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2’ 토 KBS2 오후 6시 15분
탈락의 부담이 없고 하차와 복귀가 자유로운 룰 덕분에, ‘불후의 명곡2’는 가수들이 부담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쇼로 자리 잡았다. 가수들이 생존을 위해 고음과 기교에 경쟁적으로 집착한다거나, 생전 안 해 본 무리한 도전을 감행하다 무대를 망치는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기조는 한국 록의 아버지 신중현을 전설로 모신 2012 왕중왕전에서도 변함없이 유지된다. 왕중왕전에 참여한 가수들은 모두 우승을 원하지만, 그렇다고 우승을 위해 각자가 세운 기치를 내리지 않는다. 보컬의 역량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신용재, 퍼포먼스와 화려한 곡 전개로 좌중을 사로잡는 효린, 겹겹이 쌓아 올린 화성으로 곡의 정서를 조밀하게 설계하는 스윗소로우까지. 한 해의 최강자를 가르는 빅매치임에도 모두가 수 싸움 없이 자기 식의 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불후의 명곡2’가 경쟁 이전에 무대라는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MBC ‘나는 가수다’의 답습이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이나,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토요일 저녁 시간대에서 일정 이상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유무형의 부담은 쇼의 원칙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조건들이었다. 그러나 긴장감 대신 대기실에서 형성되는 가수들 간의 유대감에 집중하고, 보컬 경쟁 일변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선보이려 노력한 제작진의 선택은 궁극적으로 무대와 프로그램 모두를 살렸다.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탱고로 편곡한 스윗소로우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혹시나 기적이 일어나 우리가 이기면, 우리가 했던 음악적 시도들이 그냥 시도로 그치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에게 인정을 받는 거니까” 의미가 클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료 가수 모두가 ‘대중성 면에서 불리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스윗소로우의 무대가 1위를 차지한 것은 기적이 아니다. 그것은 가수들이 수 싸움이나 게임의 법칙에 골몰하는 대신 자기 식대로 노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원칙을 포기하지 않은 제작진의 뚝심의 결과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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