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남자와 달라”서, 배드 보이를 만난 소녀는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통의 아이돌과 다른 덕분에 빅뱅은 좋은 그룹이 되었다. 래퍼가 댄스 브레이크를 보여주지도 않고, 정확한 군무나 확실한 후렴구를 굳이 준비하지 않지만 대중들은 빅뱅의 노래를 기억하고 무대를 기다린다.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서 애쓰기보다는 남들과 상관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잘하기 위해 노력한 덕분에 선명하고 확고한 세계를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드러나는 것은 음악에서만이 아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빅뱅 멤버들은 팬들을 위해 대답을 과장하지도 않았고, 대중의 반응을 계산하지도 않았다.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들은 그래서 몹시 어른스러워 보이는 동시에 너무나 순진해 보이기도 했다. 보통 남자와 달리 힘든 것은 그대로 힘들다고 말하는 탑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돌 특유의 낙관주의를 버린 배드 보이는 결코 쉽게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확신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다음은 그래서 더욱 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병신 같지만 멋있어’ 그런 느낌을 주려고 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서 또 한 번 많은 주목을 받았다. 활동을 마무리하는 소감은 어떤가.
탑: 빅뱅 활동 중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앨범이었다. 하나하나 완벽해 보이려고 신경을 많이 썼고, 그래서 데뷔 이래로 가장 힘든 앨범이기도 했다. 활동을 하면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다.
다른 멤버들은 다들 즐거움이 더 컸다고 하던데, 의외의 대답이다.
탑: 많은 것을 쏟아 부으려고 하다 보니 신나거나 할 여력이 없었다. 아마 활동 기간이 더 길었다면 더 이상 못했을 거다. 콘셉트나 무대에서의 캐릭터가 현실과 좀 동떨어져 보이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인지 무대에서 표정이나 동작 하나하나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려 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탑: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한데, 무대 위에서의 완성도를 점점 높여서 완벽에 가까워지고 싶은 갈망이 생긴다. 그래서 눈빛이나 뿜어낼 수 있는 기운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정신적으로 쏟아내려고 했던 것 같다.
GD&TOP 활동을 할 때는 굉장히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빅뱅 활동을 시작하면서 관점이 좀 달라진 것 같다.
탑: 한 발짝 물러나서 보는 눈이 생긴 것 같다. 나라는 사람과 빅뱅이라는 팀을 좀 더 현실적으로 보게 되는 거지. 왜냐하면, 우리 직업은 자신을 경영해야 하는 일인데 모든 사람에게 새로우면서 멋지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무대를 보여주려면 좀 더 영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련된 것이라고 생각한 방향이 사람들에게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되니까 말이다.
랩을 할 때는 본능적인 느낌을 간직하면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텐데, 비결이 있나.
탑: 그건…… 비밀이다. 나만의 노하우니까. (웃음) 그렇다면 이성적인 눈으로 봤을 때(웃음) 빅뱅 안에서 탑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탑: 아무래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탑이라는 인물이 남기는 임팩트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손짓, 눈빛, 랩 플로우, 가사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남들이 하는 몸짓을 할 바에야 절제를 하려고 하고, 사람들로부터 왜 저런 모션을 할까,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행동을 하고 싶었다. 되게 이상하고 안 좋은 표현인데, 이걸 어떻게 달리 설명할 수가 없어서 굳이 거친 표현을 가져와서 이야기 하자면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병신 같지만 멋있어’ 그런 느낌을 주려고 했다.
달리 대체하기 어려운 표현이기는 하다.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 무대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나.
탑: 이성을 놓는다. 이제는 무대 위에서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를 딱 던져버릴 수 있도록 컨트롤 하는 게 가능한 것 같다. 그날 기분에 따라서 표현하고 싶은 게 항상 바뀌는데 그런 생각만을 갖고 무대에 올라가는 거다. 예전에는 사람들을 신나게 하거나 몰입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면, 이제는 움직이는 나를 위에서 보는 느낌으로 오히려 좀 이탈한 분위기를 내려고 한다.
무대 위의 상황은 실시간으로 벌어지는데 그렇게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탑: 오히려 확신이 강해지고, 무대나 음악에 대한 직관과 자신감이 뚜렷해질수록 객관화가 되는 것 같다. 자신을 모니터 하면서 스스로에게 냉철해질 수 있는 것 같고. 예전에는 쓸데없는 근심이나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무대 외에서의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까 오히려 편안해진 부분도 있다. 일과 사랑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거다. “요즘은 마음이 점점 단순해져 간다”
일과 사랑한 덕분인지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랩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Fantastic Baby’에서 보여준 톤은 이전과 굉장히 달랐다. 점점 빠르게 전개되는 플로우도 굉장히 새로웠고.
