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박혜진 아나운서가 ‘위대한’이라고 외치면 다 같이 ‘탄생’이라고 외칠게요! 아까 리허설 할 때는 앞에 계신 분들이 잘 몰라서 안 따라 하시는 바람에 엄청 뻘쭘했어요.” 녹화 스태프의 씩씩한 목소리에 공개홀에 모인 방청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새어 나온다. MBC의 새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의 첫 생방송 무대는 쇼를 이끌어 갈 MC와 심사위원들을 소개하는 일종의 런칭쇼였다.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되기 전, 더 많은 참가자들의 도전을 독려하기 위한 예고편인 셈이다. 도전자들의 경쟁과 성장의 드라마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고,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설명은 해야 하는 상황. 그것도 70분짜리 생방송으로 꾸며지는 무대는 만드는 사람들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도박이었다.
축하 무대를 꾸며 줄 2PM의 팬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채우고, 박혜진 아나운서가 여는 첫 무대를 위해 대기 중인 브라스 밴드도 한껏 긴장했다. 방송 시작을 알리는 스태프의 카운트다운이 들어가고, MC를 맡은 박혜진 아나운서가 ‘어른아이’를 부르는 동안 심사위원 겸 멘토들이 촬영장 한 켠으로 들어와 등장할 타이밍을 기다린다. 박혜진 아나운서의 깜짝 무대도 무대지만, 아마도 이 날 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은 부분은 베일에 싸여있던 멘토의 면면일 것이다. 심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결선에 진출한 최종 10인을 맡아서 우승까지 직접 가르치는 역할까지 수행하게 될 멘토는 과연 누구일까.
어떤 멘토링이 필요한가
궁금증이 고조될 즈음, 낯익은 얼굴들이 등장한다. “할 말만 하겠다. 그게 들으시기에는 방송사고가 될 수 있으니, 알아서 주의하”라는 이은미가 Mnet 의 독설가 이승철과 같은 보컬 스페셜리스트라면, 발라드의 신승훈과 록의 김태원은 각 장르를, 김윤아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방시혁은 전문 작곡가 겸 프로듀서를 대표할 만하다. 하지만 이들 멘토의 등장에 대한 반응도 세대에 따라 온도차를 보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출한 멘토들이 무대에 올라와도 크게 환호하지 않던 어린 방청객들은, 축하무대와 토크를 준비하기 위해 세트 한 켠에 모습을 드러낸 2PM과 조권의 실루엣만 보고도 크게 열광한다. 한 때는 열광적인 팬덤을 몰고 다니던 신승훈이나, 원조 ‘홍대 마녀’였던 김윤아는 이 환호성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멘토의 가르침을 받은 후배들이 선배를 능가할 때 비로소 ‘글로벌 스타’를 키우겠다는 쇼의 목표가 이루어진다. 졸속 편성 논란과 의 아류작이라는 비판의 한 가운데에서 출발한 이 그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은 결국 이 날의 환호성을 결승 무대로 가지고 갈 수 있는 진짜 스타를 발견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전망은 불확실하고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주사위는 던져졌다.
글. 이승한 fou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