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MBC 밤 11시 15분
최근 몇 주간의 를 예전만큼 수려한 토크쇼라 말하긴 어렵다. 매번 비슷한 풍경의 골방에서 의 장기였던 기획섭외의 위력은 약해졌고, 대화의 맥이 끊기는 순간은 예전보다 잦아졌다. 그래서였을까. 서울예대 89학번 동기 장진, 장항준, 장현성, 정웅인이 출연한 어제의 는 친구들의 대화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분명해 보이는 기획이었다. 과연 서로를 잘 아는 네 명은 서로의 이야기를 거들어 주고, 이야기가 훈훈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싶으면 숨은 비사를 꺼내 토크에 리듬을 부여했다. “장진보다 딱 하루 더 살아서 그 하루 동안 장진을 씹겠다”는 장항준의 질투에서 출발해, 석연찮은 영화의 오디션을 봤던 추억을 공유하는 장진과 장현성을 거쳐, 서울예대 시절 자부심에 차 있던 친구들을 회상하는 정웅인으로 연결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은 분명 함께 보낸 24년이란 세월이 없이는 불가능한 종류의 것이다.

모처럼 토크가 궤도에 오르자 게스트들 사이에서 능숙하게 교통정리를 하는 MC 유재석과 김원희의 움직임 또한 더 눈에 잘 들어왔다. 유재석과 김원희는 정웅인처럼 MC와의 대화를 통해 더 깊은 이야기가 가능한 게스트에겐 계속 말을 걸어 준 반면, 자기가 알아서 골을 넣는 장항준에게는 자유롭게 놀 공간을 열어주었다. 덕분에 장항준은 정웅인과 장현성에게 토크를 청탁하고, 장진과는 각을 세우며, 심지어 두 번이나 답을 들려주는 데 실패한 해결의 책으로부터 ‘지금 컨디션이 별로’라는 대답을 받아내는 근사한 장면까지 연출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성과를 오랜 친구 사이의 대화가 가진 힘과 장항준이라는 파괴력 있는 게스트에게 편승한 것이라 폄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토크쇼의 본질이 ‘대화의 흐름과 깊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작년 내내 인적 구성과 포맷의 변화를 겪으며 기초 체력이 약해진 에 이보다 더 좋은 처방도 없었을 것이다. 본질로 돌아가는 것, 어느 덧 8년 차가 된 토크쇼는 자신에게 필요한 “속도와 방향성”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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