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다. 두 번의 태풍을 거친 하늘은 맑고, 아침 저녁 공기는 서늘해졌다. 사람들은 말한다. 비빔면의 계절은 끝났노라고. 하지만 여름동안 쟁여놓은 비빔면을 보며 심란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제야 비빔면의 참된 맛을 즐길 수 있다. 여름의 수돗물이란 엘니뇨와 같아서 아무리 면을 헹궈도 차고 꼬들꼬들해지지 않는다. 볼에 얼음과 물을 넣고 헹구는 번거로운 방법은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바른 태도가 아니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서부터 차가워진 수돗물에 면을 헹구면 그것만으로도 비빔면의 맛은 수직상승한다. 사실 시원한 음식을 여름 음식으로 생각하는 사고는 별로 근거가 없는 게, 냉면은 이북에서 겨울에 주로 먹던 음식이고 시원한 필스너 맥주 역시 추운 체코 보헤미아 지방에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중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우선 면이 부스러지지 않도록 조심히 다룬다. 비빔면의 면은 무척 약해서 조금만 충격을 가해도 면 부스러기를 제법 남기는데 나중에 젓가락으로 골라 먹기 엄청 귀찮다. 때문에 개봉할 땐 봉지 옆 톱니처럼 생긴 개봉 부위를 잡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찢어야 한다. 비빔스프는 바로 냉장실에 넣어 보관해주는데 물이 끓는 동안 냄비 옆에 두면 따뜻해져서 아무리 면을 차게 해도 비비면 미지근해진다. 냉장실 대신 냉동실에 넣으면 점도가 높아져서 나중에 잘 안 비벼진다. 여기에 면 끓는 시간 3분만 잘 지켜주고 찬물에 잘 헹궈주기만 하면 맛있는 비빔면이 된다. 그런데도 굳이 고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좋지 않은 습관이다. 그런 걸 계속 해주면 라면 제조사 버릇만 나빠진다. 건더기 스프를 넣고 끓이면 싱싱한 오이채가 나오는 비빔면을 제조사가 연구하는 게 맞지 않나. 그럼에도 뭔가 허전한 사람들이 있다면 마트에서 파는 깐 메추리알을 추천한다. 삶고 껍질까지 까놓은 상태라 그냥 바로 대여섯 개 면 위에 올려놓으면 충분하다. 마지막까지 계란 아껴 먹는 약한 모습 보이지 말자.



오늘의 교훈: 레시피 찍는 동안 면은 불어터진다.

글, 사진.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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