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영화 와 함께 웹상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남성지 의 표지모델 사건이었다. 촬영을 모두 마친 표지모델과의 마찰로 인쇄일이 임박해 화보를 폐기하는 상황이 닥치자 한 에디터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촬영에 임한 것이다. 흔히 ‘숨 막히는 뒤태’라고 일컬어지는 포즈의 이 표지는 프로 모델 못지않은 에디터의 몸매 뿐 아니라 이 사건을 다루는 의 방식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됐다. 은 ‘커버 화보 폐기처분 풀 스토리’ 기사를 통해 원래 촬영을 진행했던 모델의 신상을 제외한 상황을 낱낱이 고백했고, 에디터 세 명은 서로 자신이 커버에 실린 모델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썼다. 심지어 은 해당 에디터가 누구인지 맞추는 독자를 뽑아 선물까지 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초대형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그 와중에도 보는 이를 낄낄대며 웃게 만드는 태도는 그동안 의 패기어린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가 의 애독자에서 에디터로, 1년여 전부터는 ‘장’의 자리에 올라 이 흥미로운 잡지를 만드는 서른한 살의 여성, 이영비 편집장을 만났다.
일단 문제의 커버 펑크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해 달라.
이영비 편집장: 커버 촬영이 진행되던 당시 나는 한국계 UFC 챔피언 벤 헨더슨 인터뷰 때문에 미국 출장을 가 있었다. 벤 헨더슨은 너무 착하고 몸도 좋고, 심지어 밥까지 사줘서(웃음)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전화가 오더니 “모델이 안 하겠대요”라는 거다. 잘못 들은 줄 알고 “아이, 무슨 소리야. 아닐 거야. 잘 설득해 봐” 했는데… 돌아와 보니 전혀 컨트롤이 안 된 상태였다. 본사에서 받은 데이터로 부랴부랴 할까 했지만 그것도 시차가 있으니까 본사랑 그쪽 에이전시까지 거치면 꽤 오래 걸린다. 다들 우울해하다 예전에 농담 삼아 책에 “아 몰라. 안 되면 우리가 (커버) 하지”라고 쓴 적이 있었는데 “그럼 이걸 누가 하지?”까지 얘기가 흘렀다. 사실 “아, 내가 편집장인데 당연히…!” 하다가, 그래도 맥심 커버에는 제일 매력적인 여성이 나와야 하니까 모 에디터가 하기로 했다. 편집장이라도 그런 걸 강요할 수는 없는데, 마침 그 에디터는 몸매도 좋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서 즐겁게 찍었다. 사실 그동안 여러 촬영에서 부분 모델로 써오기도 했고. 어느 정도 예산 때문이기도 했지만… “표지를 찍은 에디터에게는 돈까스를 사줬다”
독자나 네티즌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 ‘깬다, 재밌다’ 할 수도 있지만 경영진 쪽에서는 ‘장난하냐’며 프린트를 집어던질 수도 있었을 텐데 (웃음)
이영비 편집장: 그런 부분에선 죽이 잘 맞는다. 이 친구가 그동안 모델로 활동한 걸 돌이켜 보면 그림이 잘 나올 것 같아서 설득이 어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민한 건 잡지사에서 커버가 펑크 났다는 사실을 공론화하느냐 마느냐였다. 아무래도 자존심이 걸린 문제니까. 하지만 찔끔 얘기하나 뻥 터뜨리나 사람들이 받아들이긴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 하는 김에 확 지른 거다.
웹상에서는 대박이 났는데 판매량은 어떤가.
이영비 편집장: 한창 이슈일 때는 정말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섣부른 예측일 수도 있지만 완판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에디터에게 모델료는 줬나.
이영비 편집장: 어제 돈까스 사줬다. 원래 이 파격적인 시도를 많이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못할 건 없겠다.
이영비 편집장: 이게 정점이겠지. 사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란 게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촬영도 마치고 보정까지 끝내서 인쇄 보내기 직전이었는데 틀어지니까 좌절하긴 했다. 사진 찍히는 분들과 사전 협의된 상태에서 최대한 이야기하고 진행하지만 사람의 허용범위라는 게 다 같지는 않더라. 어쨌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거다.
이번 해프닝이 어떤 면에선 ‘의 위엄’ 같은 걸 보여준 계기같기도 한데, 편집장이 여자라는 사실에 대해 사람들이 놀랄 수도 있을 것 같다. 편집장으로서 이 잡지를 어떻게 바라보나.
