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한 여자가 하이힐을 신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연신 들뜬 표정으로 옷매무새를 갖추고 숨을 고르더니, 이내 다양한 표정으로 카메라와 호흡을 맞춘다. 그리고 씩씩하게 외친 한 마디, “감사합니다!” 스튜디오의 차가운 공기를 순간, 뜨겁게 만드는 그녀의 이름은 신소율이다. KBS 의 밝은 에너지로 가득했던 임신한 여고생 이라이를 쉽게 떠오르게 할 만큼 그녀는 독특하고 밝은 기운을 갖고 있었다. 덕분에 어릴 적 축구 선수 시절도 “남들은 다 공부만 하는데 난 이것도 한다는 과시욕도 있어” 시작했고, 연기가 하고 싶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지역 극단에 들어간 것도 “그냥 덤빈 일”이라고 표현하는 신소율의 솔직함이 낯설지 않다. 최근 진중한 목소리, 사투리, 넘치는 애교로 눈길을 끌었던 SBS 의 나인 목야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 모습에 놀라 뿌듯했”지만 “아마 청순한 역이었다면 대번에 ‘발연기’ 소리 들었을 거예요”라는 신소율은 장난기 가득한 희극에서 살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꽃처럼 활짝 핀 그녀의 말은 타고난 긍정의 힘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창피했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까” 쇼핑몰 모델을 하며 자립의 무게를 배운 것처럼, “동사무소 직원 역할이면 진짜 가서 몇 시간 앉아봐야 했던” 성격으로 직접 배우고 부딪쳐 알게 된 지혜다. 스무 살 무렵부터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다 버렸던 5년”, 무엇보다 빠른 성공을 바라는 주변의 시선은 신소율을 조급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어릴 적부터 혼자 해 나가는 것이 익숙한 그녀는 “어디서든 살아남을 자신감”과 남들의 지적도 “비수를 꽂으면 상처받지만 사실 그게 맞다”며 받아들일 줄 아는 겸손으로 버텨왔다. “왜 안 급하겠어요. 나이도 있고 주인공으로 드라마도 하고 싶지. 근데 참고 있는 거예요. 서두르면 될 일도 안 되니까.” 여기에 “울고 웃는 걸로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연기의 매력을 느끼며 신소율은 더 단단해졌다. “딱 두 개에요. 주인공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든지, 평생 조연을 하더라도 연기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든지.” 남들을 부러워할지언정 무작정 따라가진 않았던 신소율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쿵쾅쿵쾅. 배우 신소율의 돌아가는 발걸음이 당당함 못지않은 설렘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My name is 신소율. 본명은 김정민이다. 소율은 엄마가 짓고 싶은 이름이었다. 엄마가 태몽에서 밤송이를 주웠는데 너무 작아서 ‘이거 못 삶아먹으니까 간직해야겠다’ 하셨다더라. 성은 회사에서 붙여준 거다. 아, 스타크래프트 해설방송할 때는 같은 이름 가진 선수가 있어서 사람들이 ‘정만아’라고 부르기도 했다. (웃음)
1985년 8월 5일에 태어났다. 사실 1987년생으로 활동했었다. 고작 6개월 활동했지만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다. 올리브 진행할 때는 나이 때문에 정주리 씨한테 못되게 구는 막내 캐릭터가 됐다. 정주리 씨에게는 동갑이라고 밝혔는데 ‘언니’하면서 어린 척 하는 내 모습이 너무 가식적이었다. 밝히니까 속이 다 시원했다.
영화 로 데뷔했지만 이번 SBS 들어갈 때 사극 분장이 너무 걱정됐다. 20살 넘어서 쭉 앞머리가 있었는데 다 올리니까 걱정되더라. 볼 때도 너무 동그랗게 나와 놀랬다. 그래도 그 때보다 살도 빠져서 그런지 주위 반응도 예상보다 좋았다.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 이렇게 딱 붙여서도 했는데 뭔들 못하겠나. (웃음)
사투리 공부를 위해 집에서 영화 , 만 계속 봤다. 주변 경상도 분들은 어색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서울 분들이 보면 잘 모르시더라. 감독님도 ‘목야는 지방 사람이 아니라 듣고 따라하는 인물이니까 괜찮다’고 하셔서 편하게 했다.
