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영종도 촬영 현장은 썰물 때가 되어 물이 빠져 있었다. 전지훈련 중인 국가대표 후보 선수들이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노는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 상황, 물 때를 잘못 만난 배우들은 10월 서해안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물이 있는 곳까지 갯벌을 한참 걸어갔다. ‘일정대로 했으면 집에 갔을 시간’까지 촬영이 미뤄졌다고는 하지만, 배우들은 피곤해 보일지언정 아무도 싫은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한 자리수로 종영한 의 뒤를 이어 편성되었지만, 방영 시작과 함께 10%를 넘는 시청률을 거두며 호평마저 받고 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심지어 이 날 촬영이 없던 차예련마저 아직 부상에서 다 회복하지 않은 채로 기자들을 만났으니, 들떠있는 배우들의 즐거움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듯 했다. 지난 8일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 현장에 모인 배우들과 박형기 감독의 대화를 옮겼다.

초반 시청률 반응이 좋다. 만족스러운가?
엄태웅: 만족스럽고 동시에 불안하다. 뉴스 시간대이니 또 무슨 일이 터지진 않을까 불안하고, 다음 주에는 또 한일전 축구랑 붙기도 하니까. 그래도 참 재미있는 드라마인 것 같다.
김소연: 부담 많이 된다. 농담 삼아 문근영씨랑 손예진씨 없으니까 이젠 야구랑 축구가 있다고 이야기도 하고. (웃음)
박형기 감독: 시청률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거 같진 않다. (웃음) 시청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은 것은 드라마가 표현하고자 하는 휴머니즘과 좋은 대본이 밸런스가 잘 맞아서일 거다. 주연부터 단역까지 모든 연기자들이 배역과의 싱크로율 100% 이상의 호연을 보여주기도 하고.촬영이 바쁜 것 같다. 전지훈련 장면을 찍는 건가?
엄태웅: 선수들은 전지훈련 장면을 찍고, 의사들은 도핑 테스트하고 세미나 장면 촬영이 붙어 있다. 모든 장면을 다 감독님이 직접 연출하면서 찍는다. 그래도 일정이 아주 급한 건 아니다. 선수촌에 계셨던 분이신지, 어떤 시청자 분께서 드라마를 보시곤 태릉선수촌이 많이 변했다고 글을 올리셨더라 (웃음)

“연기자와 배역의 싱크로은 100% 이상”

캐논 5D Mark II로 촬영한 장면들이 화제다. 써보니 어떤가?
박형기 감독: 방송용 카메라가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단점도 있긴 한데, 그걸 커버할 만큼 장점이 있으니까 만족스럽다. 가벼워서 여기 저기 장착하기도 용이하다. 다양한 앵글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
정겨운: 아무리 오랜 시간을 들여서 찍어도 그 결과물이 너무 좋기 때문에 배우 입장에선 너무 좋은 카메라다. 다른 현장에서도 이 카메라가 아니라면 많이 허전할 거 같다.

엄태웅은 다리 저는 연기가 좀 익숙해 졌나?
엄태웅: 많이 적응이 됐다. 손목이 아프길래 왜 그런가 생각해 봤더니 팔로 목발에 지탱하느라 그런 거 같다.도욱은 독설을 많이 하는데, 실제 성격도 그런 편인가?
엄태웅: 독설은 아니고, 친해지면 깐죽거리긴 한다. (웃음) 도욱의 언행을 보고 촌철살인이라고들 하는데, 독설이라기보단 도욱이라는 인물이 좀 엉뚱한 거 같다.

차예련은 교통사고로 발 부상을 당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차예련: 인공발톱을 심어 넣고 열 바늘을 꿰맸다. 덕분에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감기에 걸려 열이 40도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웃음) 지금은 거의 다 아문 단계인데, 실밥을 안 풀어서 신발을 신거나 걸을 때는 아직 무리가 있다. 제작진이 배려해 줘서 발이 나오는 전신샷이 많이 빠져서 다행이다.