이영비 편집장: 팬으로서 을 참 좋아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기조는 어쨌거나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걸 한다’ 하나다. 물론 즐거움에도 다양한 취향이 있겠지만 우리는 정말로 보편적인, 웃기고, 꼬지 않고, 스트레이트한 재미를 추구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에 대해 굉장히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이라고 오해하는 것과 달리 어떤 면에서 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남성과 여성을 보는 원초적인 시각 자체도 예전 걸 그대로 가져가니까.
독자이자 팬에서 에디터로 출발했는데, 그 계기는 뭐였나.
이영비 편집장: 대학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는데, 친구 집에 있던 미국판 을 우연히 봤다. 와, 세상에 이런 게 있구나 싶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열심히 챙겨 봤다. 사람들이 야하다고들 하는데 내가 볼 땐 그렇게 야하지도 않았고. 사실 사람들이 그냥 하는 얘기, 자연어를 그대로 쓰는 정도 아닌가. 아무튼 구직활동을 하던 중 당시 편집장의 글에 ‘사람 뽑으니 올 테면 와라. 같이 해 보지 않으련’ 류의 내용이 실린 걸 보고 접수 마지막 날 부랴부랴 메일을 썼다. 면접을 봤더니 그 다음날 출근하라고 하셨다. 내가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예뻐서 뽑히지 않았나… (웃음) 그렇게 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습득 했겠지만 아무래도 편집장이 되기에는 젊은 나이였다.
이영비 편집장: 전에 편집장 하시던 두 분은 삼십대 후반의 남자들이었는데, 나는 스물아홉에 편집장이 됐다. 편집장이 된 이유는 아마도, 내가 당시 제일 오래 에 있던 서바이버라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소위 ‘풀린 군번’이라고 하는데 (웃음) 운이 좋았다. 다만 의 편집장이 젊은 여자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우리 회사를 좀 작게, 마이너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잡지 만드는 사람 중 오타쿠 아닌 사람이 있을까”
은 남성지고, 앞서 말했듯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 같은 원초적인 시각이 상당히 뚜렷한 편이다. 여성 편집장으로서 조율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나.
이영비 편집장: 성별 차이보다는 성향 차이인 것 같다. 오히려 요즘엔 남자 에디터들이 나보다 훨씬 여성스럽기도 하니까. 물론 나 역시 예쁜 걸 좋아하긴 하지만 UFC를 비롯해 관심사 자체가 에서 충분히 다룰 만한, 남성들이 좋아하는 것들과 굉장히 잘 맞는다. 잡지는 보통 편집장의 책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말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리 잡지는 오히려 독자들이 리드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내 색깔을 좀 더 낸다면, 나는 격투기, 특히 한국 격투기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좀 더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아이템들을 많이 넣으려고 하고.
이번 호의 한 기사 중 “남성지가 놓치고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구절이 현재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명품 화보나 고가의 광고성 아이템 소개기사 대신 소형 게임기 등 어느 정도 구매 가능한 가격대의 아이템이나 놀이 문화를 소개한다. 독자에 대한 명확한 타겟팅을 한다는 느낌도 든다.
이영비 편집장: 우리의 가능성이자 한계인 것 같다. 이 ‘군인 잡지’라는 오해를 많이 하시는데,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잡지가 가장 강력한 미디어가 될 만큼 폐쇄적인 환경이 군대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원래 잡지를 잘 안 본다. 그런데 이십대 청년들을 PC도 없고 아이패드도 없는 데 가둬놓으면 할 게 없지 않나. 그 환경에서 을 특별히 선호한다는 데 대해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지만 ‘군인만’ 보는 잡지는 아니다. 다른 남성지와 독자층의 성격에 있어 거의 차이가 없고, 고학력 고연봉 독자층도 상당히 두껍다. 그럼에도 일반 남성지와 다르게 굉장히 실용주의적으로 세상에 접근하는 것 같다.
이영비 편집장: 남자들은 전 세계에서 제일 비싼 전투기가 뭔지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려고 보는 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재밌으라고 그걸 소개하지만 사라고 하지는 않는다. 판타지는 현실과 너무 다르고, 재미로 그걸 즐길 수는 있지만 계속해서 그걸 주입하다 보면 굉장히 좌절스러워질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의 취향이나 선택의 기준은 어떤 건가.
