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딱 한 걸음만 벗어나도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JUST ONE MORE STEP’. 올해로 여덟 번째 여름을 맞이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JIMFF)가 내세운 이 슬로건은 경쟁력과 위상 강화를 꾀하는 영화제의 선언이자 일상에 지친 우리의 손을 잡아끄는 더없이 좋은 주문이다. 지난 1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동진 집행위원장은 실질적인 성장을 목표로 삼은 올해 JIMFF의 특징을 “지난 7년과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영화제”라는 말로 설명했다. 여덟 살이 된 JIMFF는 기간이 하루 더 늘어나고 캠핑촌을 마련하는 등 눈에 띄는 외형적 성장에 더해 다른 영화제에 비해 공연과 이벤트가 풍성한 고유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영화제는 무엇보다 영화”라는 본질을 되새기는 방향을 모색했다.
큰 반향을 일으킬 다큐멘터리 개막작
전진수 프로그래머가 “개막작을 고르면서 눈물을 흘린 건 처음”이라고 밝힌 을 비롯해 27개국에서 온 100편의 영화가 제천을 찾는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은 역대 두 번째 다큐멘터리 개막작으로 1970년대 미국 포크록의 가장 독특한 아이콘이었던 시스토 로드리게즈를 조명한다. 뷔욕, 스팅, 엘튼 존, U2와 같은 유명 아티스트들에 대한 단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말릭 벤젤룰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에 대해 오동진 집행위원장은 “상영 이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올해 상영작은 작년과 동일 규모지만 단편영화 수가 45편에서 38편으로 줄어들어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내실이 한층 강화되었다. 또한 해외 자진 출품작 수가 109편에 달하는 비약적인 성장을 보이며 처음으로 한국영화 출품작 수를 능가해 JIMFF의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했다.
국제경쟁부문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에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니콜라스 기아코보니와 함께 영화 의 각본을 집필한 아르만도 보 감독의 장편 데뷔작 와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 클래식 연주자들의 모습을 바라 본 등 8편이 출품되었다. 음악이 중요하게 사용된 동시대 극영화를 소개하는 ‘시네 심포니’에서는 U2의 리더 보노와 고교 동창이었던 소년이 그와 밴드로 경쟁하던 추억을 극화한 닉 햄 감독의 와 아동용 악기로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두 남자의 여정을 그린 라이언 오넌 감독의 등을 만날 수 있다.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미국 투어를 기록한 백승화 감독의 는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섹션에 이름을 올렸다. 그 외에도 김동욱과 함께 올해 홍보대사를 맡은 강예원이 출연하는 송재용 감독의 와 ‘2011 JIMFF 음악영화사전제작 지원작’인 김대현 감독의 등이 한국 음악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줄 예정이다. 호수와 음악이 주는 여운으로 가득한 제천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이라는 JIMFF의 캐치프레이즈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풍성한 공연과 이벤트는 올해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대표 프로그램인 ‘시네마 콘서트’에서는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 과 를 프랑스 아코디언 연주가 마르크 페로네와 작년 ‘거리의 악사’ 대상 수상자인 어쿠스틱 밴드 신나는 섬의 연주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청풍호반의 품에 안겨 펼쳐지는 ‘원 썸머 나잇’에서는 박재범, 이적, 들국화, 마르게타 이글로바 등 다양한 색깔의 뮤지션을 만날 수 있다. 제천의 또 하나의 명소 의림지에서는 올해 15주년을 맞이한 인디 레이블 카바레사운드의 뮤지션들이 총출동하여 ‘JIMFF LIVE STAGE’를 선보인다.
JIMFF는 지난 제 7회 영화제를 끝내면서 관객들이 더욱 즐겁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세 가지 약속을 했다. 숙박시설 해결, 상영시설 확충, 음악영화의 자체 제작 활성화다. 그 중 첫 번째 공약의 실천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4인용 텐트 200동 규모의 캠핑촌을 모산 비행장에 마련했다. 올 여름 제천에 가면 영화가 있고 음악이 있고 편히 몸을 뉘어 물빛, 달빛, 별빛을 만끽할 수 있는 풍경이 있다. 필요한 것은 일상에서 단 한 발을 내딛는 여유와 새로운 세계와 만날 기대감, 그리고 티켓뿐이다. 오는 8월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펼쳐지는 JIMFF의 예매는 7월 31일부터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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