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회 tvN 화 밤 11시
1997년에는 H.O.T와 젝스키스도 있었지만 ‘도쿄대첩’으로 불리는 전설의 한일전도 있었다. 지난주 첫회에서 1세대 아이돌 팬인 시원(정은지)의 모습을 통해 그 시절의 ‘팬질’을 꼼꼼히 재현해낸 은 조금 더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시원과 유정(신소율) 외의 인물들에게 찬찬히 눈을 돌리며 모두의 90년대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당시 H.O.T의 토니가 타던 차의 디테일까지 복원해내는 것에 대한 놀라움은 일부만 공유할 수 있는 것이지만 한일전 이민성의 골은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시대의 추억이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윤제(서인국)와 시원, 그리고 친구들 사이 첫사랑의 감정을 포함해 시원이 아버지 성동일(성동일)과 겪는 갈등이나 성장하면서 겪는 변화들도 보편적인 것이다. 그렇게 은, 일부의 추억이나 90년대의 기억을 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성장담으로 영역을 넓혔다.

무엇보다 의 미덕은 부산이라는 배경을 비롯해 캐릭터 개개인에게 부여된 작은 설정들까지 조금의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활용된다는 점에 있다. 이들이 부산에 살고 있는 것은 사투리를 맛깔나게 발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드라마 속에서 1997년 부산이라는 지역만이 가진 특징은 인물들의 삶과 떼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현재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서울과 대비되기도 한다. 이렇듯 구체적으로 재현된 시공간 속에 있는 인물들은 한층 더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존재한다. 소재 중심으로만 진행됐다면 ‘내 학창시절과 똑같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그쳤겠지만, 선명한 배경을 만들자 그 안에서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게 된 것이다. 그저 화목해 보이기만 했던 시원의 가족에게는 큰 딸이자 언니를 잃었던 고통이 있었고, 시원과 윤제의 친구들은 각기 다른 성장통을 앓으며 성장하고 있다. 그 시절은 다신 돌아오지 않지만, 오늘의 삶을 만들었다. 이게 바로 이 그 시절을 지나 오늘을 살고 있는 누구에게나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이유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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