이영비 편집장: 에 가상의 화자가 있다면 ‘동네 형’이다. 보통 남자들이 “형, 나 무슨 차를 살까?” “형, 나 이 여자가 너무 좋은데 어떻게 하지?” “형, 나 그 새끼 너무 싫어. 까고 싶어” 등 여러 가지 고민을 털어놓을 때 시원스럽게 자기 의견을 들려주고 유머와 함께 합리적인 선택지를 보여 주는 동네 형. 동물학에서 알파메일, 우두머리 수컷이라고 하는, 모두들 끌리고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 그런 형인 거다. 엄마가 사 준 매끈한 외제차를 타고 명품 수트를 입는 남자를 다들 부러워는 하겠지만 그건 돈에 대한 부러움이지 스타일에 대한 부러움은 아니지 않나. 그건 이 원하는 남성상은 아니다. 자기가 쓰는 돈의 가치에 대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남자, 땅에 발을 딱 붙인 그 남자가 현실에 존재할 때 선택할 만한 것들을 생각하면 우리의 선택도 쉬워진다.
선택은 쉬워도 전달하는 방식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기사 대부분이 팩트와 평가로 채워져 있어서 쓰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오타쿠가 아니면 정보를 수집하거나 소화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이영비 편집장: 잡지 만드는 사람 중 오타쿠 아닌 사람이 있을까. (웃음) 나 역시 정보 오타쿠에 가까운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제일 서글퍼할 때가 “읽는 데 한 시간도 안 걸렸어”라는 말을 들을 때다. 5천 몇백 원을 내고 잡지 한 권을 샀는데 그냥 화보, 광고, 화보, 광고만 있고 머릿속에 와 닿는 정보가 없다면 얼마나 억울한가. 우리가 가장 공들이는 코너가 ‘서커스’라고 이 세상을 보는 시각에 대한 건데, 큰 정보는 아닐지라도 독자들이 술자리 같은 데서 대화를 리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쓰는 거다. 섹시한 화보는 그분들이 좋아하는 걸 보여주는 거지만, 재미있는 정보들도 많이 얻어가서 실생활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보도자료를 받아쓸 만한 기사도 색다르게 기획하고, 애드버토리얼마저 창의적으로 쓰는 걸 보면 포맷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이영비 편집장: 사실 “요즘 뭐가 재밌는 것 같아”, “이 운동화 되게 좋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다. 그게 어떻게 재밌고 좋은지, 그래서 인생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어느 정도 ‘덕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전달해줘야 하니까 풀어 쓸 방법에 대해 고민을 정말 많이 한다. 애드버토리얼의 경우도 아이템을 제안 받을 때 “스럽게 해 주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우리의 화법이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니까.
하지만 ‘스러움’으로 인식된 이미지 때문에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신인 시절 화보를 통해 화제가 된 스타들이 ‘뜨고’ 나면 새로운 인물을 다시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나.
이영비 편집장: 사실 페미닌하고 러블리한 매력도 좋지만 이 보여줄 수 있는 글래머러스하고 섹시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상업적으로는 제일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예를 들면 주류 광고?) 그렇다. 특히 신인들에겐 대중에게 인식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섹시 콘셉트로 나오면 사람들이 자기를 헤프게 보면 어쩌나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해는 한다. 시작하는 단계에서 섹시한 이미지로만 굳어지면 고민이 될 테니까. 하지만 섹시함 자체가 그렇게 문제가 될 콘셉트라면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이 심하게 바지를 벗고 다니지는 않겠지. (웃음) 다행히 옛날보다는 그런 걱정이 줄었고, 스스로 그런 매력이 있다는 걸 굳이 감추지 않는 분들도 많아졌다.
“수지 커버, 꼭 이루고 싶은 프로젝트!”
만약 수지나 아이유처럼 미성년자이거나 소녀의 이미지가 강한 연예인과 화보를 찍을 경우 맥심스러우면서도 상대가 난감해하지 않을 만한 콘셉트가 가능할까?
이영비 편집장: 요즘에는 어린 연예인들도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기회가 있을 경우에는 숨기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본인이나 소속사의 기준에 거의 100% 맞추는 편이다. 의상이 너무 짧다거나, 배꼽이 보이면 안 된다거나, 바지는 핫팬츠인데 탑은 시스루면 안 된다거나 하는 각자의 기준들이 있다. 재미있는 게, 가슴 쪽 노출은 꺼리는데 하체 노출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 모델이 너무 어린 경우에는 우리도 걱정을 한다. 주말에 가요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챙겨보며 피로를 푸는데 어떤 걸 그룹의 무대 의상을 보면 “어우, 쟤 너무 야하다. 우리 책에 못 싣겠다” 하다가도 혹시 섭외되는지 물어보면 “은 안 한 대요” 라고 할 때도 있고… (웃음)
일반인을 모델로 쓰는 ‘미스 맥심’을 포함해 어느 정도 노출이 있는 화보를 찍는데, 여성이 보는 섹시함의 기준이 남성과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영비 편집장: 화보는 개인의 페티시 혹은 판타지를 그림으로 만들어가는 거니까 그 역시 남녀보다는 사람마다의 취향인 것 같다. 실제로 남자 에디터와 여자 에디터가 가져오는 시안을 봐도 성별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다만 예전에 우리가 캠페인 비슷하게 시리즈로 몇 달 동안 “44 사이즈 모델을 쓰지 않겠습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 내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그런 여자는 앞서 말한 의 화자로서의 남성에게 매력이 없을 것 같은 타입이기 때문이다. 의 이미지인 육체적으로 우월한 수컷 마초들이 사랑할 만한 여자가 44 사이즈 모델은 아니다. 섹시함에는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데 나 개인적으로는 건강하고 밝은 섹시함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떤 모델이라도 그 사람의 나이에서 가장 예쁜 모습을 보여주게 하는 게 목표다.
