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회 KBS 월-금 저녁 8시 25분
캔디 성공기라는 주 요리에 재벌가와 출생의 비밀을 양념으로 끼얹고 그 위에 콩가루를 뿌려 마무리하면 KBS 일일 가족극이 탄생한다. 얼굴만 바뀐 채 매번 똑같은 수난을 겪는 주인공, 지난 이야기에서 주인공을 괴롭히던 인물이 이번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희생적인 지원자로 등장하곤 하는 모양을 보다보면 KBS 일일극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윤회의 삶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정 시청층은, 주인공 캔디가 자신들처럼 힘겨운 일상의 수난을 극복하고 마침내 활짝 웃는 소원성취담의 해피엔딩을 보기 위해 저녁 밥상을 물리자마자 TV 앞에 앉는다. 중요한 건 그 캔디가 얼마나 시청자들을 몰입시킬만한 수난 요소와 그것을 극복할만한 긍정의 힘을 가졌느냐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의 운찬(서준영)은 주인공의 자격요건을 넘치게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운찬은 말하자면 남성판 캔디의 거성인 KBS 의 동해(지창욱)보다 수난기가 더 배가된 인물이다. 동해에게 안나(도지원)라는 지적 장애 어머니가 있었다면, 운찬의 어깨 위에는 콩가루 집안 전체가 얹혀있다. 또한 출생의 비밀이 동해에게는 신분 상승의 해법이었다면 운찬에게는 그와 사랑에 빠질 준재벌 무남독녀 무궁화(한혜린)와의 로맨스에 치명적 장애요소로 작용할 뿐이다. 하지만 가장 큰 시련은 운찬을 낳다가 사망한 생모에 대한 죄책감에 어머니마저 마음껏 그리워할 수도 없다는 천애고아의 설정이다. 운찬은 기어이 어제 방송에서 생일이 곧 어머니의 기일인 운명의 기구함에 홀로 슬픔을 삭이다 끝내 쓰러지고야 말았다. 제목과 달리 150회를 훌쩍 넘기고서야 웃을 수 있었던 동해를 생각한다면, 운찬의 수난기는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KBS일일극은 그것만이 이 치열한 캔디 서바이벌 세계의 생존법이라 말한다.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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