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MBC, SBS 월 오전 5시
스타디움 전체 무대를 계속해서 바꾸며 한시도 쉬지 않고 눈을 사로잡았던 개막식에 비한다면 영국 국기인 유니온 잭을 형상화 한 폐막식 무대는 단순했다. 하지만 여덟 방향으로 뻗은 선과 트랙을 무대를 잇는 길로, 교차되는 중앙을 또 다른 무대로 만들자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콘서트의 가장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유니온 잭의 바탕이 되는 면을 채우고 있던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이 콘서트의 스탠딩 관객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2011년 데뷔한 원 디렉션부터 비틀즈의 시대를 함께한 더 후까지, 영국은 이 거대한 축제의 끝을 음악으로 채웠다. 존 레논은 영상 속에서 ‘이매진’을 불렀고, 프레디 머큐리는 관객과 노래를 주고받았다. 음악 속에서 그들도 살아있었다.

런던올림픽은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전야제와 마지막 밤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개막식을 통해 자국과 세계의 역사를 잇는 놀라운 규모의 쇼를 선보였지만,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오심 논란과 미숙한 진행으로 인한 문제가 끊이지 않았고 경기 외적인 잡음도 계속 불거져 나왔다. 시작과 끝이 좋았다고 그 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페어플레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올림픽 정신이 런던올림픽에서 제대로 구현되었는가는 다시 평가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축제의 시작과 끝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 나라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해온 무형의 문화적 자산을 눈에 보이는 형태의 쇼로 만든다고 할 때, 런던올림픽의 개막식과 폐막식은 그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전 세계인의 축제는 세계인의 유일한 공통 언어인 음악으로 끝을 맺었다. 이제 한여름 밤에 깨어 꾸는 꿈을 꾸려면 다시 4년의 시간이 남았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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