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KBS홀에서 열린 제 16회 한국뮤지컬대상에 이변은 없었다. 의 정성화는 준비해온 A4 한 장짜리 남우주연상 수상소감을 또 한 번 읽었고, 의 김준수 역시 남우신인상 트로피를 들고 “르베이 할아버지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일단” 모두에게 고마워한 네 소년 김세용,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는 로 남우신인상을, 그동안 홍지민과 옥주현 뒤에 서 있던 차지연은 드디어 로 여우신인상을 수상했다. “2세 이름을 최몬테로 지어야겠다”고 말한 최민철은 의 몬데고 역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았고, “꼬마 빌리가 중년이 될 때까지 무대에 서겠다”는 최정원은 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은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을 위한 자리였고, 그 결과 은 6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공교롭게도 이는 지난 6월에 열린 더 뮤지컬 어워즈와 동일한 결과다. 4개월 전의 시상식에서도 은 최우수창작뮤지컬상을 비롯 총 6개 부문에서 승자였고, 역시 남우신인상을 비롯 총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두 시상식 사이의 다른 점이 있다면 출품 시기의 차이로 인해 대신 가 주목받았다는 것 정도뿐이다. 좀 더 창작뮤지컬에 힘을 싣는 한국뮤지컬대상과 그에 비해 대중적인 시각에서 진행되는 더 뮤지컬 어워즈가 동일한 수상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은 그만큼 한국창작뮤지컬이 작품성을 넘어 대중성까지 겸비하며 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두 시상식은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다져야 할 때가 왔다. 똑같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시상식은 그저 도돌이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국내 유일한 뮤지컬 시상식으로 출발한 한국뮤지컬대상이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스카라면, 후발주자 더 뮤지컬 어워즈는 쇼가 강조된 MTV 뮤직 어워드에 가깝다. 그래서 한국뮤지컬대상이 힘써야 하는 부분은 무리수를 부르는 축하무대가 아니라, 시상결과 그 자체다. “창작뮤지컬을 발굴, 지원”하기 위해 생긴 시상식인 만큼, 새로운 시도에는 손을 들어줬어야 했다. 물론 은 초연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도록 잘 만들어졌고, 6개 부문을 수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역시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던 작품이었다. 조광화 작가의 극본은 원작소설이나 영화의 부담감을 벗고 한 예인의 뚝심과 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은 뮤지컬만의 를 만들었다. 대중음악의 작곡가인 윤일상과 국악인 이자람의 음악은 적절한 대중성과 전통을 아우르며 극 전체를 관통하는 ‘화합’과 ‘화해’의 메시지를 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시장 내 신선한 자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기에 의 단일수상이 더욱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대부분의 후보작(자)들이 대극장용 뮤지컬에 머문다는 사실 역시 한국뮤지컬대상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올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도 배우들의 끈끈한 정과 여유는 계속 이어졌다. 전년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홍지민은 데뷔 20년 차 최정원의 수상에 무릎을 꿇고 트로피를 전달하는 것으로 예를 다했고, 10살 남짓한 네 빌리의 춤사위에는 관객과 배우 할 것 없이 기립으로 화답했다. 미세스 윌킨슨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정영주의 “타블로 난 당신을 믿어요”라는 수상소감부터 뮤지컬계 원로 송용태의 “걸그룹과 함께 공연할 수 있다면 분골쇄신하겠다”는 위트 있는 발언까지 이어졌다. 그야말로 한국뮤지컬대상에서만 볼 수 있는 명장면이다. 그리고 그 명장면 뒤에는 뮤지컬을 향한 모두의 애정이 짙게 깔려있다. 제 16회 한국뮤지컬대상은 오는 21일 목요일 오후 5시에 KBS2에서 방송된다.

제 16회 한국뮤지컬대상 수상내역
최우수작품상 :
베스트외국뮤지컬상 :
남우주연상 : 정성화
여우주연상 : 최정원
남우조연상 : 최민철
여우조연상 : 정영주
남우신인상 : 김준수, 김세용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
여우신인상 : 차지연
앙상블상 :
연출상 : 윤호진
극본상 : 한아름
작곡상 : 김동성
음악상 : 피터 케이시 (편곡)
안무상 : 서병구
무대미술상 : 박동우 (무대디자인)
기술상 : 김유선 (분장디자인)
인기스타상 : 김준수, 정선아
특별상 : 성남아트센터

사진제공. 한국뮤지컬대상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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