탑: 그런 부분은 본능적으로 만들어진다. 다만 랩을 18비트로 쪼갠다던가, 잘 쓰지 않는 라임과 플로우를 가져오려고 노력하기는 했다. 특히 ‘Fantastic Baby’에서는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를 상상하면서 랩을 했는데, 특유의 이상한 춤을 출 때 느껴지는 신선함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여러모로 멋진 래퍼들이 많지만 이제는 센 척하고 폼 잡는 게 멋있어 보이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단순하지만 유니크한 랩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목적이었지.
의 ‘Bad boy’ 무대 중 한 번 시작 부분에서 씨익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재미있었다. 기존의 틀과는 또 다른 유니크함을 확보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탑: 진짜 나쁜 남자는 언제나 웃는다. 감정을 숨기고 있어야 하니까. (웃음)
가사를 쓸 때도 특별함을 지키려고 고민하는 편인가.
탑: 사실 작사를 할 때는 별 생각 없이 그때 그때 만드는 편이다. 이번 앨범의 랩은 거의 다 녹음하는 날 썼고. 대부분 내 경험을 쓰기 때문에 기억과 랩의 느낌이 유사하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앨범을 작업할 때도 시간이 마냥 여유롭지는 않았을 텐데, 어떻게 영감을 떠올리나.
탑: 완성된 피규어를 보거나, 잘 디자인된 가구를 보러 가거나, 누군가 만들어낸 완성품을 볼 때 마음이 안정되는데 그럴 때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요즘은 마음이 점점 단순해져 간다. 그래서 좋은 부분도 있는데, 청개구리 같은 성격이랄지 반항적이었던 예전의 성격들이 유해지면서 보다 폭넓게 사람들을 관찰하고 느끼게 됐다.
그런 변화가 음악 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나. 예능 프로그램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데뷔 초의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본 것 같다고 하는 팬들도 있던데.
탑: 그동안 내가 좀 무거워 보였다면, 그건 내가 출연했던 작품들 때문일 거다. 전쟁영화를 찍고, 킬러로 출연하면서 나름의 트라우마가 상당히 길었다. 역할에서 잘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어두운 부분이 많았고 내 모습을 감추고 싶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느냐에 따라서 성격은 또다시 바뀌게 될 것 같다. 무대에서도 그렇고.
마음에 숙제가 남아 있을 때 무대에서 최대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상당한 긴장이 필요할 것 같다. 심지어 이제는 해외에서도 지켜보는 눈이 많은데.
탑: 항상 긴장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태해지는 성격이기 때문에 늘 긴장되어 있다. 그리고 더 디테일을 챙겨서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보는 사람들의 취향이 각각 다른데 그걸 뛰어넘으려면 잘 해 보이는 것보다 멋있어 보여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진이 빠지고 지치기도 하는데 책임감이나 오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는 것 같다. 책임감이라는 것은 최승현이 아니라 빅뱅의 멤버이기 때문에 갖는 감정일까.
탑: 솔직히 최승현의 솔로 활동을 아직 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욕심도 많고 스스로를 잘 감당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팀의 일원이 아닐 때는 그런 부분들을 포기해 버리게 될 것 같은 거다. 특별히 개인으로서 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기도 하고.
모두의 관심을 받는 사람이면서 정작 본인은 세상사에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탑: 관점이 조금 바뀐 게, 예전에는 이렇게 저렇게 보이고 싶은 모습이 있었다면 이제는 내 앞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대에 섰을 때도 내가 팬들이나 TV쪽으로 다가가는 게 아니라 나를 향하는 시선을 받는 것으로 목적이 바뀐 것 같다.
무대에서도 그런 모습이 엿보인다. 예전에는 시선을 똑바로 응시하기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면, 지금은 살짝 다른 방향을 보기 때문에 주목하게 만드니까.
탑: 그런 건 무의식적인 행동인데 생각이 180도 바뀌면서 그런 차이가 만들어진 것 같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나 자신이 항상 새로워야 한다는 점이다. 늘 똑같이 카메라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모습을 계속해서 연구해야 한다. 다만 너무 멀리 가지 않으려고 늘 기본적인 틀과 전통을 생각하기는 한다.
