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KBS 의 종영 이후 2년 2개월만이다. 그 사이 만화나 인터넷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들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고, 단막극의 부활은 요원해보였다. 그러나 5월 15일 노희경 작가의 ‘빨강 사탕’으로 돌아온 단막극 은 11월 6일 방송될 ‘달팽이 고시원’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6개월간 총 24편으로 구성될 에 대한 차별화된 시선과 현장 기사까지 의 스페셜한 기사는 KBS 홈페이지와 에서 볼 수 있다. / 편집자주
“제 머리는 그렇게 많이 빠지지 않습니다.” “그럼 이건 니 머리털이 아니몬 니 겨털이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제 머리카락이 아닙니다, 으흐흐흑” 고시원의 태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아저씨와 긴 머리를 휘날리는 록커가 말다툼을 벌이는 현장이다. 머리카락 때문에 하수구가 막히는 상황은 사실 자취생이나 하숙생에게 흔히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KBS ‘달팽이 고시원’ 편에 등장하는 고시원 식구들은 이런 사소한 상황들조차 “비상사태”로 인식할 만큼 삭막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비단 고시생 뿐 아니라 한국에 잠시 머무르는 관광객, 집안 형편상 저렴한 고시원에 살아야만 하는 가난한 청춘까지 그야말로 달팽이 고시원은 각종 인간 군상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인생들의 교집합이다.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야외 공원에서 배우와 스태프를 구분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별도의 점심시간 없이 “짧은 김밥타임”을 가지는 와중에도 아저씨 역을 맡은 배우 김광규는 유독 눈에 띄는 분위기 메이커다. “의 아이들이 연애에 빠져서 책방을 찾지 않는 바람에 여기 고시원으로 왔다”는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자신의 두꺼운 점퍼를 느즈막히 챙기는 매니저를 향해 “어제 월급날이었는데도 왜 이렇게 행동이 느리니? 역시 매니저를 강하게 키우는 기획사는 따로 있나보다”라고 말하는 김광규 덕분에 촬영장은 제법 쌀쌀해진 날씨를 잊고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배우와 스태프가 저마다 마음의 여유를 조금이나마 찾기 위해 노력하는 촬영장 분위기와 달리, 정작 극 중 달팽이 고시원에 살고 있는 인물들은 머리카락의 근원지를 찾는데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로맨스는 존재하는 법. 오는 6일 밤 11시 15분, KBS2에서 몇 년 째 언론고시에 매달리고 있는 아나운서 지망생 준성(이규한)과 자유로운 영혼 미루(서지혜)의 서툰 로맨스가 공개될 예정이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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