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MBC 토 9시 45분
1970년대 재벌그룹 회장 태진(이순재)은 서민기업 이미지를 위해 가난한 친구의 딸 정숙(김희정)을 자신의 아들 영민(조민기)과 결혼시키기로 한다. 하지만 정숙의 동생 나영(신은경)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언니의 남자를 뺏어 결혼한다. 그리고 민재(유승호)와 인기(서우)는 영민과 나영이 각자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다. 마치 KBS 의 초반부처럼 막장 드라마의 필수요건을 갖췄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또 하나의 막장 드라마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그 맛과 질감은 달라지는 법이니 말이다. 과연 드라마 , , 등을 집필한 정하연 작가는 후계자를 둘러싼 대립구도, 재벌가 내부의 암투, 출생의 비밀, 인간의 욕망 등의 재료를 갖고 어떤 요리솜씨를 보여줄까.
‘소년, 소녀를 만나다’ KBS 토 11시 15분
KBS 의 열일곱 번째 이야기는 철없고 무능력하지만 순수한 셔터맨 현추(윤희석)와 인간미는 없지만 똑똑한 소녀 지완(서신애)의 동반성장기를 담고 있다. 과학고에 조기 입학한 지완에게 현추는 한심한 어른, 아직까지 세상을 아름답게만 바라보는 현추에게 지완은 그저 애늙은이로 비춰질 뿐이다. 하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두 사람은 남에게 털어놓지 못한 고민을 공유하게 되고, 그들이 나눈 대화는 지금껏 자신이 만들어놓은 틀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직까지 소년성을 간직하고 있는” 배우 윤희석과 “천재 소녀와 아역배우의 고민은 비슷”하다고 말한 서신애는 이미 각자의 배역에 몰입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췄고, 여기에 이선균과 황우슬혜 주연의 ‘조금 야한 우리 연애’ 편을 집필한 박은영 작가의 작품이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도시락’ MBC 일 밤 11시 35분
KBS 과 MBC 이 방영되는 주말의 밤은 미니시리즈를 만날 수 있는 평일의 그것보다 더 깊고 아름다운 시간이다. 꽃미남 가수를 향한 이모팬의 마음을 왜곡하기는커녕 순수한 팬심을 고스란히 잘 살린 은 비록 5부작 편성에 불과하지만 MBC 단막극의 성공적인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곧 폐쇄될 시골 간이역에 모여 죽은 아들을 기억하고, 옛 애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홀로 남겨진 어머니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도시락’ 편은 이태곤 감독의 말처럼 “도시락이 주는 따뜻한 정서를 담은” 세 번째 단막극이다. 레드원 카메라로 촬영된 화면은 간이역을 아련한 추억이 서린 공간으로 애인에게 버림받은 희영(이민정)과 신참 역무원 수철(임슬옹)의 로맨스를 풋풋하게 만들어줄 전망이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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