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연속방영 일 MBC 밤 11시 50분
세상엔 시도만으로도 높이 살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 있다. ‘국내 최초 좀비 드라마’를 표방한 MBC 는, 불행히도 그런 작품은 아니다. 좀비물 안에 본격 심리극까지 녹여내겠다는 제작진의 원대한 포부와는 달리, 느릿느릿한 템포와 맥락 없이 삽입된 유머는 좀비물의 기본 덕목인 서스펜스를 난도질하고, 전형적인 요소만 모아 평면적으로 묘사된 캐릭터들은 극에 녹아들지 못 하고 겉돈다. 건달 클리셰에 갇힌 원탁(전병철)과 성혁(윤원석), 아침드라마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불륜 커플 영기(홍근하)와 나현(이연주)을 보며 심리극을 논할 수는 없지 않은가. 주인공 수연을 연기하는 정선경은 어떻게든 캐릭터에 위엄을 부여하려 노력하지만, 자신들이 선택한 결말에 대한 설명조차 생략한 제작진 탓에 그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

가 장점이 아예 없는 작품은 아니다. 엄마(손희순)는 좀비가 되고, 남편 영기는 엄마의 주치의와 바람을 피우며, 자신도 좀비에게 물려 딸(김지영)과 헤어져야 하는 수연에게서 전통적 가족 공동체의 해체에 대한 당대의 공포를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현실을 좀비물에 이식하려 한 시도는 한국적 장르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의 해체와 모성의 모티프는 황희 작가의 원작 가 원래 품고 있던 미덕이고, 그나마 원작에 비하면 흔적만 간신히 남은 정도다. 장르 특유의 속도감도 갖췄고 주제의식 구현도 준수한 원작이 있음에도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는 사실은 제작진이 좀비물의 장르적 특성도, 원작의 미덕도 이해하지 못 했다는 걸 증언할 뿐이다. 시청자들이 이런 게으른 작품을 보자고 일요일 심야에 잠을 쪼개 TV 앞을 지키는 건 아니지 않은가.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