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가던 길의 방향을 되돌린다는 것은 서사의 중요한 전환을 의미한다. 12회는 바로 그 전환점이 되는 이야기였다. 홀로 천혈을 향하던 은수(김희선)는 최영(이민호)이 목숨을 포기하고 기철(유오성)을 죽이러 간다는 말에 주저 없이 말머리를 돌린다. 그리고 최영과 기철이 서로를 향한 최후의 일격을 앞둔 순간, 둘 사이에 끼어들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대결을 중지시킨다. 이는 “세상에서 젤 중요한 게 사는 것”이던 은수가 죽음을 불사할 만큼 최영을 사랑한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진심은 “산다는 건 죽지 않는 것 그 뿐”이었던 최영에게 진정한 생의 의지를 되찾게 한다. 대결 뒤 은수가 최영의 상처를 치료하고 그의 얼어붙은 손을 감싸며 입김을 불어넣어 주는 장면은 어긋나기만 하던 둘의 진심이 마침내 교차하는 순간의 따스한 온기를 전달해준다.
그동안 는 공민왕(류덕환)의 복식 개혁을 기점으로 궁과 기철과의 대결 구도를 본격화하면서 극의 커다란 그림을 완성하고 제 2막에 돌입했으나, 그 안에서 정작 주인공인 은수와 최영의 내면 묘사가 정체되면서 시원한 전개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12회에서 둘의 마음이 제 방향을 찾아 “하나의 목표를” 보게 되자 지지부진했던 멜로도, 극의 전개도 비로소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이제 “더 이상 도망가지 않기로” 결심한 은수와 다시는 ‘목숨을 쉬이 버리는 짓은 안 하겠다’ 결심한 최영은 “함께 싸우는 파트너”가 되기로 언약하며 악수를 나눈다. 약속 이후 둘의 행동도 변화를 보인다. “역사니, 정치니 그런 거” 질색이라던 은수는 기철을 속이기 위한 궁의 연극에 개입하고, 최영은 살수집단과의 혈투에서 무조건 “정면돌파”하던 과거의 싸움 방식을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으로 수정한다. 둘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공민왕과 기철의 정치 대결이라는 중심 서사도 그제야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됐다. 거기에 또 다른 권력구도를 추가할 덕흥군(박윤재)의 등장 역시 전환점을 맞은 극에 적절한 개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의 미약하던 맥박이 비로소 “아주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글. 김선영(TV평론가)
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가던 길의 방향을 되돌린다는 것은 서사의 중요한 전환을 의미한다. 12회는 바로 그 전환점이 되는 이야기였다. 홀로 천혈을 향하던 은수(김희선)는 최영(이민호)이 목숨을 포기하고 기철(유오성)을 죽이러 간다는 말에 주저 없이 말머리를 돌린다. 그리고 최영과 기철이 서로를 향한 최후의 일격을 앞둔 순간, 둘 사이에 끼어들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대결을 중지시킨다. 이는 “세상에서 젤 중요한 게 사는 것”이던 은수가 죽음을 불사할 만큼 최영을 사랑한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진심은 “산다는 건 죽지 않는 것 그 뿐”이었던 최영에게 진정한 생의 의지를 되찾게 한다. 대결 뒤 은수가 최영의 상처를 치료하고 그의 얼어붙은 손을 감싸며 입김을 불어넣어 주는 장면은 어긋나기만 하던 둘의 진심이 마침내 교차하는 순간의 따스한 온기를 전달해준다.
그동안 는 공민왕(류덕환)의 복식 개혁을 기점으로 궁과 기철과의 대결 구도를 본격화하면서 극의 커다란 그림을 완성하고 제 2막에 돌입했으나, 그 안에서 정작 주인공인 은수와 최영의 내면 묘사가 정체되면서 시원한 전개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12회에서 둘의 마음이 제 방향을 찾아 “하나의 목표를” 보게 되자 지지부진했던 멜로도, 극의 전개도 비로소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이제 “더 이상 도망가지 않기로” 결심한 은수와 다시는 ‘목숨을 쉬이 버리는 짓은 안 하겠다’ 결심한 최영은 “함께 싸우는 파트너”가 되기로 언약하며 악수를 나눈다. 약속 이후 둘의 행동도 변화를 보인다. “역사니, 정치니 그런 거” 질색이라던 은수는 기철을 속이기 위한 궁의 연극에 개입하고, 최영은 살수집단과의 혈투에서 무조건 “정면돌파”하던 과거의 싸움 방식을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으로 수정한다. 둘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공민왕과 기철의 정치 대결이라는 중심 서사도 그제야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됐다. 거기에 또 다른 권력구도를 추가할 덕흥군(박윤재)의 등장 역시 전환점을 맞은 극에 적절한 개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의 미약하던 맥박이 비로소 “아주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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