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하는 에서 결혼 소식을 알렸다. 는 김태호 PD가 연출하고, 출연진이 모두 나온다. 제작진도, 출연자도, 방송 내용도 과 같다. 다만 MBC가 아닌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김태호 PD가 파업중이어서다. KBS 기자들도 파업중이고, 뉴스를 만든다. 기자들은 KBS 대신 인터넷 방송 에서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 사찰을 폭로했다.

파업 때문에 의 출연자들을 짧은 인터넷 방송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민간인 불법 사찰을 제대로 보도하려면 파업을 해야 한다. MBC 노조원들이 만드는 인터넷 뉴스 방송은 다. 그들이 만들어야 ‘제대로’ 방송할 수 있다는 것. 방송사 노조원들은 방송사 대신 만드는 사람의 이름을, 콘텐츠의 유통 경로대신 내용물의 힘으로 대중을 설득한다. 반면 MBC 사측은 프리랜서 앵커와 계약직 기자를 채용, 파업 중인 언론인들을 대체한다. 새로운 앵커와 기자들에 대한 평가는 방송이 나온 뒤 할 일이다. 다만 사측이 누가, 어떤 콘텐츠를 만드느냐 보다 MBC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

최소한의 설득도 하지 않는 물리력의 행사

과거 방송사 파업은 파업의 책임을 놓고 노사가 공방을 벌였다. 파업을 하면 정상적인 방송이 안 되고, 노사는 서로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 중 여론의 압박을 받는 쪽이, 또는 더 급한 쪽이 양보한다. 반면 지금 노조는 일을 놓는 것을 넘어 새로 방송을 만든다. 사측도 방송의 공백을 드러내는 대신 어떻게든 방송을 제작한다. 방송사의 지원 없는 방송과 노조원 없는 방송. 방송사 파업은 2012년이 미디어, 그리고 시대의 패러다임에 대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MBC는 김재철 사장 부임 후 효율과 수익을 경영의 명분으로 삼았다. 손석희 교수를 에서 하차시킨 명분은 높은 출연료였고, 와 의 폐지는 낮은 시청률 때문이었다. 파업 중 프리랜서 앵커로 뉴스를 방송하겠다는 결정은 이런 경영의 극단이다. 수익이 기준일 때 방송은 무조건 제작되는 것이 좋고, 그렇다면 파업 중인 노조원을 설득하는 것보다 프리랜서 앵커를 고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대신 기존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이나 공영방송에서 언론사로서의 공영성을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큰 집(청와대)에서 조인트”를 깠다고 할 만큼 청와대와 정치적으로 연결된 김재철 사장이 수익성만을 추구했으리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사 프로그램 폐지 이유로 수익성을 내세우는 것은 표면적일지라도 경영 방침을 설득하는 행위다. 그러나 계약직 기자의 채용은 최소한의 설득도 없는 물리력의 행사다. 경영 방침에 따르지 않으면, 일을 뺐겠다. 그리고, 노조는 아예 방송사 바깥에서 방송을 만드는 것으로 대응한다.

시청자의 선택은 무엇이 될 것인가

그래서 방송사 파업과 김제동 등 유명인에 대한 불법사찰은 같은 흐름 속에 있다. 정부 여당은 MBC 을 고소했고, 날치기를 통해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했다. 종합편성채널의 허가 명분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다. 방송사의 경영진이 그러하듯, 정부 여당은 법과 수익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민간인 불법사찰은 문자 그대로 불법이다. 권력이 누군가를 감시하고, 영향력 있는 유명인은 국정원이 나서 정치적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정부 여당이 최소한의 명분 없이 누군가의 입을 틀어막고 있을 때 언론인들은 파업했고, 인터넷을 통해 불법 사찰을 보도했다. 방송사나 세상이나 더 이상 명분 싸움이나 설득은 없다. 한 쪽은 이기고, 한 쪽은 패배하는 힘과 힘의 대결만이 남았다.

싸움의 결과는 만드는 자의 설득과 보는 자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MBC 은 김재철 사장이 경영의 수익성을 강조하며 만들어낸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시즌 2의 마지막 회 시청률은 10% 초반이었다. 20%를 넘긴 시즌 1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하지만 MBC는 의 광고 완판을 강조한다. 광고 완판을 통해 시즌 1의 광고 수익을 넘어섰다는 주장이다. 김재철 사장에게 전 시즌만 못한 의 시청률이나 MBC 의 시청률 참패는 가장 뼈아픈 부분일 것이다. 파업 중인 노조를 배제하고 방송을 만드는 최후의 수단을 꺼낸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유능한 사장이라는 평가는 그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반대로 노조는 파업과 인터넷 방송을 통해 회사가 아닌 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가치를 대중에게 설득한다. 그것은 김태호 PD 대신 다른 누군가 을 만들어도 되는가, 프리랜서 앵커가 를 진행해도 괜찮은가에 대한 질문과 같다. 김태호 PD 없는 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를 누가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좀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와 를 모두 찾아보거나, 노사 양측의 콘텐츠 중 어느 쪽이 자신에게 좋은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어쩌면 지리할 수도 있는 그 판단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대중은 어느 쪽이든 스스로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이 귀찮다면, TV로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 살던대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각자의 선택 중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의 선택은 세상을 바꿔 놓을 것이다. 옳든 그르든,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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