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는 천재 의사 한진우(류덕환)와 강경희 형사(윤주희) 그리고 법의관들이 국과수에서 사인(死因)이 유보된 시신을 부검하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메디컬 범죄수사극이다. 이준형 감독은 “, 그리고 등 수많은 미드들이 녹아있을 순 있겠지만 그것들을 모태로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틀이 기존의 수사물이나 메디컬 드라마와 흡사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지점에서 는 “미국에서도 전문적으로 다룬 적이 없는”(이준형 감독) 희귀병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통해 기존 장르물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일명 ‘드라큘라 병’이라 불리는 포르피린증, 선천성대사이상 페닐케톤뇨증(PKU), 근육조직이 퇴화하는 근이영양증 등 매 회 범죄사건에 휘말린 희귀병 환자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제작진이 의도한 건 낯선 희귀병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아니라 희귀병이 만들어내는 트라우마 그리고 그로 인해 그들이 느꼈을 소외감 혹은 고독감이다. 이 감독이 “를 통해 ‘나도 희귀병 환자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처럼, 희귀병을 둘러싼 편견과 상처가 난무하는 인간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이 드라마는 결국 ‘휴머니티’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희귀병 자체가 아닌 트라우마에 주목
이준형 감독이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다운 영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 영상마저도 15세 관람가에 맞춰 부검이나 액션장면의 수위를 조절한 것 역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희귀병 환자들의 사연과 법의관 사무소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형식은 2005년 KBS ‘바람난 아빠’ 이후 줄곧 영화에 매진했던 류덕환이 “단순한 메디컬이 아니라 매 회 법의관, 범인, 죽은 사람을 둘러싼 휴머니즘 드라마가 나온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어” 를 복귀작으로 선택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기도 하다. 극 중 한국대 법의관 사무소에는 유쾌한 천재 외과의사 한진우, 냉철한 여형사 강경희, 희귀병 클리닉 센터장 장규태 교수(최정우), 법의관 사무소장 조영실(박준면) 등 직업도 성격도 제각각인 인물들이 모여 있지만,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작품 장르만큼이나 치밀하게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한진우와 조영실이다. 류덕환은 “극 중 진우가 앓고 있는 희귀병에 대해 인터넷으로 찾아봤더니 견과류 음식이 좋다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아몬드를 집어먹는 장면을 새로 집어넣”는다든지 “딱딱한 자세가 아니라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면서 가끔 장난도 치며 유쾌하게 브리핑을 하는 태도”로 바꾸는 등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간다. 또한 조영실 역의 박준면은 “실제 국과수에 가서 부검하는 장면을 보고, 손 대역 없이 돼지를 이용해 직접 부검연기를 할” 정도로 몸을 아끼지 않는다. 첫 회는 한국대 법의관 사무소에 합류한 한진우와 법의관들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그린다. 제작진과 배우 모두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탄탄한 드라마”라고 입을 모은 는 과연 메디컬 범죄수사극이라는 장르물을 넘어선 ‘휴먼’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제공. 온미디어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