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의 특징
① 故 이청준 작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2010년 초연된 뮤지컬로 한 여인이 예술을 통해 다투고 화해하며 인생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② 판소리를 소재로 삼았지만 대중음악 작곡가인 윤일상이 30여곡의 넘버를 작곡하였고, 국악인 이자람은 극 중간중간 삽입된 소리를 작창했다. 특히 이중 팝음악은 극의 80%를 차지하며 팝과 클래식, 록과 판소리가 공존하는 독특한 음악이 탄생되었다.
③ 작품성과 별개로 대중의 관심이 적었던 초연의 실패를 딛고 2년 만에 재공연된 는 4월 22일까지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소리수업 1: ‘살다보면’
어머니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동호를 위로하며 부르는 송화의 노래. ‘살다보면 살아진다’라 얘기하는 이 곡은 철학적인 가사에 감성적인 멜로디가 더해져 부르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를 치유해주는 의 대표곡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해 MBC 에서 함은정이 부르기도 했다. 여인은 강압적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서 튕겨나가버린 동생 사이에서 모든 것을 감싸 안아야 했다. 지전(한지로 만든 벽) 위로 계절을 담은 400여장의 묵화 유랑길을 셋이서, 둘이서, 혼자서 걸어갔던 여인은 길에 흩뿌려진 눈물과 폭포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내지른 뱃심으로 예인이 된다. 변치 않는 모습의 송화는 예인이자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판소리를 의미하고, 그녀의 삶을 향한 뜨거운 눈물은 판소리를 향한 예로 다시 태어난다. 초연부터 함께해온 차지연의 송화가 서글픔의 한복판에 있다면, 이자람은 “다 지나갔어”라는 말의 깊이를 담아내는 송화로 무대에서 피어난다. 또한 초연 당시 동호모로 출연했던 이영미는 이후 판소리를 배워 새로운 송화로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
소리수업 2: ‘청춘이 묻는다’
아버지에 의해 눈이 먼 송화와 우연히 재회한 후 슬픔에 겨워 부르는 동호의 노래. 소설,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서의 동호는 가족을 떠나 미 8군에서 록커가 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제 어미를 죽이고 누나를 괴롭히는 소리로부터 벗어난 그가 ‘반항’의 록에 빠지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는 새로운 소리에 자연스레 이끌리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소리를 찾고자 했던 동호 역시 또 한 명의 예술가로 평가한다. 전통을 외면했지만 이후 송화와 동호가 재회함으로서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두 소리는 하나가 된다. 이는 가 단순히 판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소리’라는 본질 자체에 대한 이야기임을 시사한다.

소리수업 3: ‘세상의 왕’
소리 하나로 세상 사람들을 울리고 웃길 줄 알았던 유봉의 노래. 소리판에서 유봉은 소리도둑으로 불렸다. 이름을 향한 조급함은 그로 하여금 스승의 자리를 빼앗게 했고, 귀동냥으로 익힌 누더기 같은 소리는 결국 완성되지 못했으며, 못다 이룬 꿈은 송화와 동호를 향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끊임없이 후회하고 한계에 부딪히며 좌절하는 유봉은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꽤 많이 닮았다. 하지만 판소리 다섯 바탕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안무가 무대 위에 펼쳐지면 유봉은 세상에서 가장 당당한 왕이 되어 노래한다. 다른 뮤지컬들과 달리 는 한의 정서를 위해 한국무용을 기본으로 안무가 짜여졌고, 특히 유봉의 장례신은 송화의 초혼(招魂)과 굿을 형상화한 안무가 곁들어져 산자와 죽은자의 만남을 독특하게 연출해낸다. , 과 같은 작품을 통해 무대 위 움직임을 중시했던 이지나 연출가의 의도가 잘 반영된 신이다.

소리수업 4: ‘심청가’
가족의 노래. 소리를 둘러싸고 50년간 지속되었던 가족의 희로애락은 극 곳곳에 등장하는 ‘심청가’로 대변된다. 다른 소리를 꿈꾸는 동호를 철없는 혈기라고 나무랄때도, 유봉이 소리도둑이었음을 남매가 알게 됐을 때도, 송화와 동호가 결국 재회했을 때도 그들이 부르는 것은 ‘심청가’다. 특히 마지막에 이르러 송화가 토하듯 소리하는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은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빠진 심청과 아버지에 의해 장님이 된 송화가 겹쳐지며 송화의 소리와 인생이 함께 완성된다. 아무런 세트도 앙상블도 없이 6분간 오롯이 송화에게서 흘러나오는 ‘심청가’는 오히려 비어 있어 더 아련하다. 그렇게 가족은 ‘심청가’로 싸우고, 다시 ‘심청가’로 화해한다.
하늘에서도 보고 계시죠?
모든 사람이 반대했다. 하지만 한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설득한 이가 있어 뮤지컬 는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500석 규모의 객석이 20명밖에 차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결국 초연은 흥행에 참패했고 당시 피앤피컴퍼니의 조왕연 대표는 이에 대한 부담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그가 별세한지 1달 만에 는 더뮤지컬어워즈에서 5관왕을 차지했다. 극본상을 수상한 조광화 작가는 비통한 심경으로 장문의 수상소감을 읽어 내려갔고, 이후 ‘최악이 아닌 차악’으로 가 선택되었다는 칼럼은 조광화 작가로 하여금 상을 반납하게 했다. 사건 9개월 만에 가 다시 공연되고 있다. 처음 의도했던대로 대극장에 무대를 세웠고, 이름 있는 배우들이 동호와 송화를 탐냈다. 더 이상 관객들도 를 어려워하지 않고 함께 눈물 흘리게 됐다. 하지만 그 가치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더 이상 세상에 없다.

사진제공. 오넬컴퍼니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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