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영원히 ‘액션키드’일 것만 같던 류승완 감독이 영화 로 충무로에 등장한 지도 벌써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10여 편이 넘는 영화를 찍으면서 흥행실패로 본의 아닌 안식년도 가졌고, 사람들이 자신의 각본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아서 고민했으며, 오래 전 치기 어린 발언들이 부끄러워지는 나이가 되었다. 그렇게 류승완 감독이 “살아가고 느낀 것들에 대한 결과물로 나온 것”이 영화 다. 는 이전의 그의 영화에서 느꼈던 것과 다른 종류의 충격을 준다. 바로 지금 2010년의 대한민국이 징그러울 만큼 시퍼렇게 살아있고 장르적 쾌감을 줬던 여러 편의 전작들과 달리 생생한 현실감으로 관객을 짓누른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류승완 감독의 “바뀌지 않았지만 변한 것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매율 1위에 관객들 반응도 그렇고, 개봉 전에 나오는 관련 기사들도 굉장히 호의적이다. 인터뷰 할 맛이 나겠다.
류승완 감독: 겸손하고 싶지만 좋긴 좋다. (웃음) 갈수록 스코어가 중요해지니까. 근데 이러다가도 흥행이 안 되면 언제고 좋은 새 영화는 나오고 새로운 재능도 매년 나오니까 도 몇 주 후만 되도 지난 영화가 돼버린다. 의미 있는 스코어가 기록되지 않는 한 점점 우리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힘들어진다. 그리고 나 같이 한 십 년 일한 사람에게는 기대치라는 것도 점점 없어지기 마련이라 갈수록 불안감이 크다. 올해 서른여덟인데 이렇게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은퇴를 생각해야 하고. (웃음) “영화를 만드는 태도가 바뀐 것 같다”

은퇴라니. 는 류승완이라는 감독에게 하나의 전기 혹은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류승완이 변했다고 말하고 있고.
류승완 감독: 근본적으로 바뀐 건 없는데 변한 건 있는 거 같다. 다른 사람의 각본으로 만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가장 표면적으로는 를 찍을 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금까지 가장 덜 힘들었다. 진짜 설렁설렁 찍은 게 되게 많다. (웃음)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영화를 만드는 태도가 바뀐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작년을 안식년으로 보냈다. 흥행 실패 이후, 통과하기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그 때가 지금 돌이켜보면 날 변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이 투자가 안 되고, 준비 다 됐는데 엎어지기도 하고. 작년 한 해만 초고를 쓴 시나리오가 6-7편이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기였다. 유명한 것과 유능한 것은 다르더라. 내비게이션 좌표에 찍힌 류승완의 현재 위치를 감정적이지 않고 냉정하게 돌아보게 됐다. 그러면서 ‘아, 지난 10년 동안 난 되게 행복하게 영화를 했구나, 감독의 권리를 무지하게 누려왔구나’라고 생각되더라. 그럼 이제는 그 의무를 이행해야 할 시기라고 느꼈다.

