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찾아봐도 소위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자칭 “강렬한 눈썹과 앳된 쌍꺼풀”을 보유한 리더 수호부터 “우리와는 달리 진짜 남자답게”(세훈) 생긴 카이, “마린보이”를 떠올리게 하는 막내 세훈까지 EXO-K는 멤버 전원이 ‘비주얼 담당’인 아이돌 그룹이다. ‘태양계 외행성(Exoplanet)에서 온 새로운 스타’라는 콘셉트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외모는 무려 데뷔 100일 전부터 티저 영상을 공개하고 또 공개하던 자신감의 원천이었는지도 모른다.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다는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여섯 남자는 저마다 초능력을 장착한 후 지구인들 앞에 나타났다.
땅, 불, 바람, 물, 빛, 순간이동. 여섯 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생명도 감정도 따뜻함도 없고 언어 쓰레기만 나뒹구는 삭막한 벌판’을 향해 절규하는 타이틀곡 ‘MAMA’가 완성된다. 발랄한 사랑고백 노래도, ‘짐승돌’을 떠올리게 하는 거친 느낌의 노래도 아닌 ‘MAMA’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작되면 비장한 표정으로 한 명씩 차례로 일어나는 도입부를 비롯, 처음부터 끝까지 뚜렷한 콘셉트로 무대를 장악하고 듣는 이를 설득해야 하는 곡이다. 그런 점에서 “콘셉트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백현)거나 “오히려 참신해서 좋았다”(찬열)는 말은 자기 최면의 결과일까, 진심어린 믿음일까. 카이가 “전 원래부터 순간이동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구는 마력이 좀 약해서 힘들 것 같아요”라고 말을 꺼내면, 옆에 있던 찬열, 수호, 백현이 “순간이동이 가장 ‘간지’나는 능력”이라 입을 모으고 심지어 백현은 그 능력을 이용해 은행을 가겠노라 다짐한다. 허무맹랑한 상상력이라고 치부하기엔, EXO-K의 눈이 너무 초롱초롱하다.
모난 구석이 없는 순둥이 6명
조금 엉뚱하지만 절대 짓궂지는 않은 EXO-K는 개구쟁이라기보다는 모난 구석을 찾을 수 없는 순둥이에 가깝다. 막내 세훈이 가끔 “혼잣말을 가장한 반말”(카이)로 형들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그것은 “일종의 애교”(디오)일 뿐, 리더 수호가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맛있는 걸 많이 사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무대 위에서 외치는 구호처럼 ‘We are One’이 된다. 태어난 년도로 따지면 세훈과 함께 ‘막내라인’에 속하는 카이는 감기에 걸린 수호를 대신해 어른스럽고 능숙한 태도로 인터뷰를 이어나간다. 그래서 가장 마음이 여린 막내처럼 보이는 멤버는 디오다. 타이틀 곡 소개 당시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우월한 오케스트라’라고 잘못 말했던 실수담에 대해 디오가 고개를 푹 숙이며 “ㅇ이란 글자밖에 생각이 안 났어요”라고 털어놓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 틀린 줄도 몰랐어요”(백현),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죠”(카이), “그것도 신인이 하면 귀여워요”(세훈)라고 달래준다. EXO-K의 분위기 메이커를 맡고 있는 백현과 찬열도 특유의 장난기를 애써 숨기진 않지만, “전 열심히 췄는데 남들이 보기엔 웃긴가봐요”(백현)라고 인정하거나 ‘안무 연습할 때 남들보다 뒤처질까봐 걱정한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조용히 손을 들며 “춤신이 필요합니다”(찬열)라 외치는 등 그 화살은 상대방이 아닌 자신을 향한다.
보는 이가 질투 날 정도로 우월한 비주얼과 훈훈한 마음 씀씀이. 도저히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래서 이 무대에서 저 무대로 순간이동을 하거나 손바닥에서 빛이 나오는 것보다 더 대단해 보이는 초능력. 이쯤 되니 EXO-K가 정말 태양계 외행성에서 온 낯선 생명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별에 온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EXO-K는 “다음 앨범 때는 무엇이 됐든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은”(디오), 마음 같아서는 “무대에서 진짜 불을 쏴도 좋을 것 같은”(찬열)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니 기대보다는 긴장을 하는 편이 좋겠다. EXO-K가 신인상을 받고 “진짜 마마를 외치겠다”는 공약을 지킬 때까지.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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