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달팽이 고시원’ 촬영장에서 만난 이규한은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한 손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나머지 한 손은 주머니에 푹 찔러 넣고 공원 벤치에 걸터앉아 있었다. 지난 2일 종영한 MBC (이하 ) 속 말끔한 정장차림의 까칠한 이교수는 이미 흔적을 감췄다. 하지만 이 시트콤은 “이 작품을 선택한 것 자체가 도전”이었던 그에게도, MBC 과 SBS 에서 보여준 찌질하고 코믹한 이미지와는 또 다른 그의 매력을 볼 수 있었던 시청자들에게도 큰 분기점으로 작용했다. 이 배우 이규한의 영역을 넓혀 준 작품이라면, 이번 ‘달팽이 고시원’은 이제 막 30대에 들어선 인간 이규한의 고민이 함께 녹아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데뷔 10년차, “미래가 불확실한” 배우에 대한 고민을 한 차례 끝낸 그는 몇 년 째 언론고시에 매달리고 있는 아나운서 지망생 준성 역을 어떻게 소화하고 있을까.
얼마 전 MBC 촬영을 끝냈는데, 처음으로 시트콤을 해 보니 어떤가.
이규한: 이 작품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그 전에는 내 이미지를 좀 국한시키려는 게 있었는데, 을 하면서 내가 좀 더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사실 배우가 드라마를 오래 하다보면 비슷한 소스를 경험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데, 신선한 경험을 한 것 같다.
“평소에도 철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에서 말끔한 정장만 입던 이 교수가 며칠 만에 허름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웃음) 계속 이런 옷차림으로 촬영하는 건가.
이규한: 전작들에서는 역할이 코믹하고 찌질해도 나름 깔끔하게 입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트레이닝복 두 벌로 버티고 있다. 그래도 감독님이 귀여운 고시생 같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다. (웃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이제 귀엽다는 얘기에 기뻐하는 나이가 된 건가.
이규한: 연기를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빨리 늙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얼른 커서 남성미 넘치는 역할도 하고 싶고. 그런데 군제대 후 본격적으로 성인 역할을 맡기 시작하고,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들이 나한테 형, 오빠라고 부르는 나이가 되다 보니까 귀여워 보인다는 소리가 좋더라. (웃음) 평소에도 철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배우가 너무 성숙하고 철이 들면 연기할 때 자신을 많이 풀어놓지 못한다.
평소에 얼마나 철없게 지내길래.
이규한: 친구들이랑 놀면 뭐 하나 꼬투리 잡아서 놀릴 생각만 한다. 말도 안되는 걸로 서로 놀리고 진짜 유치하게. (웃음) 친구들이 을 보더니 ‘얍삽하고 까칠한 게 딱 너 같다’라고 얘기해주더라. 연기도 예전보다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고 말해주는 친구들도 있고. 원래 내 연기에 대해 칭찬을 잘 안하던 친구들이 이러니까 부끄러웠다. 얘네들도 이제 늙었나? (웃음)
‘달팽이 고시원’의 준성은 언론고시생이다.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갔나.
이규한: 언론사 입사라는 목표 안에 갇혀서 미래를 닫아놓고 사는 인물이다. 그 목표가 아니어도 자기 인생이 있는 건데, 마치 그런 목표를 세워야지만 다음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어두운 상황이지만 애써 웃고 다니는데, 그런 면에서 군대를 다녀와서 20대 후반을 맞이하는 남자들이 많이 공감할만한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배우들의 무명생활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규한: 맞다. 물론 내가 준성이와 똑같은 환경이나 상황에 처한 건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인물이고 내가 느꼈던 감정이나 고민들이 많이 내포돼있다. 사실 남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가장 불안하거든.
“스타라는 소리를 한 번쯤은 듣고 싶다”
배우로서 혹은 30대 남자로서 어떤 고민을 했나.
이규한: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이제 10년 정도 됐는데, 예전에는 연기에만 초점을 맞춰 마냥 연기가 좋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어느 순간 연기가 내 인생의 직업군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미래가 불확실한 직업인데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뭐, 결론은 없는 것 같다.
데뷔 10년차 배우로서 이제 어떤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나.
이규한: 음.. 글쎄, 을 계기로 작품 선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멋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내가 잘 소화할 수 있고 재밌게 연기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나한테 들어오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하고 싶다. 나를 쓰임새 있게 봐주시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굉장히 행복한 거다. 감독님들이 나도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집어내주는 것도 좋고. 어떻게 보면 나한테 하나의 일깨움을 주시는 거니까. 이제 ‘삼순이 남자친구’라는 꼬리표는 완전히 뗀 것 같다.
이규한: 에서 내 본명으로 출연하다보니까 사람들이 내 이름을 많이 불러주신다. 근데 난 그런 것에 연연해하거나 신경 쓰는 편이 아니다. 주위 반응에 무신경하다. 대신 내 자신에 대해 현실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내 위치가 높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낮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람들한테 이규한이라는 이름을 많이 알렸는데, 그 다음 목표는 뭔가.