그 감독으로서의 의무란 어떤 것을 말하는가?
류승완 감독: 왜 내 영화에 투자가 안 되지? 사람들이 왜 내 각본을 싫어하지? 이런 것들을 고민했다. 이를테면 류승완이라는 이름이 주는 고정관념, 선입견이라고 할까? 아예 신인감독이었으면 어떤 고정관념도 없고 달랐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일들도 있었고. 중요한 건 그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니까 내가 그동안 취향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걸 확실히 알겠더라. 내가 좋아하는 걸 드러내고, 뽐내고 싶어 했다. 왜 말 배우는 애들이 어른들 말 따라하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고수들의 폼을 따라하고 싶었고. 근데 이제 그런 것들에 흥미도 없어지고, 어떤 의미가 있나 싶더라. 내가 아무리 해봐야 그 사람들이 될 수도 없고 뭔가 뛰어넘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컸는데 그들과 경쟁도 안 될 뿐더러 이미 뛰어넘을 수 없는 고지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아예 다른 걸 하는 게 정답이 아닐까, 류승완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신 말처럼 유독 류승완 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떤 분위기가 있었다. 액션에 특화되어있고 특유의 충만한 B급 정서라고 할까?
류승완 감독: 류승완 영화, 류승완 영화하는데 내 영화는 내가 봐도 큰 공통점이 없다. 류승범이 자주 나온다는 것과 쌈박질을 자주 한다는 거 말고는. (웃음) 와 가 무슨 상관이 있으며, 와 를 장르의 범주 안에 몰아넣어서 생각해본다면 별 관계가 없다. 도 좋은 뉘앙스에서 뭔가 달라졌다, 변했다고 하니까 기분은 좋지만 거기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니까. 영화 감독은 결국 영화로 말하는 건데 그동안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이 모여서 영화가 된 거고, 2010년 류승완이 살아가고 느낀 것들에 대한 결과물이 로 나온 거니까 또 다음 영화가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구체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태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류승완 감독: 예전에는 작가, 필름메이커의 칭호를 얻고 싶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관여하고 ‘모두 나 따라와’ 이런 식이었다면 이젠 좀 어깨동무를 하고 가는 것 같다. 감독의 가장 중요한 일은 엔지와 오케이를 구분하는 것, 그게 처음이자 끝이다. 그러니까 오히려 선택 폭이 넓어지더라. (이하 ) 때까지는 배우들한테 내 말투를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따라하라는 식으로 디렉션을 줬는데, 를 하면서 좀 바뀌었다. 때는 마음에 안 들면 막 집어던지고 난리였다. 류승완은 현장에서 사람 때린다는 소문도 있었으니까. (웃음) 물론 스태프들이랑 같이 푸쉬업하고 살짝 추돌사고는 있었지만 (웃음) 절대 때린 적은 없다. 좋은 각본과 좋은 스태프, 좋은 배우가 결정되면 영화의 반 이상은 끝난 거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하면서 그걸 몸으로 느꼈다. 아, 이게 진짜 편하다는 걸. 좋은 배우들이 알아서 영화 안에서 살아주고, 좋은 촬영감독이 좋은 각도에서 찍어주고, 좋은 조명감독이 알아서 조명 쳐주고, 좋은 편집기사가 알아서 다 잘라주고, 좋은 음악감독이 알아서 음악으로 문질러 주고. 나는 이거 좋은데요, 저거 좋은데요만 하면 되는 거다. 그러니까 스트레스도 덜 받고.

“ 속 주양이는 실제 내 모습”
는 당신의 어떤 영화들보다 영화의 질감이 현실적이었다. 징그러울 정도로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의 현재성이 강조되었더라.
류승완 감독: 운이 좋았던 것이 이런 각본을 만난 것도 행운이었는데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데스노트처럼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났다. 원래 각본에서 비슷한 사건은 아동 성추행 사건 때문에 일산서에 대통령이 방문해서 순식간에 사건이 해결됐던 거 정도였다. 배우들도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이게 말이 돼?’ 이런 반응이었는데 촬영 준비 막바지에 사건이 터진 거다. 처음에는 이게 웬 떡이냐 했는데 사건이 일파만파 너무 커지니까 오히려 스태프들이 겁을 내더라. 영화가 다큐가 되고 있으니까 배우들도 엎어 질까봐 걱정하고. 근데 무섭다거나 두렵다기보다 돌아가는 게 이상했다. 이게 뭐지?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되지? 장삿속으로만 생각하기엔 어느 선을 넘어서서 가버리니까. 외압에 대한 두려움이 없진 않았지만 실제로도 지금까지 없었고, 어쨌건 우리나라의 성숙도를 믿었다.

