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 MBC 목 밤 9시 55분
녹영(전미선)이 위령제를 행하며 남긴 기원, 즉 “희망을 품은 하나의 태양, 하나의 달”은 의 모든 세계관을 압축한다. 그 기원은 처음부터 이 드라마를 지배해 온 “두 개의 달과 두 개의 태양”이라는 불안한 예언의 종식이며, 그것이 확인한 것은 결국 진짜 태양 훤(김수현)과 달 연우(한가인)의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사랑이라는 공고한 멜로드라마의 신화다. 그 순정한 신화를 강조하기 위해 은 순결한 사랑과 그에 장애가 되는 세력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시종일관 고수해왔다. 두 개의 달과 태양이라는 구도도 남녀 주인공을 둘러싼 사각관계 로맨스의 예정된 운명을 주술적 언어로 풀이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진짜 태양과 달이 될 수 없는 사각관계의 조연 양명(정일우)과 보경(김민서)은 쓸쓸한 죽음으로 퇴장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이 작품의 세계관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의 진정한 의의는, 윤석호 감독의 동어반복적 계절연작 이후로 쇠퇴해온 첫사랑 멜로 장르에 사극의 틀을 빌려 새롭고 강력한 판타지를 개척해냈다는 것이다. 첫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는 남자주인공은 흔하지만 훤은 왕이기에 그 순정과 순결이 더 고귀해보일 수 있었고, 합방은 왕의 후사의 의미까지 지니기 때문에 남녀 주인공의 육체적 결합을 더 대단한 이벤트로 포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도구는 사극이기에 끌어올 수 있었던 주술이다. 이 작품에서 주술은 로맨스를 위한 절대마법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활용된다. 달과 태양의 예언뿐만 아니라, 훤과 연우 멜로의 고비마다 액받이, 혼령받이 등 온갖 받이주술이 전환점을 마련했고 사랑의 방해 세력은 흑주술을 통해 그들에게 시련을 부여했다. 그로 인해 극의 개연성은 허술해지고 완성도에도 치명적인 결점을 남겼지만, 이 작품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은 오로지 첫사랑 판타지를 주술적 언어로 다시 쓰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온 순정멜로사극이기 때문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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