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링크를 벗어나 스튜디오에서 뉴스를 진행한다. 정우성이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한다. KBS , 의 박찬홍 감독-김지우 작가 콤비가 5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온다. MBC 의 산파였던 여운혁 CP와 MBC ‘god의 육아일기’ 등을 히트시켰던 임정아 PD가 새 예능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달인’ 의 무대에서 내려온 김병만이 출연하거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젊은 배우 중 하나인 송중기가 MC를 맡은 예능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12월 1일부터 개국하는 TV 조선, JTBC, 채널 A, MBN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화려한 밑그림이다. 비록 김연아의 TV 조선 개국 특집 방송 출연은 김연아 측이 “뉴스 진행이 아니라 뉴스 스테이션에서 인터뷰를 요청하기에 했던 것”이라 반박했고,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종편에서 방송될 콘텐츠 대부분은 윤곽조차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화제성을 띄거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종편의 정체성을 이해하거나 미처 받아들일 준비도 하지 못한 사이에, 개국 이틀 전에야 채널 번호를 배정받은 종편의 시대가 불쑥 시작되고 만 것이다.
종편, 대한민국 정계와 언론 유착이 낳은 괴물
최근 웹상에 떠도는 ‘종편 출연 연예인 명단’을 비롯해 종편에 출연하는 스타들, 지상파에서 종편으로 이적한 제작진에 대해 ‘실망’ 혹은 ‘무개념’이라고 비난하는 여론이 일부 형성된 것은 어느새 코앞에 닥쳐 버린 혼란을 중심으로 파생된 현상이다. 종편에 대한 반감의 근원에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사들에 대한 불신이 있다. TV 조선, JTBC, 채널 A의 모태는 각각 , , 이고 친일 및 독재 정권 찬양, 재벌과의 결탁 등의 문제로 인해 진보 성향을 띤 젊은 층 상당수로부터 강하게 비판받는다. 이명박 정권 이후 MBC나 KBS 등 지상파에 대한 방송 장악과 언론 탄압이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된 만큼, 내년 대선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종편에 대한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각 사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날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에 앞서 대중을 향한 ‘종편의 얼굴’이 되어 채널의 영향력을 키울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 및 제작진에 대한 비판 또한 입장에 따라서는 충분히 정당한 논리다. 그러나 스타들의 얼굴 뒤로 슬쩍 웅크려 모습을 감춘 종편의 그림자는 보다 길고 복잡하다. 대선 후보 시절 신문과 방송 겸영 허용을 주장했던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부터 추진된 정책은 2009년 7월 한나라당 주도의 미디어 법 날치기 통과로 이어졌다. ‘표결 과정은 적법하지 않았지만 법적 효력은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초법적 판결이 빗장을 열었고, 지난 해 12월 대통령의 최측근이 위원장으로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시장 규모 안에서 무리한 수준인 4개의 종편사업자를 선정하며 인심을 과시했다. 지상파보다 훨씬 느슨한 규제, 중간 광고 허용, 프로그램 1시간 평균 10분에서 최대 12분까지의 광고 시간 확대, 직접광고 영업 가능, 15~20번 사이의 황금채널 번호 부여 등 각종 혜택 또한 방통위의 선물이다. 공영방송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와 정체성을 띠고, 케이블은 각자의 특성과 전문성을 가지며 성장해 왔지만 새로운 채널로서의 비전이나 어떤 존재 가치도 보여주지 못한 채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탄생하고 특혜의 인큐베이터 안에 자리 잡은 종편은 대한민국 정계와 언론의 유착이 낳은 일종의 괴물이다.
무엇이 이 괴물을 움직이는가
문제는, 이미 태어난 괴물을 우리에 다시 가둘 수 없듯 이미 생겨나고 만 시장을 무(無)로 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종편의 등장에 있어 완전히 배제되어 있던 시청자와 달리 이 시점에서 선택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은 시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점점 시청률과 해외 판권 수익을 기준으로 드라마를 편성하는 추세에서 그와 성격이 다른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을 편성해 주는 채널을 찾을 수밖에 없다. 어떤 연기자나 예능인들은 경제적 이유 외에도 이러한 창작자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종편으로 향한다. MBC 김재철, KBS 김인규 사장 부임 후 제작 자율성 침해와 탄압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조직에 희망을 잃은 이들이나 지상파 방송사에서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해 고민하던 이들은 각자의 커리어, 궁극적으로는 생계를 위해 새로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물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종편 행을 거부하는 이들의 선택은 그 자체로 남다르고 존중받을 만하다. 그러나 시장이 생겨나면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또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위해 그 시장을 찾게 된다. 중요한 것은, 잠재적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자생력이 검증되지 않은 이 괴물의 심장을 뛰게 하는 진짜 동력이 무엇인가다. 그래서 개국과 함께 종편이 우리 모두의 딜레마가 되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피곤하고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숙제다. 이제는 종편을 죽이는 것도, 살리는 것도, 혹은 다르게 키우는 것도 대중의 몫이다. 그리고 그것이 꼭 리모컨으로만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글. 최지은 five@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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