그런데 배우들이 말이 안 된다고 느낀 게 의외일 정도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조직의 면면은 국민적으로 공감하는 수준이다. 검찰과 경찰의 불화나 알력다툼, 공공기관의 비리는 공공연히 어디서든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
류승완 감독: 그런데 날 이 대본으로 이끈 건 사건이나 이야기의 구조가 아니었다. 내가 제작사에서 생각한 연출자 1순위도 아니었고. 관심 있었던 건 이 사건 안에 휘말려버리는 개인들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싫어도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어야하고 언젠가 이 관계가 역전되기만 해봐라하고 독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나도 그렇고. (웃음) 그래서 이 얘기가 현실과 겹치는 일이 생겼을 때도 두려움을 그다지 느끼지 않은 것이고. 이건 개인에 더 방점이 찍혀있는 얘기였으니까. 그 개인들의 관계에서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매 순간 권력의 구도나 승패의 향방이 바뀌고 서로 물리고 물리는 게 입구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복마전이었다.
류승완 감독: 특히 그중에서 주양(류승범)이 같은 경우는 내 모습이 많이 있다. 영화감독이 독재가 허용된 직업이니까. 영화 속에서 주양이 수사관에게 “그것 좀 뽑아봐요” 이러면 수사관이 “무슨 명목으로 영장을…”이라고 한다. 그러면 주양은 “난 그런 건 모르겠고, 꼭 좀 알아야겠는데” 이런다. 그게 내가 현장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섭외? 난 그딴 건 잘 모르겠고, 거기서 꼭 좀 찍고 싶은데” 이렇게. (웃음) 물론 나도 조수 생활을 해봐서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는 안다. 근데 윤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권력을 지니까 그렇게 되는 거다. 누가 나보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정말 기발하시네, 감독 하셔야겠다” 이러고. 수사관 대하는 주양이처럼. (웃음) (류)승범이가 잘 할 수밖에 없는 게 내가 그동안 해온 걸 봐왔으니까 뭘 원하는 지를 너무나 잘 아는 거다. 또 그렇게 감독이 독재권력이 있는 듯하지만 제작 들어가기 전까지는 제작자, 투자자와 갑을 관계에서 을이다. 근데 촬영 들어가면 갑의 통제를 받는 권력을 휘두르는 을, 어떤 고비를 넘어간 장석구(유해진)가 된다. 또 촬영이 마무리 되는 상태에서는 그 권력이 점점 평준화가 된다. 감독은 ‘우리 이미 엎질러 진 거 가지고 어떻게 해보자’ 이러는 사람이니까. 그 때 새로운 권력, 언론과 관객이 나타난다. 현장에서 통제 되어야 했던 대상들이 아부의 대상이 되는 거지. 통제해야했던 구경꾼에서 “저 영화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재밌게 봐주세요” 이렇게 되는 거다. (웃음) 는 영화 만드는 과정과 되게 비슷하다. 그런 평소 내 삶의 패턴이 영화 안에 나온다.

그렇게 당신과 밀착되어 있는 영화의 현실감이 주는 무게 때문인지 보고 나서 멀미날 정도다. 영화 속의 부당거래는 그대로 현실로 이어져 개선의 징후가 전혀 안보이니까.
류승완 감독: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길가다가 국기 하강식이 있으면 멈춰서 경례하던 시절이었으니까. 근데 최소한 지금은 그렇진 않다. 감시하는 시선들이 있고 어떤 식으로든지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때도 있고 더딜 때도 있지만 어쨌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거 같다. 어느 세상이나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부패 없는 데가 없고, 인간이 모두 간디나 예수처럼 살 순 없지 않나? 생각의 문제인 거 같다. 영화의 결말도 생각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주양이가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고, 장인이 옆에 있긴 하지만 나는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냥 그 세계가 있는 것뿐이고 속의 사실은 더도 덜도 아니고 그게 다다. 나머지는 보는 분들이 결정하는 거다.

“날 둘러싼 착시현상이 있는 거 같다”

다른 사람이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땠나. 늘 본인의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류승완 감독: 각본 자체와 거리를 둘 수 있어서 편했다. 엔지와 오케이를 내리는 판단 기준에 있어서 감독들이 다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감독들도 모른다. (웃음) 나 같은 경우는 특히 더 그렇고. 내가 각본을 썼을 경우엔 모르는 걸 들키는 게 쉽지 않다. 실수를 인정하기 싫은 거다. 근데 다른 사람이 쓴 각본이니까 해석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도 있었다. 잘 모르고 아리송할 때는 훨씬 더 편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더라. 각색하는 과정에서 배우들과의 의사소통도 편하고. 내가 쓴 거에 대해서 논의할 땐 ‘이건 이런 건데 왜 이해를 못해’ 이랬다. 예전 같으면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의 다른 생각을 인정 못했다. 근데 는 기본세계를 내가 창조한 게 아니니까 내 생각만 옳은 게 아닐 수 있어서 기술적으로만 잘 하면 되는 거였다. 중요한 소도구에 클로즈업 들어가고, 환경을 보여줄 때는 롱샷으로 찍고,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던 순간을 체크해서 오케이 만들고. 그렇게 기술적인 측면만 강조되는 걸 더 힘들어하는 감독들도 있던데. 자신의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닌 기술자로 전락한 것으로 느끼기도 하고.
류승완 감독: 그럴 수도 있는데 난 그런 게 더 맞나보다. 오히려 거리를 두니까 많은 게 보이고. 독재권력을 휘두르는 맛은 덜한데 (웃음) 영화를 만들면서 드는 생각은 권력을 쥐고 있는 게 다가 아닌 거 같다. 좋은 영화, 잘 만든 영화를 남기는 게 중요하지. 에서 나의 역할과 의무는 뭘까 고민했고, 연출자의 의무를 찾고 이행하려는 순간 더 많은 권리를 누렸다.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정말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올린 사람은 나였다. (웃음)

