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1시간 빨라진 MBC 주말 (이하 주말 ) 어떠셨는지? 지난 11월 6일부터 주말 가 방송 40년 만에 저녁 7시 55분으로 시간을 앞당겼다. 획기적인 변화다. 주말 시청률은 방송 첫 주 만에 동시간대 SBS 를 소폭 앞질렀다. 그런데 MBC 오상진 아나운서는 7일 자신의 트위터에 “전 개인적으로 별루…여러분은 앞당겨진 주말 뉴데 어떠셨는지?”라는 글을 올렸다. 한 팔로워의 “무게감은 없더라고요. 뉴스 같지 않고 정체성은 모르겠어요. 조금 더 봐야할 듯.” 이라는 리플에 오상진 아나운서는 “전 시의성이 떨어지는 티비 뉴스가 갈 길은 다양한 화면과 공손한 전달 톤이라고 보는데…앵커의 이미지나 진행이 마초적이어서 좀. 별로라 느꼈어요”라는 의견으로 답했다. ‘마초’라는 단어가 논란의 중심이 되며 ‘후배가 선배의 뒷담화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오 아나운서는 문제의 글을 지운 뒤 “어떤 변화를 주든 좋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최일구 선배님께 사과 드리겠다”는 글을 다시 남겼다.

사실 MBC 김재철 사장이 “실패하면 두 손 두 발 들고 나가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단행한 올 가을 개편에서 주말 는 시청률로 자존심을 세운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어록 제조기’ 최일구 앵커가 진행을 맡아 화제가 됐고 코믹한 티저 광고와 상당한 예산을 들인 포털 사이트 광고, 최 앵커의 MBC ‘무릎 팍 도사’ 출연 등 예능국의 지원사격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소통과 공감’을 내세운 주말 는 아직 가벼워진 무게만큼의 색깔을 얻지는 못한 것 같다.

참신하지도 의미있지도 않은 주말 뉴스

6일 방송에서 최 앵커는 ‘낙지 머리 중금속 파동’의 여파를 확인하기 위해 전남 무안 갯벌로 직접 출동했지만 현장의 영상과 어민의 목소리를 담은 것 외에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동물 전용 장례식장과 반려동물 문화, 예전에 비해 안전해진 탄광 막장 현장 등 참신하다고는 할 수 없는 아이템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할애되었고 대포폰, 청목회 사건 등으로 정국이 민감함에도 ‘데스크 영상’에서는 ‘웃는 국회’의 모습을 담았다. 최 앵커와 함께 진행을 맡은 배현진 아나운서는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도 못했다. 7일 방송에서 박지성 선수의 한 경기 두 골 폭발 소식을 첫 뉴스로 전한 것은 어쩌면 참신한 시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가장 큰 이슈인 G20 반대시위 뉴스는 10초가량의 단신으로 처리되었으며 정부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G20 기간 동안 집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배포하고 필리핀 시민단체 관계자 6명을 추방했다는 소식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아예 앵커 멘트조차 없었다. MBC 폐지와 주말 시간대 변경에 대해 가장 강력히 비판했던 MBC 기자회 회장 성장경 기자가 영화 보조출연자들의 하루를 체험한 리포트는 그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이템은 물론 ‘보조출연자 역시 자긍심을 가진 인생의 주연’이라는 해석까지 식상한 멘트가 이어졌다. 어차피 새롭지 않을 바에야 보조출연자들의 삶에 어설픈 낭만을 투영하기보다 열악한 시스템 안에서 영화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것이 뉴스로서는 의미 있었을지 모른다. 재미있는 뉴스와 연성화된 뉴스는 다르다

이미 지난 몇 달 사이 는 아이돌 ‘5초 가수’, 팬덤의 조공 문화 등에 대해 뚜렷한 분석이나 문제의식 없이 겉핥기로 보도하며 연성화의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촌철살인의 멘트로 의 존재감을 드러냈고 그로 인해 지난 해 4월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신경민 전 앵커는 “MBC의 강점 하나는 기탄없는 비판입니다. 부국장, 보도국이라고 다 잘 하는 건 아니고 앵커 혼자 뉴스 하는 것도 아닙니다. 비판 위에 발전 있죠”라는 트위터 리플을 통해 오상진 아나운서의 발언에 힘을 싣기도 했다.

재미있는 뉴스와 연성화된 뉴스는 다르다. 사람냄새 나는 뉴스와 필요한 뉴스 역시 다르다. Mnet 의 우승자 허각이 심야의 뉴스 스튜디오에서 ‘언제나’를 불러 화제가 된 11월 3일, SBS 편상욱 앵커는 다음과 같은 클로징 멘트로 방송을 마쳤다. “G20정상회의 포스터에 낙서를 한 사람에게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우리나라에 모인다는 건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임엔 틀림이 없지요. 치안과 질서를 강조하는 만큼 ‘관용’과 ‘소통’도 있다는 걸 보여주면 ‘국격’이 낮아지는 걸까요?” 대포폰을 대포폰이라 하지 못하고 ‘차명폰’이라는 ‘고상한’ 단어로 에둘러 말하는 요즘, 11월 2일 편 앵커의 클로징 멘트를 하나 더 소개한다. “대통령 부인이 비리의 몸통이라는 한 야당의원의 발언에 여권 전체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국회의원이라도 만약 근거 없이 사람을 비방했다면 지탄받아 마땅하겠지요. 그런데 여권의 이런 분노를 힘없는 서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도 똑같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 에서 최일구 앵커는 “여러분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로 방송을 마친다. 우리의 ‘행복’은 과연 무엇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일까. 주말에는 뉴스도 쉬어갈 수 있을 만큼, 지금 대한민국은 안녕한가.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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