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동안 KBS 에서 김병만은 달인이었다. 물속에서 라면 먹기부터 외줄타기까지, 그가 보여준 도전은 웃음을 넘어 경외심마저 들게 했다. 하지만 극한의 정글 체험을 담은 SBS (이하 )을 통해, 김병만은 달인에서 ‘신(神)’으로 승격됐다. 의식주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정글에서 그는 음식을 구하기 위해 새총만으로 나무 위의 뱀을 잡고 가시덩굴로 숨은 뿔닭을 잡았다. 집은 물론이고 강을 건널 뗏목까지 직접 만든 그는 맨몸으로 45m 나무에 오르고 심지어 젖은 나무로 불을 피우기도 했다. 단순히 노력의 차원을 넘어 기어코 이뤄내고 마는 김병만은 무엇이든 원하면 할 수 있는 신에 가까웠고, 그의 이런 모습은 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오는 22일 방송될 스페셜을 앞두고 그동안 ‘병만 신’이 보여준 기적을 전하려 한다. 참고로 이 기록문은 타 종교와 관계없이 오로지 병만 신의, 병만 신에 의한, 병만 신을 위한 것이며 방송을 토대로 각색된 것임을 밝혀 둔다.
처음에 병만 신께서 나미비아 에푸파의 외딴 섬 위에 보금자리를 창조하시니라. 모래 부지는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악어가 강을 덮고 병만 신의 영이 모래 위에 떠다니고 있었다. 병만 신께서 말씀하시기를 “집이 생겨라” 하시자 집이 생겼다. 병만 신의 손이 닿으니 나무는 기둥이 되었고 잎은 지붕이 되었고 비도 새지 않았느니라. 그 때에 병만 신께서는 제자 중 리키 김의 아내가 “병느님, 저희 남편은 아침마다 일정한 시각에 거사를 치르오니 굽어 살피소서”라 청원을 올리자, 해우소를 만들고 아내에게 이르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리키 김의 아침은 가벼울 것이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오니 나흘이 지났다. 병만 신께서 힘바 부족을 찾으시어 말씀하셨나이다. “그늘이 부족하니 쉴 곳을 만들리라. 완성되기 전 그늘 집 지붕에서 내려가지 않을 것이니, 너희는 나를 믿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풍악을 울려라” 하시니 힘바 족 여인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병만 신께서 쿠네네 강가를 지나가시다가, 모기장으로 물고기를 잡는 제자 리키와 광희를 보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통발을 만들어 보이겠다.” 나뭇가지로 바늘을 빚으시고 구멍에 숨결을 불어넣으시니 말씀 그대로 모기장은 곧 통발이 되었다. 이윽고 어둠이 내리자 병만 신은 배 곪는 제자들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에 칼 한 자루를 들어 홀연히 강가로 가시었도다. 눈을 부릅뜨시고 조용히 칼로 강 한가운데를 내리 치시니, 물고기 30마리가 기꺼이 제물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제자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뼈를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그 무렵 병만 신은 근처의 배에 올라 파푸아 강가로 나아가셨다. 사방이 어둠으로 가득 찬 그 때, 병만 신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니, 보이지 않던 새우가 잡히고 작살이 물고기에 꽂히기도 전에 “이건 잡은 것이다”라고 예언하셨다. 마중 나온 제자 우진은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읊조렸으니 이로써 밤낚시의 기적이 일어났도다.
그 때에 병만 신 제자들은 스태프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었다. 제대로 먹지 못해 제자 류담의 배는 들어갔고 광희는 초췌해졌고 탈출의 기회는 요원했다. 그 때, 병만 신께서 말씀하셨다. “큰 통나무가 어디 있는지만 내게 알려라.” 이튿날 두꺼운 통나무에 불을 지피시니, 나무는 약해지고 병만 신의 도끼는 강해졌으며 통나무는 곧 뗏목이 되었다. 병만 신께서 잔가지와 빈 통으로 뗏목을 채우시니, 그 원리 부력이니라. 신께서 삿대를 저으니 빠른 물살 속 뗏목의 방향이 잡히고 눈 깜짝할 사이 육지에 닿았도다. 이다음 파푸아 강가를 건너실 무렵, 물살은 거세고 수심은 깊어 제자 리키가 도탄에 빠지자 힘들게 구한 바나나를 포기하라는 지혜를 발휘하시니, 이 또한 병만 신의 은덕이었다. 코로와이 족 마을에 향하던 중 병만 신은 또 다시 강을 만났고 제자들을 위해 직접 몸을 던져지셨도다. 병만 신의 손이 닿자마자 주변 나뭇가지는 넝쿨이 되고 가방을 옮긴 지혜의 밧줄이 되었으니, 그 때에 병만 신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나이다. “물 속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면 사느니라.”