“마음의 불균형이 생겼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연륜도 생겼다”
항상 새로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기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겠다. 연기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모습이 있나.
탑: 특별히 하고 싶은 배역이 따로 있지는 않다.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좋은 작품의 기준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텐데.
탑: 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도 될 만큼 가치가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 내가 연기자라면 많이 보고, 많이 하면 그만큼 플러스가 된다. 하지만 나는 원래 직업이 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다작을 할 수도 없고, 배우보다는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보다 연기 테크닉이 좋은 배우가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작품보다는 내가 들어갔을 때 어울릴 수 있는 작품을 고르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어린 팬들이 있는 아이돌이라는 위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예술 영화에서 갑자기 옷을 벗고 나온다던가 하는 건 피해야 하고. (웃음)
무대나 연기나 선택부터 디테일까지 에너지를 굉장히 소비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런 태도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탑: 정신 연령은 12살 때랑 똑같은데 일에 대한 정신연령만 높아지는 것 같다. 오히려 영화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는 흑백영화를 많이 봤는데, 요즘에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을 본다. 마음의 불균형이 생겼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연륜 같은 것이 생긴 것 같다.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면에서는 성장이 이루어진 셈인데, 데뷔 무렵을 돌이켜 보면 얼마나 달라진 것 같나.
탑: 생각하는 건 똑같은데, 그때는 더 많이 감추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나마 나도 모르는 나 자신을 10개 중에 2개 정도는 보여준 느낌이다. 10년쯤 지나면 그중에서 몇 개를 더 풀어 놓겠지.
앞으로 무대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풀어내게 될 것 같다.
탑: 사실 나는 대중들이 더 이상 빅뱅을 원하지 않으면 활동을 안 할 것 같다. 그때가 되면 무대에는 안 서도 상관없다. 비록 여러 가지로 힘은 들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지내고 있는데, 지금 이 아름다운 청춘이 퇴색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빅뱅으로서의 기분은 언제나 아름답고 싶다. 남들의 기억 속에서도 그렇고.
미래의 걱정은 접어 두고 지금의 빅뱅을 본다면, 어떤 팀이라고 생각하나.
탑: 굉장히 많은 시선을 받고 있으며, 먼 곳에서도 주목을 하고 있는 팀이라는 건 확실하다. 내가 함께 있는 팀이라서 착각을 하거나 자만심을 가져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확실히 예전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걸 충분히 즐기면서도 새로운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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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터뷰. 윤희성 nine@
인터뷰. 강명석 기자 two@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병신 같지만 멋있어’ 그런 느낌을 주려고 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서 또 한 번 많은 주목을 받았다. 활동을 마무리하는 소감은 어떤가.
탑: 빅뱅 활동 중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앨범이었다. 하나하나 완벽해 보이려고 신경을 많이 썼고, 그래서 데뷔 이래로 가장 힘든 앨범이기도 했다. 활동을 하면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다.
다른 멤버들은 다들 즐거움이 더 컸다고 하던데, 의외의 대답이다.
탑: 많은 것을 쏟아 부으려고 하다 보니 신나거나 할 여력이 없었다. 아마 활동 기간이 더 길었다면 더 이상 못했을 거다. 콘셉트나 무대에서의 캐릭터가 현실과 좀 동떨어져 보이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인지 무대에서 표정이나 동작 하나하나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려 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탑: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한데, 무대 위에서의 완성도를 점점 높여서 완벽에 가까워지고 싶은 갈망이 생긴다. 그래서 눈빛이나 뿜어낼 수 있는 기운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정신적으로 쏟아내려고 했던 것 같다.
GD&TOP 활동을 할 때는 굉장히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빅뱅 활동을 시작하면서 관점이 좀 달라진 것 같다.
탑: 한 발짝 물러나서 보는 눈이 생긴 것 같다. 나라는 사람과 빅뱅이라는 팀을 좀 더 현실적으로 보게 되는 거지. 왜냐하면, 우리 직업은 자신을 경영해야 하는 일인데 모든 사람에게 새로우면서 멋지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무대를 보여주려면 좀 더 영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련된 것이라고 생각한 방향이 사람들에게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되니까 말이다.
랩을 할 때는 본능적인 느낌을 간직하면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텐데, 비결이 있나.
