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회 SBS 밤 9시 55분
제 2라운드가 시작됐다. 라임(하지원)과 주원(현빈)의 영혼이 바뀌었고, 윤슬(김사랑)과 오스카(윤상현)는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기 시작했으며 썬(이종석)은 오스카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그동안 돈 많지만 찌질한 남자와 가난하지만 당당한 여자의 로맨스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로맨스와 판타지가 본격적으로 맞물릴 차례다. 지금껏 은 두 주인공의 계급 차이뿐 아니라 사소한 말투와 행동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덕분에 상대방의 몸속에 들어간 두 사람의 모든 변화는 깨알 같은 재미를 줄 수 있었다. 라임은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임 감독(이필립)에게 “쏘오-리”라고 대들고 눈부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오스카를 째려보면서 “너 변태지?”라는 말을 서슴없이 뱉어내는 반면, 주원은 오스카를 보고 “꺄-악”이라고 소리치고 라임에게 여자 속옷 입는 방법을 세심하게 알려준다. 그럼에도 이 영혼 체인지가 가볍고 자극적인 설정처럼 보이지만은 않는 것은, 서로의 삶을 체험하면서 이들이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이 문득 찾아오기 때문이다. 윤슬과 대화를 나누던 라임의 영혼이 “상류층의 상식은 많이 다르구나”라고 중얼거리고 주원의 영혼이 상처투성이가 된 라임의 몸을 통해 그녀의 거칠었던 인생을 대면하던 그 순간, 은 시청자들이 깔깔거리는 웃음을 멈추고 진지하게 화면을 응시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줬다. 즉, 김은숙 작가는 한쪽에는 웃음을, 다른 한쪽에는 성장을 태운 시소를 운전하고 있는 조종사다. 여기에 “이렇게라도 딸을 살리고 싶은 못난 부정”을 지닌 ‘신비가든’ 주인의 모습을 잠시 비춰주면서 또 하나의 복선이 추가됐다. 비밀은 겹겹이 쌓이고 상황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로맨스물의 온갖 클리셰들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적절히 비틀고 조합해왔던 김은숙 작가는 앞으로 이 뻔뻔한 로맨스와 코믹한 판타지를 어떻게 배합해나갈까.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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