병만 신께서 오수를 청하실 때 제자 광희가 급하게 외쳤다. “스승님, 뱀입니다!” 그 외침을 들은 병만 신께서는 조용히 주위를 물리시고 새총을 잡을 뿐이셨도다. 신께서 만드신 생물 중 가장 간교한 것이 뱀이었으니, 은신처 또한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굵기와 모양이 똑같은 넝쿨이었다. 병만 신이 30m 높이의 나무로 새총을 겨눴지만, 제자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묵묵히 뱀을 향해 새총을 쏜 병만 신은 단 세 번 만에 뱀을 떨어뜨리셨도다. 과거 뱀 굵기 만한 촛대를 맞춘 기적을 보이신 바, 믿음이 부족한 제자들은 또 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간교한 뱀을 잡아 제자를 살리고 코피 쏟은 제자에게 나눠주시니, 이것이야 말로 일석이조니라. 그 무렵 코로와이 족 마을로 가던 병만 신은 독침을 준비하셨다. 45m 나무를 타고 내려온 코로와이 족은 큰 화살과 돌도끼를 갖고 있었는데, 병만 신은 비밀병기 독침으로 페트병을 뚫어 위엄을 보이셨도다. 의기양양해 하는 제자들에게 따끔하게 하신 말씀, “잘난 체하지 말거라” 였으니 자신을 낮추는 자 높아질 것이며, 자신을 높이는 자 낮아질 거란 뜻이었다.
본래 하늘에서 내려온 병만 신께서는 끊임없이 하늘 세상을 그리워하셨다. 자신이 없다면 불도 피우지 못할 중생들을 어여삐 여겨 귀천을 늦추고 계셨으니, 이는 병만 족에게 내려진 큰 은혜였다. 힘바 족 마을을 거닐던 어느 날, 병만 신께서는 20m 나무 위에서 숙성된 팜 와인을 마시는 부족들을 보셨도다. 이에 병만 신은 맨몸으로 나무를 타시고 눈 깜짝할 사이 정상에 이르러 와인을 시음하셨으니, 그 맛에 취해 힘바 어로 말씀하셨다. “이리나와(맛있도다).” 힘바 족에게 기적을 보여준 병만 신께서는 코로와이 족 마을로 거처를 옮기셨다. 이튿날 병만 신께서는 나무숲 전망을 보고 싶어 하셨으니, 어느새 45m 나무 위에 있는 코로와이 족 집을 향해 오르고 계셨다. 이대로 귀천하실까 염려한 제자들은 병만 신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쉬지 않고 나무를 타시니, 허공에 땅이 있는 듯 편해보이셨느니라. 어느 새 정상에 오른 병만 신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숲으로 이루어진 바다이니라.” 병만 신께서 위에서 보시니 참 좋았다.
