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SBS 월-화 밤 9시 55분
딸을 죽인 용의자가 무죄를 선고받자 백홍석(손현주)은 법원과 용의자를 향해 총을 겨누고 법정에서 난투극을 벌인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이 강렬했던 이 사건도 전체의 그림에 비한다면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는 단 1회 만에 이 인상적인 첫 시퀀스를 훌쩍 뛰어넘어 한 죽음을 둘러싼 거대한 이야기 속으로 직진했다. 드라마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홍석의 딸 수정(이혜인)은 서지수(김성령)와 인기가수 PK준(이용우)이 함께 타고 있던 차에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대통령 후보가 되고자 하는 지수의 남편 강동윤(김상중)은 이 사고를 빌미로 재벌회장인 장인 서 회장(박근형)과 거래를 한다. 뺑소니 사고라는 우연이 등장인물들의 이해와 권력 관계에 얽혀 어쩔 수 없는 필연의 선택이 되는 과정이 거침없이 전개될 수 있었던 것은, 배경이나 감정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는 딸이 죽은 뒤에도 장례 절차를 꼼꼼히 확인해야만 하는 어른의 드라마다. 수정이 자신을 본 것을 알고 망설임 없이 그 위로 차를 몰았던 PK준의 잔인함은 의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이다. 세파에 이미 지친 어른들은 감상에 젖어 지체할 시간이 없다. 대신 시간을 들여 설명하지 않는 감정을 순간의 표정이나 목소리, 말투만으로 표현해내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다.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만으로 긴장의 자장을 만들어내는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전형적인 전개 방식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1회 내내 그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었다. 배우들이 준비가 되었다면, 한 죽음을 서로 다른 무게로 느끼는 두 사람을 통해 개인의 복수를 넘어 거대 자본과 정치권력에 얽힌 암투까지 소화하려는 의 꿈이 욕심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이야기의 힘에 달려있을 것이다. 추적은 시작됐고 지체할 시간이 없다. 는 끝까지 따라갈 힘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이 정도면 스타트는 충분히 좋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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