정겨운은 유도선수 역할이라 몸을 주로 쓴다. 힘든 점은 없나?
정겨운: 힘든 건 별로 없다. 다만 공들여 찍은 유도 장면이 편집이 되어서 아쉽다. 러브라인이나 의사들 이야기가 중점이 되다 보니 꼭 잘리는 건 다 유도 장면이더라. 이젠 유도 열심히 안 하려고 (웃음)
박형기 감독: 본인 분량만 모니터 하니까 유도 장면만 잘려 나간 거라고 하는 거다. (웃음)김소연은 예전에 긴 대사를 미처 못 외워서 상대 배우 이마에 메모지를 붙여서 컨닝으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은 어떤가?
김소연: 아직은 그렇게 긴 대사가 없다. 극중 연우가 처한 상황이 선수들이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 상황이니 의학용어 쓸 일도 별로 없다. 그래도 앞으로 대사가 늘어나면 또 메모지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웃음)

“캐논 5D Mark II로 찍은 결과물은 너무 좋다”

이번 작품에선 강단있는 모습도 보여주며 ‘버럭연우’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소연: 별명? 너무 좋다. (웃음) 벌써 다음 작품에선 또 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들 만큼,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에서는 발랄한 연기를 하며 상기된 상태로 지냈는데, 연우를 연기하면서 그런 부분이 많이 줄어들었다. 감독님(진혁 감독)이 현장에 오셨다가 왜 이렇게 차분하냐고 묻더라. 지금은 한국의료원에서 일하는 초반처럼 ‘버럭’하는 장면이 없는데, 그런 모습이 나중에라도 다시 나왔으면 할 정도로 그 연기가 재미있었다.

현장에서 NG를 많이 내거나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배우는 누군가?
엄태웅: 나는 애드리브는 거의 안 한다. NG는 제일 많이 내는 거 같고. (웃음) 김소연이나 차예련은 NG를 거의 안 내는 편이다.
차예련: 엄태웅이 원래 NG를 많이 낸다. (좌중 웃음) 나도 하루에 한두 번씩은 내는 거 같다. 엄태웅과 찍는 장면이 많은데, 엄태웅은 유독 나랑 찍을 때 NG를 더 많이 낸다.
김소연: 정겨운이 아이디어가 많아서 애드리브를 많이 제안한다. “이런 장면에선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하고 감독님에게 제안도 많이 하고.
정겨운: 재미있게 생각하고, 많이 시도한다. 준비한 만큼 표현이 되진 않더라. 감독님은 그래도 주인공은 멋있어야 하니까 너무 멀리 가진 말라고 말씀하신다.드라마 홍보 차 엄태웅을 제외한 주연 배우들이 에 나갔다.
정겨운: 예능에서 너무 많은 걸 보여주면 신비감이 사라질 것 같아서. (웃음) 모든 걸 보여주고 앞으론 예능 안 하려고 복근도 보여주고 춤도 췄다. 방송으로 보니 심장이 너무 뛰고 손발은 오그라들더라. 그래도 내가 봐도 참 열심히 췄다. 장하다 싶었다. 연말에 상 타려고 열심히 췄나. (웃음)
엄태웅: 은 내가 심장이 약해서 못 나갔다. (웃음) 영화 홍보한다고 다른 예능은 많이 나갔는데, 만큼은 무서워서 못 나가겠더라.
김소연: 예능을 자제해 왔는데, 고심 끝에 를 위한 거라 생각하고 나갔다. 역시나더라 (웃음) 이야기할 때 끝맺음도 잘 못 내고. 그런 부분은 편집될 줄 알았는데 다 나가더라. 불 꺼진 방에서 혼자 우울해 하면서 봤다. (웃음) 평상시에는 끝맺음 잘 한다 (웃음)
엄태웅: 연기는 똑 부러지게 잘 하는데. 평상시에도 끝맺음은 안 좋다. (웃음)

사진제공. SBS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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