밥상 소감 패러디처럼 는 비관적이고 어두운 전체적인 분위기에 비해 웃음 포인트가 꽤 많았다. 본인이 각색하는 과정에서 추가가 된 것인가.
류승완 감독: 애초에 블랙 코미디 요소가 깔려 있긴 했었다. 주양 중심으로 유머코드가 많이 있었다. 원래 대본에 비해서 세부적인 것들은 달라진 건 있지만 기본 축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물론 주양이 같은 경우 세부 묘사에서 나를 많이 반영하면서 좀 ‘듣보잡’ 코미디가 될 수 있었다. (웃음) 개인적으로 영화 보면서 웃는 걸 좋아하고, 유머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를 만들고 나서는 류승완의 세계를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를 만들 때는 무엇을 증명하고 싶었나.
류승완 감독: 그 때의 류승완과 지금의 류승완은 다르다. 를 만들 때 류승완과 를 만들 때 류승완은 또 다르고. 그 때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분명히 기억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것이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이제 류승완의 세계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영화 속의 세계가 중요하다. 사실 요즘은 내 이름에 관해서 부담을 갖는다. 영화보다 이름이 앞섰던 적도 많았고. 그것이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으로 작용하더라. 예를 들면 는 류승완이 만들었단 이유만으로 같은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의미가 없고 실망감만 안겨줄 것이다. 영화를 볼 때 그런 기대치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만 해도 그런 오류 범하기도 하는데, 보고 싶은 영화를 머릿속에 그리고 가는 경우가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신작이 나왔다고 하면 기대하고 갔다가 기분 좋게 배신당하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게 뭐야’ 이러는 경우가 있다. 근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게 나의 문제지 영화의 문제는 아니다. 영화 자체를 내가 잘못 본 거지. 영화에 아무런 기대가 없었으면 오히려 실체를 더 잘 봤을 텐데. 그러니까 류승완의 세계를 증명한다 이거도 지금 보면 치기 어리고 ‘썰’을 푼 거였다. 그걸 내가 어떻게 증명할 것이고 증명하면 뭐하나. 내용 증명이라도 보낼 건가. (웃음) 그냥 보이는 대로 찍고 영화를 만들면 되는 건데. 난 내 영화에 미안한 적이 많았다. 심지어 를 가지고도 어떤 기사를 보니까 ‘류승완 특유의 활어 같은 싱싱함이 살아있다’고 하던데 내가 여태까지 만들었던 영화중에 싱싱한 게 있었나? 가 그렇게 싱싱했나? (웃음) 날 둘러싼 착시현상이 있는 거 같다. 필모그래피에 관해서나 나 자신에 대해서나. 심지어 예능에 나간 감독이니까 류승완은 말도 잘하고 웃길 거 같다고 생각하고. 근데 오늘 얘기해 보면 알겠지만 버벅거리고 해매지 않나. 빈틈도 되게 많고 그렇게 재능이 뛰어나서 반짝거리는 것도 아니다. 오죽하면 고입시험에서 떨어졌겠나. (웃음) 나에 대한 선입견이 영화를 관람 하는데 있어서 안 좋은 작용들을 한 거 같아서 영화에 미안했는데 이번에는 좀 덜한 거 같아서 다행이다.

글. 이지혜 seven@
사진. 채기원 t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