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MBC 월-금 오전 7시 50분
13회에서 재벌 2세 은석(추헌엽)과 사기 결혼 한 유란(고나은)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상호(윤희석)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변명한다. “처음엔 자존심 상하기 싫어서 한번 한 거짓말이 나도 모르는 새 눈덩이처럼 불어났어. 그 거짓말을 막기 위해서 또 거짓말을 하고 나중엔 나도 수습할 수가 없었다고.” 이 대사는 아침연속극의 매커니즘을 그대로 압축하고 있다. 치명적인 결핍이나 약점을 지닌 자가 있고, 그는 그것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동원하며, 발각 날 위기에 처할 때마다 또 다른 거짓말이나 범죄로 위기를 모면한다. 이때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들이 공모자 혹은 위협자로 개입하며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이런 식으로 갈등은 무한 연장되고 해결은 계속해서 지연된다.
17회는 그러한 매커니즘을 잘 보여준다. 유란 시댁에 상호의 엄마 영자(허윤정)가 찾아오고, 정체가 들통 날까 두려운 유란은 기절하는 척하며 자리를 피한다. 때마침 이날은 유란이 친정 엄마로 속인 말순(김동주)이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으며, 유란은 그녀가 영자와 마주치게 하지 않기 위해 급히 연락을 취한다. 계속된 통화 실패는 유란의 숨통을 조여오고 말순은 시댁 바로 앞에 와서야 전화를 받으며 유란의 한숨을 돌리게 한다. 이로써 1회분의 위기는 겨우 종료되지만, 유란의 거짓말에 대한 시어머니의 의심이 이어지며 또 다른 갈등이 다음 회로 넘어간다. 어찌 보면 아침연속극의 이러한 매커니즘은, 삶의 근본적 해결책은 요원하고 단지 그 날 그 날의 의무를 이행하며 살아가는 우리 일상의 매커니즘과 지독히도 흡사하다. 매번 같은 소재와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침드라마를 끊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한 회분의 스트레스와 일시적 해결이라는, 그 반복된 구조에 있다. 역시 아침연속극의 그러한 기능에 충실한 드라마다. 그 이상의 기대는 금물이다. 아침연속극 하루 이틀 볼 게 아니라면.
글. 김선영(TV평론가)
13회에서 재벌 2세 은석(추헌엽)과 사기 결혼 한 유란(고나은)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상호(윤희석)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변명한다. “처음엔 자존심 상하기 싫어서 한번 한 거짓말이 나도 모르는 새 눈덩이처럼 불어났어. 그 거짓말을 막기 위해서 또 거짓말을 하고 나중엔 나도 수습할 수가 없었다고.” 이 대사는 아침연속극의 매커니즘을 그대로 압축하고 있다. 치명적인 결핍이나 약점을 지닌 자가 있고, 그는 그것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동원하며, 발각 날 위기에 처할 때마다 또 다른 거짓말이나 범죄로 위기를 모면한다. 이때 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들이 공모자 혹은 위협자로 개입하며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이런 식으로 갈등은 무한 연장되고 해결은 계속해서 지연된다.
17회는 그러한 매커니즘을 잘 보여준다. 유란 시댁에 상호의 엄마 영자(허윤정)가 찾아오고, 정체가 들통 날까 두려운 유란은 기절하는 척하며 자리를 피한다. 때마침 이날은 유란이 친정 엄마로 속인 말순(김동주)이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으며, 유란은 그녀가 영자와 마주치게 하지 않기 위해 급히 연락을 취한다. 계속된 통화 실패는 유란의 숨통을 조여오고 말순은 시댁 바로 앞에 와서야 전화를 받으며 유란의 한숨을 돌리게 한다. 이로써 1회분의 위기는 겨우 종료되지만, 유란의 거짓말에 대한 시어머니의 의심이 이어지며 또 다른 갈등이 다음 회로 넘어간다. 어찌 보면 아침연속극의 이러한 매커니즘은, 삶의 근본적 해결책은 요원하고 단지 그 날 그 날의 의무를 이행하며 살아가는 우리 일상의 매커니즘과 지독히도 흡사하다. 매번 같은 소재와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침드라마를 끊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 한 회분의 스트레스와 일시적 해결이라는, 그 반복된 구조에 있다. 역시 아침연속극의 그러한 기능에 충실한 드라마다. 그 이상의 기대는 금물이다. 아침연속극 하루 이틀 볼 게 아니라면.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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