한석규 선배님, 너무 존경한다. 사실 내 또래는 선배님을 드라마로 기억하진 못한다. 근데 선배님은 대사만으로 나까지 상황에 몰입하게 해 주신다. 왜 최고의 배우라고 하는지 느꼈다. 궁녀 넷 모두 ‘세종 앓이’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가 생겼다고 해서 가봤다. 원래 검색어, 시청자 게시판 다 찾아본다. 갤러리 가서 눈으로만 보느니 ‘인증 해야겠다’ 싶어서 인증글도 올렸다. 그랬더니 응원 글도 많아지고 좋더라. (웃음)
프로야구 LG 팬이다. 원래는 좋아하던 축구팀이 있었는데 선수들도 나가고 좋아하던 김호 감독님도 나가셨다. 그렇게 애정이 떨어질 때쯤 야구가 나한테 온 거다. (웃음) 시구도 꼭 해보고 싶다. 꿈이 마운드에서 던져 스트라이크 존에 꽂는 거였는데 다른 분이 해버렸다. 그래서 난 다른 거 준비하려고 한다. (웃음)
백 번 본 것 같다. 독서는 좋아하는데 원래 만화를 잘 못 보는 성격이다. 가 유일하게 본 만화책이다. 농구의 ‘농’자도 모르는 말썽꾸러기 아이가 커 나가는 모습이 너무 좋았나보다. 아, 그러고 보니 난 농구도 좋아했구나. 하하하.
심지어 군대 얘기도 좋아한다. 그래서 현장에서 남자 감독님들, 배우 분들과 말이 잘 통한다. 운동도 해서 다른 여자 배우 분보다 체력도 좋고. 예전에는 다리가 다 근육이라 창피했는데 체력 좋은 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웃음)
국군방송 MC를 맡고 있는데 새로운 경험이다. 난 주위에 남자 친구들이 많아서 군대 고충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방송으로 온 사연 보면 대충 어떤 건지 알아듣는다. 대신 군인들의 반응을 직접 느끼지 못해 아쉽다. 화면으로만 만나니까. 나중에 PD님한테 부탁드리고 싶다. 그 환호를 받아보고 싶다. (웃음)
클럽을 한 번도 안 가봤다. 겁이 많아서 그렇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거 잘 안 보이는 성격이라. 지금은 일에 집중하다 보니까 여행을 가도, 연애를 해도, 다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다른 거에 재미를 살짝 놓은 건가. 어떡해, 나 눈물 날 거 같아. (웃음)
다이나믹 듀오의 팬이다. 그 중에서도 최자 씨 팬이다. 힙합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다이나믹 듀오만 좋아한다. 놀러 나가는 거 싫어하지만 다이나믹 듀오 노래만 들으면 너무 신이 나서 당장 나가야 할 것 같다. (웃음)
샤베트가 팬클럽 이름이다. 내가 놀고 있을 때도 지켜준 의리 있는 분들이다. 정말 오래 좋아해주시는데 난 크게 해드리는 게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 근황을 전하려면 여러 촬영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다 비슷한 일정이지 않나. 더 새로운 걸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미안하다. 더 잘 돼서 나중에 팬 미팅, MT 이런 거 꼭 하고 싶다. 닉네임도 다 외우고 있다. 직접 고맙다고 말하기 위해서.
서른이 되기까지 D-DAY를 만들어 놓고 날짜를 세고 있다. 20대가 가기 전까지 열심히 일하고 30대를 멋지게 보내기 위해서. 앞자리가 바뀐다는 거, 큰 변화이지 않나. 서른이 되기 전에 철도 들고 가치관도 확립하고 싶다. 사춘기가 지금 온 거 같다. (웃음)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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