이규한: 솔직히 얘기하면 스타라는 소리를 한 번쯤은 듣고 싶다. 그래야 작품 선택의 폭도 넓어질 테고. 내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요즘 연기를 제외하고 가장 재밌는 건 뭘까.
이규한: 얼마 전에 볼링에 꽂혔다. 예전엔 쇼핑도 많이 다녔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재미가 없다. (웃음) 내가 다니는 헬스클럽 1층에 볼링장이 새로 생겨서 친구들이랑 많이 치러 다닌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얼마 전 MBC 촬영을 끝냈는데, 처음으로 시트콤을 해 보니 어떤가.
이규한: 이 작품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그 전에는 내 이미지를 좀 국한시키려는 게 있었는데, 을 하면서 내가 좀 더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사실 배우가 드라마를 오래 하다보면 비슷한 소스를 경험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데, 신선한 경험을 한 것 같다.
“평소에도 철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에서 말끔한 정장만 입던 이 교수가 며칠 만에 허름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웃음) 계속 이런 옷차림으로 촬영하는 건가.
이규한: 전작들에서는 역할이 코믹하고 찌질해도 나름 깔끔하게 입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트레이닝복 두 벌로 버티고 있다. 그래도 감독님이 귀여운 고시생 같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다. (웃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이제 귀엽다는 얘기에 기뻐하는 나이가 된 건가.
이규한: 연기를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빨리 늙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얼른 커서 남성미 넘치는 역할도 하고 싶고. 그런데 군제대 후 본격적으로 성인 역할을 맡기 시작하고,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들이 나한테 형, 오빠라고 부르는 나이가 되다 보니까 귀여워 보인다는 소리가 좋더라. (웃음) 평소에도 철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배우가 너무 성숙하고 철이 들면 연기할 때 자신을 많이 풀어놓지 못한다.
평소에 얼마나 철없게 지내길래.
이규한: 친구들이랑 놀면 뭐 하나 꼬투리 잡아서 놀릴 생각만 한다. 말도 안되는 걸로 서로 놀리고 진짜 유치하게. (웃음) 친구들이 을 보더니 ‘얍삽하고 까칠한 게 딱 너 같다’라고 얘기해주더라. 연기도 예전보다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고 말해주는 친구들도 있고. 원래 내 연기에 대해 칭찬을 잘 안하던 친구들이 이러니까 부끄러웠다. 얘네들도 이제 늙었나? (웃음)
‘달팽이 고시원’의 준성은 언론고시생이다.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갔나.
이규한: 언론사 입사라는 목표 안에 갇혀서 미래를 닫아놓고 사는 인물이다. 그 목표가 아니어도 자기 인생이 있는 건데, 마치 그런 목표를 세워야지만 다음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어두운 상황이지만 애써 웃고 다니는데, 그런 면에서 군대를 다녀와서 20대 후반을 맞이하는 남자들이 많이 공감할만한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배우들의 무명생활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규한: 맞다. 물론 내가 준성이와 똑같은 환경이나 상황에 처한 건 아니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인물이고 내가 느꼈던 감정이나 고민들이 많이 내포돼있다. 사실 남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가장 불안하거든.
“스타라는 소리를 한 번쯤은 듣고 싶다”
배우로서 혹은 30대 남자로서 어떤 고민을 했나.
이규한: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이제 10년 정도 됐는데, 예전에는 연기에만 초점을 맞춰 마냥 연기가 좋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어느 순간 연기가 내 인생의 직업군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미래가 불확실한 직업인데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뭐, 결론은 없는 것 같다.
데뷔 10년차 배우로서 이제 어떤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나.
이규한: 음.. 글쎄, 을 계기로 작품 선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멋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내가 잘 소화할 수 있고 재밌게 연기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나한테 들어오는 작품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하고 싶다. 나를 쓰임새 있게 봐주시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굉장히 행복한 거다. 감독님들이 나도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집어내주는 것도 좋고. 어떻게 보면 나한테 하나의 일깨움을 주시는 거니까. 이제 ‘삼순이 남자친구’라는 꼬리표는 완전히 뗀 것 같다.
이규한: 에서 내 본명으로 출연하다보니까 사람들이 내 이름을 많이 불러주신다. 근데 난 그런 것에 연연해하거나 신경 쓰는 편이 아니다. 주위 반응에 무신경하다. 대신 내 자신에 대해 현실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내 위치가 높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낮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람들한테 이규한이라는 이름을 많이 알렸는데, 그 다음 목표는 뭔가.
이규한: 솔직히 얘기하면 스타라는 소리를 한 번쯤은 듣고 싶다. 그래야 작품 선택의 폭도 넓어질 테고. 내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요즘 연기를 제외하고 가장 재밌는 건 뭘까.
이규한: 얼마 전에 볼링에 꽂혔다. 예전엔 쇼핑도 많이 다녔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재미가 없다. (웃음) 내가 다니는 헬스클럽 1층에 볼링장이 새로 생겨서 친구들이랑 많이 치러 다닌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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