병만 족에게는 불이 없었다. 하루는 병만 신과 제자들이 인도네시아에 터를 잡았는데 고약한 해충이 날아들었고 병만 신은 집을 만드시는 기적을 행하고 계셨다. 병사 시절 불을 잘 피웠던 새 제자 광규가 불씨를 책임졌지만 날은 어둡고 나무는 축축하기만 했다. 제자 광규는 절망에 빠졌고 다른 제자 모두 해충과 굶주림으로 고난을 겪고 있을 때, 병만 신이 나타나시어 입김을 불어 넣으셨도다. 그 순간 젖은 나무가 타기 시작했으며 불은 활활 타올랐다. 이를 본 제자들은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글 탈출을 앞둔 어느 날, 병만 신은 또 다시 젖은 나무와 종이로 불씨를 만들기 시작했다. 제자들 모두 “스승님, 습기가 너무 많습니다”라고 했지만 병만 신은 꿈쩍도 하지 않고 사악한 모기를 쫓을 불을 완성하는 기적을 보여주셨다. 이 기적은 제자들 뿐 아니라 후세 사람들에게도 의지의 가르침이 되었으니, 이는 곧 ‘불고 또 불어라. 그러면 붙을 것이다’였도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편집. 장경진 three@
처음에 병만 신께서 나미비아 에푸파의 외딴 섬 위에 보금자리를 창조하시니라. 모래 부지는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악어가 강을 덮고 병만 신의 영이 모래 위에 떠다니고 있었다. 병만 신께서 말씀하시기를 “집이 생겨라” 하시자 집이 생겼다. 병만 신의 손이 닿으니 나무는 기둥이 되었고 잎은 지붕이 되었고 비도 새지 않았느니라. 그 때에 병만 신께서는 제자 중 리키 김의 아내가 “병느님, 저희 남편은 아침마다 일정한 시각에 거사를 치르오니 굽어 살피소서”라 청원을 올리자, 해우소를 만들고 아내에게 이르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리키 김의 아침은 가벼울 것이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오니 나흘이 지났다. 병만 신께서 힘바 부족을 찾으시어 말씀하셨나이다. “그늘이 부족하니 쉴 곳을 만들리라. 완성되기 전 그늘 집 지붕에서 내려가지 않을 것이니, 너희는 나를 믿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풍악을 울려라” 하시니 힘바 족 여인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병만 신께서 쿠네네 강가를 지나가시다가, 모기장으로 물고기를 잡는 제자 리키와 광희를 보고 말씀하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통발을 만들어 보이겠다.” 나뭇가지로 바늘을 빚으시고 구멍에 숨결을 불어넣으시니 말씀 그대로 모기장은 곧 통발이 되었다. 이윽고 어둠이 내리자 병만 신은 배 곪는 제자들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에 칼 한 자루를 들어 홀연히 강가로 가시었도다. 눈을 부릅뜨시고 조용히 칼로 강 한가운데를 내리 치시니, 물고기 30마리가 기꺼이 제물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제자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뼈를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그 무렵 병만 신은 근처의 배에 올라 파푸아 강가로 나아가셨다. 사방이 어둠으로 가득 찬 그 때, 병만 신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니, 보이지 않던 새우가 잡히고 작살이 물고기에 꽂히기도 전에 “이건 잡은 것이다”라고 예언하셨다. 마중 나온 제자 우진은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읊조렸으니 이로써 밤낚시의 기적이 일어났도다.
그 때에 병만 신 제자들은 스태프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었다. 제대로 먹지 못해 제자 류담의 배는 들어갔고 광희는 초췌해졌고 탈출의 기회는 요원했다. 그 때, 병만 신께서 말씀하셨다. “큰 통나무가 어디 있는지만 내게 알려라.” 이튿날 두꺼운 통나무에 불을 지피시니, 나무는 약해지고 병만 신의 도끼는 강해졌으며 통나무는 곧 뗏목이 되었다. 병만 신께서 잔가지와 빈 통으로 뗏목을 채우시니, 그 원리 부력이니라. 신께서 삿대를 저으니 빠른 물살 속 뗏목의 방향이 잡히고 눈 깜짝할 사이 육지에 닿았도다. 이다음 파푸아 강가를 건너실 무렵, 물살은 거세고 수심은 깊어 제자 리키가 도탄에 빠지자 힘들게 구한 바나나를 포기하라는 지혜를 발휘하시니, 이 또한 병만 신의 은덕이었다. 코로와이 족 마을에 향하던 중 병만 신은 또 다시 강을 만났고 제자들을 위해 직접 몸을 던져지셨도다. 병만 신의 손이 닿자마자 주변 나뭇가지는 넝쿨이 되고 가방을 옮긴 지혜의 밧줄이 되었으니, 그 때에 병만 신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나이다. “물 속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면 사느니라.”
