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이병훈 사극의 초반은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들의 수난에 집중한다. 이때 이 수난은 단지 신분의 영락이나 부모의 죽음과 같은 외부적 사건에 치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내면의 깊은 상처라는 측면이 강하다. 이병훈 인물들의 영웅성은 그러한 수난을 모두 극복하면서 물리적 성공과 함께 인격적 성숙을 획득하는 데서 비롯된다. 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년 광현(안도규)은 자신을 섬에만 옭아매려는 아버지 석구(박혁권)에 반항하여 도성으로 탈주했다가 눈앞에서 석구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게 되고 그 자신도 명환(손창민) 수하의 활을 맞아 벼랑 끝에서 추락한다. 그리고 마의들에 의해 겨우 살아난 뒤에는 아버지의 죽음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는 죄책감과 “아무 것도 못했다”는 무력감 때문에 고통에 시달린다.

첫 번째 아버지의 죽음이 광현이 태어나기도 전에 정해진 수난이었다면, 두 번째 아버지의 죽음은 그가 비로소 자신의 의지로 수난을 극복해야 하는 최초의 성장 관문이 된다. 그리고 드라마는 그의 성장을 돕기 위해 두 가지 전환점을 마련한다. 하나는 마구간에서 죽어가던 광현과 새끼를 잃고 절망했다가 그를 지켜보며 기운을 찾은 말과의 교감이고, 다른 하나는 세 번째 아비이자 스승인 사암도인(주진모)과의 만남이다. 이 두 만남은, 석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섬을 벗어나려 했던 것처럼 노복생활에서 탈출하려다 붙잡혀 매를 맞는 운명을 끝없이 되풀이하던 광현을 자신의 세상 밖으로 한발 내딛게 하는 계기가 된다. 광현의 어린 시절 초반부를 지배하던 “네 처지를 받아들이라”는 세계관이 비로소 변화의 조짐을 맞게 된 것이다. 이 탄탄한 도입부 덕에 의 성인 시대로의 전환은 단순한 타임워프만이 아니라 이 변화를 맞이한 소년이 어떻게 자랐는가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줄 수 있게 되었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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