탑: 그건…… 비밀이다. 나만의 노하우니까. (웃음) 그렇다면 이성적인 눈으로 봤을 때(웃음) 빅뱅 안에서 탑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탑: 아무래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탑이라는 인물이 남기는 임팩트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손짓, 눈빛, 랩 플로우, 가사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남들이 하는 몸짓을 할 바에야 절제를 하려고 하고, 사람들로부터 왜 저런 모션을 할까,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행동을 하고 싶었다. 되게 이상하고 안 좋은 표현인데, 이걸 어떻게 달리 설명할 수가 없어서 굳이 거친 표현을 가져와서 이야기 하자면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병신 같지만 멋있어’ 그런 느낌을 주려고 했다.
달리 대체하기 어려운 표현이기는 하다. 그런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 무대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나.
탑: 이성을 놓는다. 이제는 무대 위에서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를 딱 던져버릴 수 있도록 컨트롤 하는 게 가능한 것 같다. 그날 기분에 따라서 표현하고 싶은 게 항상 바뀌는데 그런 생각만을 갖고 무대에 올라가는 거다. 예전에는 사람들을 신나게 하거나 몰입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면, 이제는 움직이는 나를 위에서 보는 느낌으로 오히려 좀 이탈한 분위기를 내려고 한다.
무대 위의 상황은 실시간으로 벌어지는데 그렇게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탑: 오히려 확신이 강해지고, 무대나 음악에 대한 직관과 자신감이 뚜렷해질수록 객관화가 되는 것 같다. 자신을 모니터 하면서 스스로에게 냉철해질 수 있는 것 같고. 예전에는 쓸데없는 근심이나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무대 외에서의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까 오히려 편안해진 부분도 있다. 일과 사랑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거다. “요즘은 마음이 점점 단순해져 간다”
일과 사랑한 덕분인지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랩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Fantastic Baby’에서 보여준 톤은 이전과 굉장히 달랐다. 점점 빠르게 전개되는 플로우도 굉장히 새로웠고.
탑: 그런 부분은 본능적으로 만들어진다. 다만 랩을 18비트로 쪼갠다던가, 잘 쓰지 않는 라임과 플로우를 가져오려고 노력하기는 했다. 특히 ‘Fantastic Baby’에서는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를 상상하면서 랩을 했는데, 특유의 이상한 춤을 출 때 느껴지는 신선함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여러모로 멋진 래퍼들이 많지만 이제는 센 척하고 폼 잡는 게 멋있어 보이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단순하지만 유니크한 랩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목적이었지.
의 ‘Bad boy’ 무대 중 한 번 시작 부분에서 씨익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재미있었다. 기존의 틀과는 또 다른 유니크함을 확보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탑: 진짜 나쁜 남자는 언제나 웃는다. 감정을 숨기고 있어야 하니까. (웃음)
가사를 쓸 때도 특별함을 지키려고 고민하는 편인가.
탑: 사실 작사를 할 때는 별 생각 없이 그때 그때 만드는 편이다. 이번 앨범의 랩은 거의 다 녹음하는 날 썼고. 대부분 내 경험을 쓰기 때문에 기억과 랩의 느낌이 유사하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앨범을 작업할 때도 시간이 마냥 여유롭지는 않았을 텐데, 어떻게 영감을 떠올리나.
탑: 완성된 피규어를 보거나, 잘 디자인된 가구를 보러 가거나, 누군가 만들어낸 완성품을 볼 때 마음이 안정되는데 그럴 때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요즘은 마음이 점점 단순해져 간다. 그래서 좋은 부분도 있는데, 청개구리 같은 성격이랄지 반항적이었던 예전의 성격들이 유해지면서 보다 폭넓게 사람들을 관찰하고 느끼게 됐다.
그런 변화가 음악 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나. 예능 프로그램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데뷔 초의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본 것 같다고 하는 팬들도 있던데.
탑: 그동안 내가 좀 무거워 보였다면, 그건 내가 출연했던 작품들 때문일 거다. 전쟁영화를 찍고, 킬러로 출연하면서 나름의 트라우마가 상당히 길었다. 역할에서 잘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어두운 부분이 많았고 내 모습을 감추고 싶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느냐에 따라서 성격은 또다시 바뀌게 될 것 같다. 무대에서도 그렇고.
마음에 숙제가 남아 있을 때 무대에서 최대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상당한 긴장이 필요할 것 같다. 심지어 이제는 해외에서도 지켜보는 눈이 많은데.