그런데 은 판타지보다는 현실에 있을 것 같은 톤을 유지하는 것 같다. 5월호의 ‘스승의 날 기념 화보’도 일종의 판타지인데 톤과 설정은 남자들의 미녀 교사에 대한 보편적인 로망을 담고 있다. 하지만 광고주에게는 ‘럭셔리한 이미지’가 더 어필할 수도 있을텐데.
이영비 편집장: 광고 영업을 하는 입장과 편집부의 입장에서 조금씩 온도차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제품 리뷰 같은 걸 쓸 때 뻥을 치지는 않는다. 그거 얼마나 한다고 (웃음) 그러나 의 남성 화자, 멋진 우두머리 수컷이 선택하는 제품이라는 면에서 광고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선택하는 것이 쉽고 직관적인 느낌으로 수많은 남자들의 팔로우를 유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여성 독자들에게 소구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여친이 생리대를 사오라는데 뭘 사야 하나요?”에 대한 가이드처럼 남자들을 향해 ‘여자들은 이러니 좀 눈치 있게 굴어’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이영비 편집장: 섹스 피처를 비롯해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 있는 코너가 몇 개 있다. 그런데 의외로 남성들에 대해 알고 싶어서 본다기보다 지적 호기심이 강하거나 텍스트를 읽는 욕구가 강한 분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생리대에 대한 기사의 경우,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을 모두 깨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느 선까지는 괜찮겠다고 생각했고 이로 인해 전국의 많은 커플들 사이에 발생할 뻔 했던 갈등의 일부가 해결되었을 거다. (웃음)
그렇게 사소해 보이는 소재로 풍부한 기사를 만들어내려면 만드는 사람들 간의 소통이 중요할 것 같은데.
이영비 편집장: 만드는 사람이 재밌어야 보는 사람도 재밌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이라 해서 일하는 과정이 한없이 즐거울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우리가 침울해지면 안 되니까 침묵이 가져다주는 썰렁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에디터 한 명이 DJ를 맡아 우리 회사가 쓰는 3개 층에 음악을 튼다. 그리고 “우리가 소통하는 데 이 정도는 필요하다”며 경영진을 설득해서 당구대, 에어하키가 있는 게임룸을 만들었다. 술을 많이 먹지는 않지만 냉장고에는 맥주를 채워놨고, 조그만 부엌이 하나 있는데 바닥에 “No Sex While Others Eating”이라고 써있다. 그런 소소한 거라도 좀 재미있게, 서로 얘깃거리를 가질 수 있게 노력한다.
잡지를 만든다는 것, 특히 이번처럼 커버가 펑크 나거나 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굉장히 힘들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영비 편집장: 사람들이 재밌는 걸 좋아하고 나도 재밌는 걸 만드는 게 좋고, 사람들이 내가 만든 재밌는 걸 보고 좋아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다. 그리고 의 화자가 되는 그 남자가 여성인 내 입장에서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남자를 즐겁게 해 주고 싶고, 그가 계속해서 다른 남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대상이 되면 좋겠다. 우리가 여성의 섹시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화자인 이 남자가 그 여자를 음침한 데서 숨어서 좋아하란 얘기가 아니다. 좋아하면 좋다, 예쁘면 예쁘다, 사귀고 싶으면 사귀고 싶다고 접근할 수 있는 느낌으로 가는 거다. 그래서 이 남자가 나이 들수록 더 매력적이 되는 동네 형 같은 존재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필요하니까.
지금까지 이루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성공시키겠다고 생각하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면 뭔가.
이영비 편집장: 수지 커버! (웃음) 정말 좋아한다. JYP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막 나가거나 하지 않을 테니 수지를 달라! 글로벌판과도 콘텐츠를 제휴하니까 수지가 갖고 있는 매력이 세계로 우주로 뻗어나가게 해줄 수 있다!
글, 인터뷰. 최지은 five@
인터뷰. 강명석 기자 two@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