병만 신께서 오수를 청하실 때 제자 광희가 급하게 외쳤다. “스승님, 뱀입니다!” 그 외침을 들은 병만 신께서는 조용히 주위를 물리시고 새총을 잡을 뿐이셨도다. 신께서 만드신 생물 중 가장 간교한 것이 뱀이었으니, 은신처 또한 자신을 숨길 수 있는 굵기와 모양이 똑같은 넝쿨이었다. 병만 신이 30m 높이의 나무로 새총을 겨눴지만, 제자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다. 묵묵히 뱀을 향해 새총을 쏜 병만 신은 단 세 번 만에 뱀을 떨어뜨리셨도다. 과거 뱀 굵기 만한 촛대를 맞춘 기적을 보이신 바, 믿음이 부족한 제자들은 또 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간교한 뱀을 잡아 제자를 살리고 코피 쏟은 제자에게 나눠주시니, 이것이야 말로 일석이조니라. 그 무렵 코로와이 족 마을로 가던 병만 신은 독침을 준비하셨다. 45m 나무를 타고 내려온 코로와이 족은 큰 화살과 돌도끼를 갖고 있었는데, 병만 신은 비밀병기 독침으로 페트병을 뚫어 위엄을 보이셨도다. 의기양양해 하는 제자들에게 따끔하게 하신 말씀, “잘난 체하지 말거라” 였으니 자신을 낮추는 자 높아질 것이며, 자신을 높이는 자 낮아질 거란 뜻이었다.
본래 하늘에서 내려온 병만 신께서는 끊임없이 하늘 세상을 그리워하셨다. 자신이 없다면 불도 피우지 못할 중생들을 어여삐 여겨 귀천을 늦추고 계셨으니, 이는 병만 족에게 내려진 큰 은혜였다. 힘바 족 마을을 거닐던 어느 날, 병만 신께서는 20m 나무 위에서 숙성된 팜 와인을 마시는 부족들을 보셨도다. 이에 병만 신은 맨몸으로 나무를 타시고 눈 깜짝할 사이 정상에 이르러 와인을 시음하셨으니, 그 맛에 취해 힘바 어로 말씀하셨다. “이리나와(맛있도다).” 힘바 족에게 기적을 보여준 병만 신께서는 코로와이 족 마을로 거처를 옮기셨다. 이튿날 병만 신께서는 나무숲 전망을 보고 싶어 하셨으니, 어느새 45m 나무 위에 있는 코로와이 족 집을 향해 오르고 계셨다. 이대로 귀천하실까 염려한 제자들은 병만 신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쉬지 않고 나무를 타시니, 허공에 땅이 있는 듯 편해보이셨느니라. 어느 새 정상에 오른 병만 신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숲으로 이루어진 바다이니라.” 병만 신께서 위에서 보시니 참 좋았다.
병만 족에게는 불이 없었다. 하루는 병만 신과 제자들이 인도네시아에 터를 잡았는데 고약한 해충이 날아들었고 병만 신은 집을 만드시는 기적을 행하고 계셨다. 병사 시절 불을 잘 피웠던 새 제자 광규가 불씨를 책임졌지만 날은 어둡고 나무는 축축하기만 했다. 제자 광규는 절망에 빠졌고 다른 제자 모두 해충과 굶주림으로 고난을 겪고 있을 때, 병만 신이 나타나시어 입김을 불어 넣으셨도다. 그 순간 젖은 나무가 타기 시작했으며 불은 활활 타올랐다. 이를 본 제자들은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글 탈출을 앞둔 어느 날, 병만 신은 또 다시 젖은 나무와 종이로 불씨를 만들기 시작했다. 제자들 모두 “스승님, 습기가 너무 많습니다”라고 했지만 병만 신은 꿈쩍도 하지 않고 사악한 모기를 쫓을 불을 완성하는 기적을 보여주셨다. 이 기적은 제자들 뿐 아니라 후세 사람들에게도 의지의 가르침이 되었으니, 이는 곧 ‘불고 또 불어라. 그러면 붙을 것이다’였도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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