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어둠위로 강렬한 조명이 쏟아진다. 어둑하던 오디션장이 화려한 무대로 변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등장해 노래를 부른다. 무대 뒤에서 가수 아미 대신 노래를 부르던 한별이 아닌 미녀가수 제니가 되어 부르는 노래, ‘마리아’. 2006년 김아중, 주진모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가 초연한 지 3년 만에 돌아왔다. 는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5%를 기록했고, 2009년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뮤지컬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와 수상결과와 관련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고, 재정비 끝에 지난 10월 일본 오사카를 시작으로 한국, 중국으로의 아시아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사카 공연이 언어의 장벽을 넘기 위해 비주얼이 강조된 1.5 버전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초연과 일본 공연의 장점을 살린” 2.0 버전이라 할 수 있다. 3년간의 프로덕션 기간은 무대 세트의 개선은 물론 뮤지컬 넘버, 드라마와 캐릭터의 강화로 이어졌다.

여전히 다수의 약점이 존재하지만, 숨겨져 있던 무대가 열리고 라이브 밴드에 맞춰 ‘마리아’가 등장하는 순간 모든 아쉬움이 날아간다. ‘마리아’가 시작되면 현장은 모두가 즐기는 공연장이 되고, 미녀가수 제니의 움직임에 동화된다. 영화가 아무리 스케일이 크다 해도 공연장면을 담은 영화가 생동감을 잡아내기는 어렵지만, 뮤지컬은 무대와 관객이 한 프레임 안에서 호흡한다. 가 뮤지컬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면, 바로 이것이다.

‘마리아’의, ‘마리아’를 위한 무대

외형적 소수자였던 한별이 의학의 힘을 빌어 새롭게 태어난다는 작품의 내용만큼 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한별과 제니를 연기하는 여자 주인공이다. 초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최성희는 밴드 사운드를 뚫는 목소리와 무대장악력이 돋보이고, ‘마리아’의 무대는 다년간 가수 활동의 경험을 가진 그에게 딱 맞는 옷처럼 보인다. 여린 외모와 달리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의 이츠학을 연기해왔던 전혜선 역시 라이브 공연에 가까운 ‘마리아’를 표현하는데 적절한 인물이다.

특히 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오른 카라의 박규리는 비록 다른 캐릭터들과의 앙상블에서 다소 불안정한 음정을 보였지만, 카라에서 주로 고음을 맡았던 만큼 발성을 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일본 공연 후 연습 중에 걸린 성대결절이 최대 복병. 박규리는 “욕심 내서라도 뮤지컬 보시는 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고, 최성희는 그에 대해 “성실하다.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성대 결절이 온 게 아닌가 싶다”며 무대와 관객을 책임지려는 열정을 칭찬했다. 박규리가 일본 오사카 공연을 통해 얻었다고 밝힌 “즐길 수 있는 에너지”가 가수 제니의 에너지로 표출될 수 있을까. 최성희, 박규리, 전혜선의 ‘마리아’가 전하는 최고조의 에너지는 12월 6일부터 내년 2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느껴볼 수 있다.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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