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한 소녀가 KBS ‘1박 2일’의 열성 시청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다면, 언뜻 유튜브를 통한 영상 공유나 P2P를 이용한 불법 다운로드가 생각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1년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편안히 거실에 앉아 TV로 ‘1박 2일’이나 을 시청할 수 있다. KBS의 해외방송 채널인 KBS World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 73개국 진출, 4800여만(각국 케이블 및 위성방송 유료 가입자 수 집계 기준)의 시청가구 확보. 2003년 개국 이래 10년 간 KBS World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뉴스, 쇼·예능 프로그램 등을 방영하며 일본에서는 전체 케이블 채널 50~60개 중 5위를, 싱가포르에서는 전체 150여개 채널 중 8위를 기록할 만큼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채널이 되었다.
보다 빠르고 쉽게
KBS World의 인기는 좀 더 빠르고 편하게 한국의 최신 드라마와 아이돌 출연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청자의 니즈에 맞춘 편성에 있다. 특히 는 KBS와 동시에 생방송 되는데, 이에 대해 KBS World 편성제작팀 이명신 팀장은 “K-POP 프로그램은 몇 주만 방송이 늦어져도 시청자 만족도가 확 떨어지기 때문에 생방송을 한다”고 전한다. 연말 와 이 KBS World에서 생방송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싱가포르의 시청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영어권 국가이기 때문”이라는 채널사업팀 안정문 팀장의 분석처럼, KBS World가 자리 잡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자막 방송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KBS World에서 방송되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은 영어 자막을 이용해 방송되고, 이는 KBS World만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신 드라마를 빨리 보는 것만큼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라는 시청자들이 많아졌고, 이에 맞춰 영어 자막 외에도 진출한 국가에 맞는 자막 현지화 작업을 시도 중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100% 일본어 자막이 나오고, 중국에도 일부 중국어 자막이 나온다. 그밖에도 베트남어, 말레이시아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자막도 일부 시작하고 있다”는 것.
“한류의 기반이 되는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겠다”
아시아에서의 안정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KBS World는 최근 K-PO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유럽과 남미, 더 나아가 아프리카에 한류 전파를 꿈꾸고 있다. 이명신 팀장은 “아시아 이외의 지역에서는 안착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아직 방송되지 않는 국가에서 KBS World의 인터넷 채널인 KBS World i로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가 굉장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해외 교민의 비율은 적지만 K-POP에 대한 관심이 높은 남미, 아프리카 등의 국가에는 K-POP 프로그램 강화와 예능 프로그램 편성을 통해 전체 K-POP의 해외 진출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그밖에 전문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새로 만들 계획 중이라고. 안정문 팀장은 “드라마로 출발을 했지만, 점차 해외 시청자들의 요구가 다양한 장르로 확대되고 있다. 예능, 음악 프로그램의 강화를 통해 한류의 기반이 되는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어보자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아시아를 넘어, 그리고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의 문화를 확산하려는 KBS World의 새로운 도약이 시작되고 있다.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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