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집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는 무엇입니까. 가장 편안해야 할 것도, 가장 즐거워야 할 것도 분명합니다. 보이는 것과 숨겨진 것, 내놓은 것과 감춰둔 것, 주어진 것과 가진 것, 그러니까 몸과 마음입니다. 그래서 밴드 몸과마음의 첫 EP 에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작심의 주먹이 불끈 새겨져 있습니다. 그 주먹이 거머쥔 것은 플라스틱데이, 3호선 버터플라이, 허클베리 핀, 코코어와 싸지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는 찬란하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밥도 술도 지붕도 충분히 만들어 주지 못했던 저주인지 숙명인지 알 수 없는 이름들이겠지요. 함부로 새어나올 수 없지만 어딘가로 보내버리지 않은 그 이름들은 밴드의 몸과마음에 보이지 않게 잘 새겨져 있습니다. 문신이 아닌 혈관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펄떡이는 마음, 피가 돌기 시작한 몸은 좀처럼 잘먹고 잘사는 방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데자뷰’처럼 강렬하게 처음 밴드를 결성하고 음악을 시작한 소년의 기억을 스스로 소환해 냅니다. 밥과 술과 지붕을 위해 몸과마음을 속이기보다는 그것이 나올 때까지 어떻게든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셈인가 봅니다. 그리고 지난날의 영광과 앞으로의 계산을 까맣게 지워낸 자리에 펼쳐놓은 소리는 ‘불꽃놀이’라는 제목만큼이나 붉고, 밝고, 아득해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뒤흔듭니다. 근사하게 차려입고, 비싼 표를 사지 않아도 멀리서 들려오는 펑, 펑 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볼 수 있는 불꽃놀이의 공평한 화려함이야말로 이들이 믿고 있는 음악의 정체이겠지요. 밴드의 이름을 영문으로 표기하면 momguamaum이라죠. 솔직해집시다. 사실 이들의 진짜 이름은 아마도 (내)몸과(내)마음이겠지요. 누구의 천명도, 방해도 받지 않을 내 가장 나중 지닌 바로 그것 말입니다.

글. 윤고모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