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에서 다들 은재(이시영)에게 빠져있다는 거 압니다. 같은 여자가 봐도 사랑스러운 거, 저도 안다고요. 그래도 전 자꾸만 무열(이동욱)이가 신경 쓰이는 거 있죠? 은재에게 “가끔 야구가 사람을 구해”라고 말한 뒤 집에 들어갈 때, 퇴출 위기에 처해 동수(오만석)를 찾아가 “인생 잘못 산 것 같다”며 한숨 쉴 때, 무열의 뒷모습이 어찌나 쓸쓸하던지. 거기까진 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동욱의 핏기 없는 얼굴과 초점 없는 눈동자만큼은 외면하기 힘들어요. 너무 섹시해서 정말 미추어버리겠습니다. (공릉동에서 유 모양)


환자분, 이건 이동욱이에요. 물에 빠져 감기 몸살이 걸렸을 때도 축 처진 어깨가 묘하게 섹시해보이고, 꽃뱀한테 당할 뻔했던 다급한 상황에서도 무열의 허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수건만 눈에 들어오고, 발작하는 종희(제시카)를 안심시키기 위해 꽉 안아주는 모습도 은근히 야하게 느껴지셨죠? 환자분이 이 남자를 박무열이 아니라 이동욱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여자 마음 하나 몰라주는 못난 박무열이 아니라 군대 다녀와도 피부색 하나 변함없는 하얀 천사 이동욱이요. 이제 은재가 왜 무열의 잠든 얼굴을 빤히 쳐다봤는지 이해하시겠죠? 어디 하나 버릴 데가 없는 얼굴이거든요. 심지어 제멋대로 난 수염까지 멋있습니다. 보통 사랑하는 사람의 잠든 모습을 보면 아기 같다고들 하지만, 이동욱 만큼은 예외입니다. 그냥 남자에요. 그것도 쳐다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떨리는 그런 남자요. 물론 환자분들의 심장이 가장 떨릴 때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 되어 곧 쓰러질 것 같은 얼굴로 은재와 동수를 찾는 순간이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무열이 야속해보일지라도 그의 얼굴이 자꾸 아른거리는 건, 환자분이 이동욱의 전작에 이미 길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친구 성구(정겨운)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애써 외면하고 살았던 MBC 의 준수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연인 연재(김선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옆에서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는 것밖에 없었던 SBS 의 지욱도 모두 가슴에 상처를 품은 남자였잖아요. 그러니 무열의 콧수염을 볼 때마다 자꾸 준수가 떠오르고, 무열의 상반신 누드를 볼 때마다 울면서 샤워하던 지욱의 모습이 생각나는 겁니다. 그동안 이동욱이 연기했던 인물을 잘 생각해보세요. 물가에 내놓은 자식처럼 늘 걱정되고 딱해 보이고 나의 드넓은 어깨를 빌려주고 싶지 않았나요? 이동욱이 슬쩍 고개를 들어 글썽거리는 눈빛으로 제발 가지 말라고, 하루만 더 있어주면 안되냐고 하는데 어느 여자가 냉정하게 뿌리치고 갈 수 있겠어요. 의사로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이 아니라, 솔직히 이동욱 앓이는 예고된 질병이었습니다. 환자분들도 이동욱의 출연작을 하나 둘 씩 볼 때마다 느끼셨을 겁니다. 내가 블랙홀에 빠지고 있구나. 그런데요, 가끔은 끝까지 아파봐야 그 병이 치유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은 약이 아니라 독, 눈으로 읽기만 해도 온 몸이 저려오는 이동욱의 잔상을 권해드립니다.앓포인트: [나는 이동욱이 아프다], “불 켜진 집이 보고 싶어서 왔어요. 어쩌면 창가에 서 있을지도 몰라서.”
성구의 유골을 강가에 뿌려주고 집에 오는 길, 준수는 지하주차장에서 성구 아버지가 보낸 사람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 피투성이가 된 채 혜진(오연수)의 집을 찾아가는 준수의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보고 울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입을 떼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임에도 혜진을 만났다는 사실에 희미한 미소를 보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도 당신의 상처받은 영혼을 볼 수 있다”고 확신하는 준수의 절절한 고백이 가슴을 후벼판다.

, “이럴 땐 어떡해야 되는 거에요? 두려워요”
옷을 벗는 것을 잊어버린걸까 아니면 벗을 힘이 없었던 걸까. 연재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밤새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마신 지욱은 옷을 입은 채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아무런 대사도 없는 짧은 신이었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먼저 떠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잘 표현했다는 느낌…따위는 집어치우고 어떤 샤워 신보다 여운이 오래 가는 장면이다. 지욱이 엄마 산소를 찾아가 했던 하소연처럼, 이럴 땐 정말 어떡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 “야구는 가끔 사람을 구해”
누군가는 무열을 ‘야구하는 깡패’라 부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야구를 ‘그깟 공놀이’라 말하지만, 무열에게 야구란 자신을 세상 밖으로 꺼내준 일종의 구원자다. 그래서 무열은 지역 연고도 없는 ‘블루 시걸즈’ 팀의 우승이 자신에게 힘이 됐다고 믿는 은재의 말을 비웃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야구는 가끔 사람을 구해”라고 말한 뒤 약 2초가량의 침묵은 “야구를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그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야구는 가끔 사람을 구하지만, 이동욱은 항상 우리를 울린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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