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 수-목 SBS 오후 9시 55분
드라마는 결국 갈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결국 극이 진행되면서 쌓아올려진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 하는 것은 드라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윤성(지진희)과 다진(구혜선) 사이에 있다. 그래서 다진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해 윤성이 결정적인 원인 제공을 했다는 사실을 다진이 어떻게 알게 되는지, 그리고 그 고통스러운 진실을 다진이 어떻게 직면하는지는 이 드라마의 클라이막스여야 한다. 하지만 윤성의 비장한 고백이 무색하게 다진이 모든 것을 알게 된 뒤에도 극은 정점을 찍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한다. 다진은 크게 앓고 난 뒤 윤성을 피하는 것으로 갈등에서 벗어나려하고, 윤성은 그 중요한 순간까지도 가만히 다진의 선택을 기다린다.

그렇게 갈등이 정체되자 결국 선택하게 되는 것은 지금까지 있어온 일들의 또 다른 반복이거나 차라리 가지 않는 게 나았을 길이다. 다진이 윤성과 다시 마주치기 위해서 뽀송이는 또 한 번 아파야 하고, 지원(유선)의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 비행 중 출산이라는 드문 사건도 한 번 더 발생해야 한다. 각종 민폐와 사고를 일으키는 부기장이었던 다진이 침착하게 기내 출산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일견 성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 충분한 설득력이 없었다면 결국 일관성 없는 변화일 뿐이다. 윤성이든 홍인태(최일화)든 과거의 비밀을 모두 고백으로 풀어내버리는 안일함도 문제지만, 남은 2회를 위해 미주(클라라)를 대책 없는 악녀로만 만들어버리는 것은 더욱 당황스럽다. 18회까지 이르는 동안 제대로 된 캐릭터도, 서사도 쌓지 못했으니 자극적인 사건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어쩌면 예상된 것이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다음 장면이 쉽게 예상되는 드라마에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은 2회를 통해 어떤 결말을 맺든, 은 무언가를 부탁하기에는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는 드라마로 기억될 확률이 높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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