탑: 항상 긴장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태해지는 성격이기 때문에 늘 긴장되어 있다. 그리고 더 디테일을 챙겨서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보는 사람들의 취향이 각각 다른데 그걸 뛰어넘으려면 잘 해 보이는 것보다 멋있어 보여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진이 빠지고 지치기도 하는데 책임감이나 오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는 것 같다. 책임감이라는 것은 최승현이 아니라 빅뱅의 멤버이기 때문에 갖는 감정일까.
탑: 솔직히 최승현의 솔로 활동을 아직 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욕심도 많고 스스로를 잘 감당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팀의 일원이 아닐 때는 그런 부분들을 포기해 버리게 될 것 같은 거다. 특별히 개인으로서 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기도 하고.
모두의 관심을 받는 사람이면서 정작 본인은 세상사에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탑: 관점이 조금 바뀐 게, 예전에는 이렇게 저렇게 보이고 싶은 모습이 있었다면 이제는 내 앞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대에 섰을 때도 내가 팬들이나 TV쪽으로 다가가는 게 아니라 나를 향하는 시선을 받는 것으로 목적이 바뀐 것 같다.
무대에서도 그런 모습이 엿보인다. 예전에는 시선을 똑바로 응시하기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면, 지금은 살짝 다른 방향을 보기 때문에 주목하게 만드니까.
탑: 그런 건 무의식적인 행동인데 생각이 180도 바뀌면서 그런 차이가 만들어진 것 같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나 자신이 항상 새로워야 한다는 점이다. 늘 똑같이 카메라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모습을 계속해서 연구해야 한다. 다만 너무 멀리 가지 않으려고 늘 기본적인 틀과 전통을 생각하기는 한다.
“마음의 불균형이 생겼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연륜도 생겼다”
항상 새로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기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겠다. 연기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모습이 있나.
탑: 특별히 하고 싶은 배역이 따로 있지는 않다.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좋은 작품의 기준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텐데.
탑: 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도 될 만큼 가치가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 내가 연기자라면 많이 보고, 많이 하면 그만큼 플러스가 된다. 하지만 나는 원래 직업이 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다작을 할 수도 없고, 배우보다는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보다 연기 테크닉이 좋은 배우가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 작품보다는 내가 들어갔을 때 어울릴 수 있는 작품을 고르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어린 팬들이 있는 아이돌이라는 위치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예술 영화에서 갑자기 옷을 벗고 나온다던가 하는 건 피해야 하고. (웃음)
무대나 연기나 선택부터 디테일까지 에너지를 굉장히 소비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런 태도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탑: 정신 연령은 12살 때랑 똑같은데 일에 대한 정신연령만 높아지는 것 같다. 오히려 영화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는 흑백영화를 많이 봤는데, 요즘에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을 본다. 마음의 불균형이 생겼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연륜 같은 것이 생긴 것 같다.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면에서는 성장이 이루어진 셈인데, 데뷔 무렵을 돌이켜 보면 얼마나 달라진 것 같나.
탑: 생각하는 건 똑같은데, 그때는 더 많이 감추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나마 나도 모르는 나 자신을 10개 중에 2개 정도는 보여준 느낌이다. 10년쯤 지나면 그중에서 몇 개를 더 풀어 놓겠지.
앞으로 무대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풀어내게 될 것 같다.
탑: 사실 나는 대중들이 더 이상 빅뱅을 원하지 않으면 활동을 안 할 것 같다. 그때가 되면 무대에는 안 서도 상관없다. 비록 여러 가지로 힘은 들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지내고 있는데, 지금 이 아름다운 청춘이 퇴색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빅뱅으로서의 기분은 언제나 아름답고 싶다. 남들의 기억 속에서도 그렇고.
미래의 걱정은 접어 두고 지금의 빅뱅을 본다면, 어떤 팀이라고 생각하나.
탑: 굉장히 많은 시선을 받고 있으며, 먼 곳에서도 주목을 하고 있는 팀이라는 건 확실하다. 내가 함께 있는 팀이라서 착각을 하거나 자만심을 가져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확실히 예전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걸 충분히 즐기면서도 새로운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팀이다.
* 더 자세한 이야기와 다양한 사진은 월간지 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글, 인터뷰. 윤희성 nine@
인터뷰. 강명석 기자 two@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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