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놈은 없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에는 나쁜 놈과 더 나쁜 놈, 약한 놈과 센 놈이 있을 뿐이다. “청와대에서 직접 보고를 들을” 만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초등생 연쇄 살인 사건’에 사활을 건 경찰과 검찰. 경찰대 출신이 아니어서 번번이 진급에서 미끄러지는 최철기 반장(황정민)은 범인 검거로 라인보다 강력한 한 방을 노리고, 배경도 ‘스폰’도 든든한 주양 검사(류승범)는 사건 마무리로 탄탄대로를 다지려 한다. 두 공직자를 일하게 만드는 건 사회정의 실현이나 직업윤리가 아니다. 오로지 승진과 치부를 동기로 움직이는 이들에겐 필연적으로 스폰서가 붙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합집산을 일삼는 아귀다툼이 벌어진다. 범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끝을 봐야하는 대국민 사기극은 멈출 줄 모르는 롤러코스터가 되어 돌진한다.
멀미나는 대한민국, 물 오른 류승완
물론 범인 캐스팅을 위해 스폰서 장석구(유해진)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잡힌 최 반장, 뇌물 수수의 증거가 최 반장에게 넘어간 주 검사,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장석구까지 끝도 없이 물고 물린 이들의 “생 쑈”는 딱 현재 대한민국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수준으로 종결된다. 결국 살아남는 건 힘이 세서 더 나쁠 수 있는 놈이라고 예상하는 건 이 세상이 더럽다고 외치는 것만큼이나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저 욕하고 치워 버리기엔 대대손손, 곳곳에서 이어질 부당거래의 고리가 너무나 무겁고 견고하다. 영화는 10월 28일 개봉한다.
글.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