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청천
MBC 저녁 6시 20분
‘할머니 엉덩이 같은 맛’이 나는 대게는 어떤 맛일까. ‘식탐 여행’의 MC 사유리가 경북 영덕으로 갔다. 신선한 해물을 맛보면서 “금방 죽은 맛”이라고 표현하고, 갈치조림을 “친척어른이 20년 동안 가발을 쓰고 다닌 줄 몰랐다가 비밀을 알게 된 맛”으로 설명하기도 한 것처럼, 사유리는 엉뚱하지만 음식 맛을 귀신같이 표현해 낸다. 그리고 식당 주인이 눈을 도사리고 있거나, 사유리의 등짝을 내리 쳐도 자신에게 맛이 없는 음식을 굳이 포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유리의 입에서 나오는 ‘맛있다’라는 표현은 더욱 귀하고, 믿음이 간다. ‘맛있어요’란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한껏 긴장하는 음식점 사장님의 표정은 보너스다. 음식점 사장님들이여, 긴장하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맛의 포청천’ 사유리가 언제 등장할지 모르니.
오늘의 어떤 동갑내기
SBS 저녁 8시 50분
SBS 의 서연(수애)과 에 출연한 초로기 치매 환자 김상철 씨는 서른 살 동갑이다. 서연은 말 하나라도 더 기억하기 위해 단어들을 중얼거리고, 김상철 씨는 할 일을 수첩에 기록한다. 비록 메모를 해 둔 수첩이 어디 있는지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말이다. 그도 처음엔 작은 실수들이 단순한 건망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집으로 가는 길을 잊어 버려 동네에 있는 공원에서 보름 동안 노숙을 했다. 게다가 그에겐 서연처럼 길을 잊어버릴까봐 몰래 뒤를 따르는 배우자나 앉으나 서나 동생 생각뿐인 사촌오빠도 없다. 그러나 김상철 씨가 괴로운 건 자신을 돌봐줄 누군가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기억이 차츰 지워지면서도, 자신의 병으로 가족들이 고통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더욱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동갑내기 서연이라면 이렇게 위로라도 건네지 않을까. “엿 먹어라, 알츠하이머.”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MBC 저녁 6시 20분
‘할머니 엉덩이 같은 맛’이 나는 대게는 어떤 맛일까. ‘식탐 여행’의 MC 사유리가 경북 영덕으로 갔다. 신선한 해물을 맛보면서 “금방 죽은 맛”이라고 표현하고, 갈치조림을 “친척어른이 20년 동안 가발을 쓰고 다닌 줄 몰랐다가 비밀을 알게 된 맛”으로 설명하기도 한 것처럼, 사유리는 엉뚱하지만 음식 맛을 귀신같이 표현해 낸다. 그리고 식당 주인이 눈을 도사리고 있거나, 사유리의 등짝을 내리 쳐도 자신에게 맛이 없는 음식을 굳이 포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유리의 입에서 나오는 ‘맛있다’라는 표현은 더욱 귀하고, 믿음이 간다. ‘맛있어요’란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한껏 긴장하는 음식점 사장님의 표정은 보너스다. 음식점 사장님들이여, 긴장하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맛의 포청천’ 사유리가 언제 등장할지 모르니.
오늘의 어떤 동갑내기
SBS 저녁 8시 50분
SBS 의 서연(수애)과 에 출연한 초로기 치매 환자 김상철 씨는 서른 살 동갑이다. 서연은 말 하나라도 더 기억하기 위해 단어들을 중얼거리고, 김상철 씨는 할 일을 수첩에 기록한다. 비록 메모를 해 둔 수첩이 어디 있는지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말이다. 그도 처음엔 작은 실수들이 단순한 건망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집으로 가는 길을 잊어 버려 동네에 있는 공원에서 보름 동안 노숙을 했다. 게다가 그에겐 서연처럼 길을 잊어버릴까봐 몰래 뒤를 따르는 배우자나 앉으나 서나 동생 생각뿐인 사촌오빠도 없다. 그러나 김상철 씨가 괴로운 건 자신을 돌봐줄 누군가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기억이 차츰 지워지면서도, 자신의 병으로 가족들이 고통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더욱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동갑내기 서연이라면 이렇게 위로라도 건네지 않을까. “엿 먹어라, 알츠하이머.”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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