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두 분의 결혼이 초스피드로 빨리 이루어질 줄이야! 드라마 속 중년의 로맨스가 늘 그렇듯 줄잡아 한 서너 달 이상은 주변의 반대다 뭐다 해서 승강이를 벌이며 시간을 끌겠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예상 밖으로 속전속결, 순식간에 백년가약을 맺네요. 잡음이 있었다면 어처구니없었던 ‘보약 프러포즈’와 방해꾼 박미선 씨의 등장뿐이었잖아요? 역시 불같으면서도 쿨한 성정의 박준금(박준금) 아나운서다운 화끈한 진행이지 뭐에요. 열흘 남짓 TV를 멀리 했던 사람들은 아마 당황스럽기까지 할 걸요. MBC 의 류진행(류진) 아나운서의 아버지 류정우(최정우) 씨의 손길이 닿아 준금 씨가 화들짝 놀랐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사천리로 혼인을 해 네 남자와 한 집 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어쨌거나 결혼 축하드려요, 라는 말을 올려야 옳지만 어째 그건 좀 망설여집니다.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격이지 한껏 편하게 사시던 분이 왜 괜한 고생을 자처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이죠. 차라리 따로 사신다면 또 몰라도 합가를 하시는 게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요?
합가를 하시는 게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요?
생판 남으로 살아온 누군가와 한 공간에서 숙식을 함께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큰아들 진행 씨는 이미 예감하는 모양이던데 진행 씨의 도를 넘는 결벽증과 사사건건 부딪힐게 분명한데다가 둘째 아들 기우(이기우) 씨의 뺀질뺀질한 면면들도 밖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은근히 속을 뒤집을 겁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배우자가 되신 류정우 씨, 이 분 참 답이 안 나오는 분인데 아직 진면목을 보지 못하신 것 같더군요. 뭐 이제 차차 아시게 되겠지만요. 짐작컨대 뒷목 잡으실 일이 꽤 잦으실 거예요. 그럼에도 제가 두 분의 결혼을 다행으로, 고맙게 생각하는 건 한 집에 사는 시완(임시완) 군 때문이에요. 시완 군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불의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처지가 된 것만도 딱해 죽겠는데 가장인 정우 씨의 핍박이 오죽 심해야죠. 이거야 원 동화에 나오는 계모도 아니고 김치 한 가지로만 밥을 먹으라고 구박을 하지 않나, 그렇게 맛있다는 장어 먹으러 가면서 애를 따돌리지 않나, 모처럼 진행 씨가 가방을 사주자 그걸 굳이 본인이 들고 다니겠다며 빼앗질 않나, 필설로 다 못할 경우 없는 일들이 그간 한두 건이 아니었거든요.
물론 귀한 아들 발목 잡힐까봐 두려워하는 부모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에요. 더구나 자식 사랑이 유난한 분이시잖아요.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겠어요. 시완이에게 달리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돌봐줄 인척이 있는 것도 아닌 것을요. 일부러 찾아가 봉사도 하는 마당에 아들이 지난 인연으로 집에 들인 안쓰러운 아이에게 선선히 온정을 베풀어주시면 좀 좋으냐고요. 가장 화가 나는 건요, 초를 다투며 공부에 매진해도 부족할 고3 학생에게 본인이 경영하는 파스타 집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킨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심통 맞은 구박의 연장선이었던 건데 꽃미남 파스타 가게로 소문이 나서 손님이 밀려들기 시작하자 이젠 오이 마사지에다 옷을 사주는 등 직접 꽃단장까지 시켜주며 일터로 내모는 중이에요. 진학할 대학이 결정될 때까지 몇 달만 기다려주시면 될 텐데 참. 돌아가신 시완이 어머니(김희정)가 아시면 얼마나 가슴 아파 하실까요. 답답한 건 다 큰 아들들이 아버지의 당치 않은 행보를 도통 제어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도 시완 군에게는 잘된 일이길 바랍니다
둘째 아들 기우 씨는 아무리 가족의 일이라 해도 타인에게는 무관심한 성품이지 싶고요. 진행 씨는 지나치게 유하고 소심하기 때문인지 방패막이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더라고요. 그새 시완이가 받은 설움이 얼마나 켜켜이 쌓여 있을지 짐작만으로도 서글픕니다. 속 깊은 아이라서 내색을 잘 안하는 거지 여느 아이 같았으면 벌써 한참 엇나가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준금 씨의 합가가 반가운 겁니다. 워낙 빈말 못하는 분이니 아직 정이 채 들지 않은 시완이를 다정하게 챙겨주시리라는 건 기대할 수 없겠지만 정우 씨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무너지리라는 것만큼은 기대해도 좋지 싶어서요. “가족이 장난이에요?” 하고 어른답지 못한 정우 씨에게 호통을 좀 쳐주셨으면 좋겠어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집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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