는 모든 음역을 아우르게 됐으니, 이하이가 가요계에서 계속 승승장구할 것 같냐 묻는다면 우리의 대답은 예예예~ 예예예 예예예~. 다만, 무리하게 섹시한 콘셉트는 아녀 아녀유~ 아녀 아녀유~ 아녀유~우-우우우~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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