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는 연기를 하고 싶어만 했지 노력은 안 했어요. 정말 건방지고 배우로서의 자질이 없는 짓을 했던 거죠.” 다섯 살 때 연기를 시작한 후 한 번도 쉬지 않았던 삶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었던 시간을, 오승윤은 이렇게 표현했다. 대화 내내 미소를 잃지 않고 차분히 말하던 청년이었기에 갑자기 튀어 나온 자책 섞인 이 말은 단어 자체의 무게보다 더 아프고 강하게 들려온다. 자신의 이름보다 SBS 의 복성군으로, KBS 의 마수리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던 오승윤은 누구보다 냉정하게 자신의 연기를 담금질하는 21살 청년으로 자랐다. 똑 부러졌던 어릴 적 모습과 최근 까칠한 서준(장근석)을 도와주며 할 말은 다 하는 KBS 의 조수로 보여준 유쾌함을 떠올리기에는 다소 낯선 모습이다. 백 점 맞은 시험지를 자랑하는 아이처럼 “조수가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애라서 집에 있는 카메라로 이것 저것 찍어보고 노출도 조정해보고 나름 준비를 했어요”라고 웃을 땐 이 청년에게서 느껴지는 냉철함의 근원지를 더더욱 알 수 없다.


숫기 없는 꼬마가 엄마 손에 이끌려 시작한 일이기에 어린 오승윤에게 연기란 재미보단 의무였고, 여전히 첫 촬영 전 날에는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하지만 오승윤은 “나를 잃지 않으려” 계속 새로운 일을 찾는다. 이런 강인함은 아역 배우 출신의 관성적인 선택이라고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할지언정 그만둘 생각은 해본 적 없는, “태어난 후 첫 기억”인 연기에게 바치는 한 청년의 순수한 고백에 가깝다. “가끔 다른 출구를 생각해봤는데 결국은 다 이쪽 계열이더라고요. (웃음) 뮤지컬, 연극, 모델 같은 거요. 그냥 어쩔 수 없나 봐요.” 연기를 향한 첫사랑을 발견하면서 배우 오승윤의 맹목적이지만 가장 순수한 욕심은 훌쩍 커버린 키처럼 자라났다. “부족하지만 어떤 역할이든 잘 맞춰 소화하는 건 자신 있어요.” 유독 스스로에게 엄격한 오승윤이지만 연기에 대해서는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욕심을 지킬 책임감 또한 16년 동안 다졌다. 그러니 새로운 모습을 재촉할 필요는 없다. 남은 건 이 청년이 연기라는 첫사랑의 설렘을 가꾸고 지켜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다.


My name is 오승윤. 엄마가 절에서 지어주신 이름인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웃음)
1991년 3월 27일에 태어났다. 양 띠에 양자리다. B형 인데 전혀 B형 남자는 아니다.
프로야구 LG팀 팬이다. 어릴 때 아빠가 야구장을 데리고 다녔었다. 할 때인가, 그 때 LG가 결승 올라갔는데 그 이후 한 번도 결승에 올라가는 걸 못 봤다. 요즘에는 현장에서 대기할 때도 경기 챙겨보고 시간 나면 응원 복 입고 야구장에 간다.
키는 187cm까지 컸으면 좋겠다. 지금은 185cm인데 그냥 187cm가 가장 멋져 보이더라.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커서 뒤 번호였고 꾸준히 컸다. 매년 감독님들이 현장에서 날 보고 많이 컸다고 놀라셨다.
쇼핑몰 차리려고 시장 조사도 해봤다.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가방 매고 모자 푹 쓰고 발품 팔면서 다녀봤다. 광고 배너 띄우는 거 알아보고. (웃음) 준비 단계에서 끝났지만 그런 것도 다 경험이 되더라. 생각하는 폭도 넓어지고.
수상 스키를 좋아한다. 운동 말고 꾸준히 해 온 취미인데 사실 부모님이 선유도 공원에서 보트장을 운영하셔서 자주 한다. (웃음) 일 없으면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탄다.
대학교 이야기로 (장)근석이 형과 친해졌다. 로 처음 만났다. 사실은 조금 까칠할 것 같았는데 굉장히 잘 해주신다. 인사도 잘 받아 주시고.
의 조수는 SBS 의 김 비서(김성오)를 참고해 연기했다. 하지만 절대 김 비서를 따라한 건 아니고 할 말은 다 하는데 미워할 수 없는 느낌을 가져 왔다. SBS ‘런닝맨’의 개리 형 캐릭터도 관심 있게 봤다.
다섯 살 때 MBC 에서 연기를 한 기억이 아직도 살짝 난다.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 다음 작품이 MBC 이었고 너무 추워서 동상 걸릴 뻔 했던 것도 기억난다. 6살 때 대사가 3장 넘는 길이었는데 자꾸 NG 내서 울기도 했다.
네 살 많은 형이 영재 소리를 들었다. 진짜 어릴 때부터 영재라는 소문이 나서 형이 납치되기도 했었다. 어릴 때 내 롤 모델이 형이었다. 형이 너무 공부를 잘 하고 날 배려해주기도 했다.
너무 사랑한다. 다른 프로그램은 못 봐도 은 꼭 보는 마니아 팬이다. 달력전도 보러 갔지만 피규어는 안 샀다. 나름 남자니까. 요즘엔 그냥 예전 프로그램 다시보기 하면서 쓸쓸함을 달래고 있다. (웃음)
4차원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놀 땐 진짜 미친 듯이 놀아서 그런가? 난 내가 ‘똘끼’ 있다고 느낀 적은 없는데 주변 사람들은 내가 이래서 더 4차원이라고 하는 것 같다.
사이코패스 연기를 해보고 싶다. 영화 보기 전부터 그런 역할 해보고 싶더라. 요즘 많은 남자 배우들이 선호하는 역할인 것 같기도 하다.
촬영 현장에서 상처를 많이 받기도 했다. 현장에서 다들 힘든 것 같아서 조용히 있으면 힘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인사도 잘 하고 활발하게 지내면 너무 웃는다고 지적하시는 분들도 있었으니까. 진심을 전하기 힘든 곳이다. 어릴 땐 이런 인간 관계를 몰라서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게 신경 쓰이니까 현장이 더 무서운 것 같다.
‘배우가 되어야지’가 트위터 프로필 소개 글이다. 원래는 ‘배우,는 중입니다’였는데 바꿨다. 장기적으로도 서른이 되면 서른에 맞는 연기, 마흔이 되면 그 때에 멋질 연기를 하고 싶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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