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만 봐도 안다. 싸이가 웃기는 재주를 타고났다는 것을. ‘강남 스타일’이 미국, 프랑스 방송에 보도됐다는 뉴스만 읽어도 안다. 싸이에게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그러나 싸이의 콘서트를 다녀오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게 한 가지 있다. 무엇보다 싸이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다는 사실. 지난 11일 국내외 취재진들 앞에서 3만 관객들을 진두지휘한 싸이의 ‘잠실대첩’, 에서 무대를 가장 흠뻑 적신 것은 씨스타와 레이디가가를 패러디한 여장 퍼포먼스와 ‘강남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마음을 가장 흠뻑 적신 순간은 모든 게스트가 떠나고 여장 퍼포먼스가 끝난 직후였다.

싸이가 싸이답게 노는 법

‘싸스타+레이디싸싸’로 아찔하다 못해 공포스러운 각선미와 하의실종을 선보인 싸이의 다음 무대는 ‘연예인’ 그리고 ‘여러분’. 두 곡은 왜 그가 콘서트에서 매번 여장을 할 수밖에 없는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소주 한 병을 원샷할 수밖에 없는지를 대신 말해준다. “(여장할 때마다) 외롭고 허망해도 여러분들이 좋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여장을 하고, 과거 당분간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평소처럼 무대를 내려왔던 경험으로 인해 “늘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공연”하기 때문에 기꺼이 소주를 원샷할 수 있고, 공연 내내 객석을 객석이라 부르지 않고 “여러분들의 무대”라 부르던 싸이는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줄게요 /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평생을 웃게 해줄게요’라는 가사를 온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가수이자 광대였다.

2NE1의 박봄과 어깨동무를 하고 부른 ‘어땠을까’, 노홍철과 함께 격정적으로 뛰어다니던 ‘흔들어주세요’, 말춤을 추며 등장한 성시경과 함께 외친 ‘뜨거운 안녕’을 지나 싸이는 핀 조명 아래서 거친 목소리로 윤복희의 ‘여러분’을 불렀다. 노래가 클라이맥스에 이르자 “직접 말하기 남우세스러운” 싸이의 마음이 담긴 영상편지가 대형 워터스크린에 등장했다. “빈 객석을 쳐다보고 있으면 행복하고 불행해요. 그때는 떠나고 계시지 않겠지만 눈을 감으면 여러분이 지금처럼 계시거든요. 그래서 행복합니다. 저를 저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객들에게 마지막 소절을 맡기고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던 싸이의 미소. 그것은 잠시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금세 존재가 잊혀지는 연예계에서 활동기간의 절반인 6년을 군대에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흔들림 없이 ‘싸이스타일’을 구축해 온 가수만이 누릴 수 있는 미소였다. 그러니 ‘여러분’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강남스타일’ 무대를 위해 말없이 선글라스를 쓰고 슬슬 다리를 풀던 싸이의 모습이 그 어떤 ‘강남오빠’보다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은 절대, 기분 탓이 아니었던 것이다.This is Korea, This is PSY

“외국 매체들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This is Korea.” 공연 시작을 알리는 영상에서 ‘얘네(외신)들에게 저희들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던 싸이는 ‘낙원’을 부르던 도중 이렇게 외쳤다. 공연티켓이 매진될 경우 사비로 앨범을 구입해 관객들에게 선물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싸이는 “세계 최초 연출”이라는 명목하에 3만 명이 앨범을 들고 흔드는 퍼포먼스를 제안했고, 객석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으며, 싸이 대신 ‘낙원’을 떼창으로 부르는 3만 명의 목소리가 잠실 보조경기장을 채웠다. 도돌이표처럼 ‘앵콜’을 외쳐도 나오고 또 나오던 남자, ‘앵콜’ 도중 빠져나가는 관객에게 서운해 하는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관객들에게 “오늘 나랑 같이 죽읍시다”라고 말할 줄 아는 남자를 4시간 가까이 지켜 본 외신 기자들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This is PSY.

이 공연의 미친 사람은 나야 in Live
-소주를 원샷한 가수와 무대로 육포를 던져준 관객, 둘 다 사람이 아니무니다.
-남자 관객들을 향해 나보다 몸 나쁜 사람 없을 테니 모두 벗으라던 싸이의 말에 진짜 상의를 탈의한 관객, 당신은 아니무니다.
-촬영용 카메라가 아닌 개인 휴대폰으로 ‘새’ 무대를 찍던 외신 기자의 속마음 예상: OMG!! He is not a person.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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