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SBS 월-금 오후 7시 20분
닭집 알바생이었던 자신이 능력 있는 남편 나한준(김승수)을 만난 것이 “기적”이기에 “더 이상의 기적은 필요없다”는 차순영(신은경)의 라디오 사연은 그 행복한 내용과는 달리 비극의 신호탄이 되었다. 일일드라마는 행복의 기적 뒤에 반드시 연속적으로 불행이 찾아오고 그것을 권선징악적인 세계관 아래 극복해 나가면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사실 온 집안일을 책임지면서 닭집 배달도 하고, 시댁 식구들의 시중까지 드는 순영의 일상은 이미 기적처럼 행복한 순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한준의 사업은 순영의 기대와는 다르게 좋지 않은 상황이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준과 과거 인연이 있는 채린(왕빛나)이 한준의 사업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코스메틱 회사의 후계자로 귀환했다. 마지막에 순영 위로 끼얹어진 구정물이 암시하고 있듯이, 이제 여주인공 앞에는 가시밭길만 남아있다.

하지만 은 이미 첫 회에 순영이 그 가시밭길을 헤쳐 나갈 무기를 같이 주었다. 순영은 억척스러운 성격에 성실하며, 모아둔 돈도 있다. 게다가 성능 좋은 화장품을 직접 만드는 능력은 이 드라마의 주요 배경 중 하나인 화장품 산업에서 필수적인 재능이다. 앞으로 예정된 배신과 복수의 서사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이미 장착하고 있는 셈이다. 시청자들은 이와 매우 비슷한 캐릭터를 이미 같은 시간대, 같은 채널에서 만난 바 있다. 바로 의 구은재(장서희)다. 차이가 있다면 은 속도전을 벌이는 대신 천천히 상황을 만들어가는 쪽을 택했다는 것이다. 예정된 파국의 전조는 아직 희미하고, 캐릭터들도 분명한 개성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차순영이 구은재에 비견될 만한 복수의 화신이 될지를 예측하기에는 아직 조심스러운 시작이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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