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은 가요계에서 유명한 ‘귀 명창’이다. 노래를 잘 부르는 건 당연한 일이고, 듣는 귀도 뛰어나다는 얘기다. 그런 그가 의 심사위원장을 하는 건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었다. 그는 두 시즌 모두 심사에 참여하면서 프로그램의 아이콘적인 존재가 됐고, 냉정한 평가로 전체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합격 드릴게요”라는 그의 말이 나오기 직전의 순간은 출연자와 시청자의 심장을 모두 조이는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데뷔 후 25년 이상 한국의 대표적인 보컬리스트인 그의 존재는 가 음악에 대해 가진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는 증명이자, 누구도 심사결과에 쉽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만드는 권위이기도 하다. 특히 ‘슈퍼위크’가 시즌1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면서 심사위원단의 의견을 조율하는 그의 위치와 무게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에서 두 시즌째를 보내고 있는 이승철에게 ‘심사의 철학’을 물었다.

시즌 1에 이어 의 심사위원을 맡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이승철 : 처음엔 거절했다.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너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꿈을 가진 친구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고, 혹은 새로운 길을 가야 할 친구들에겐 좋은 충고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제작진의 엄청난 설득이 있었다. (웃음)

“기존 가수와 경쟁해야하기 때문에 본능적 감각과 재능은 필수”

“가수는 타고나는 것이다. 연습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는 대형기획사나 메이저에 들어갈 기회를 얻지 못해 절실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주가 되는 프로그램인데, 가수에게 재능과 노력은 어떤 비율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나.
이승철 : 재능이 훨씬 큰 비율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간은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고의 경지는 타고난 재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찾아서 그 길에 땀을 흘리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가수도 마찬가지다. 기획사를 통해 힘든 훈련 과정을 거쳐 좋은 가수로 만들어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재능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과 경쟁하긴 힘들 거다. 예선에서부터 심사와 함께 표정이나 손동작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지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대매너가 중요한 록밴드 보컬 출신 가수로서, 무대매너의 기본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승철 : 강력한 카리스마가 가장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과의 교감이 중요하다. 자신만 충만해진 느낌으로 혼자 달린다면 안 된다고 보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무대 위에서의 많은 경험을 통한 여유를 얻어야 한다.

합격 기준에는 복합적인 요소가 있을 텐데 그 중에서도 최우선시하는 점이 있다면, 그리고 혹시 제작진이 제안한 가이드라인이나 심사위원-제작진 사이의 합의선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승철 : 합의는 없다. 이게 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제작진의 어떠한 요청이나 기준은 없다. 심사위원끼리도 마찬가지다. 다만 한 가지 공통된 방향이 있다면 에서 뽑힌 사람은 기존의 가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미 본능적인 감각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스타일이나 외모처럼 외적인 부분은 많은 전문가들이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줄 수도 있지만 가수로서 가져야 할 음악적 재능, 특히 목소리는 짧은 시간에 이룰 수 없기 때문에 타고난 힘을 가진 사람을 골라내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심사평에 대해 ‘너무 주관적이다’ ‘공정하지 않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있는데 이는 편집 때문에 모든 멘트가 다 방송될 수 없어서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방송에서 좀 더 부각되었으면 하는 심사평의 포인트가 있다면.
이승철 : 누가 그런 말을 하더라. 총 150만 여 명이 지원했고 그들의 가족과 친구를 합하면 거의 천만 명은 될 텐데 그 중 인터넷에 열심인 나이대의 사람 중 한두 명만 게시판에 글 을 써도 3~4백만 명이라고. (웃음) 누구나 자신의 열정이나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속상할 거다. 나도 똑같은 경험을 해봤고 아파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콘테스트고 우리도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전제로 임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기량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견해가 정답이라 말할 순 없어도 자신에게 좋은 조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끝이 아니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지혜를 가지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나에 대해 갖는 서운한 마음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인기나 게시판 글을 눈치 보지 않고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강하게 조언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방송의 매력을 살리기 위한 편집을 통해 내가 희생되는 부분도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웃음) 그런데 재미있다. 제작진이 참 잘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의 심사를 맡으며 비난을 받은 적도 많았을 텐데 혹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나.
이승철 : 시즌 2 첫 방송이 나갔을 때 외국에 있었는데 반응이 궁금해서 매니저에게 물었더니 말을 제대로 안 하는 거다. (웃음) 게시판을 봤더니 난리가 났었다. 처음엔 조금 서운한 생각도 들었지만 이해할 수 있는 수위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방송이 40분이나 지연되는 바람에 시청자들의 분노가 더해졌던 것 같다.

“좋은 가수를 찾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독설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어린이나 성소수자 등 상처받기 쉬운 참가자들에게는 친절히 대하려 애쓰는 것 같다. 어떤 경우 좀 더 엄격하게 말하는지, 그리고 그런 ‘독설’이 참가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길 바라나.
이승철 : 그렇게 느꼈다면 고맙다. 어린 아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나오신 분들은 참가만으로도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고 자신의 삶에 대한 큰 기회를 만든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수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겐 보다 강하게 심사평을 한다. 신이 주신 재능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세상과 나누어야 하는 것이라는 철학이 있다. 그런데 누가 그 재능을 헛되이 쓰는 걸 보면 안타깝고 속상하기도 하다. 그래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겐 그 재능을 좀 더 갈고 닦아 빛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채찍질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혹시 지난 시즌 심사를 경험한 뒤 시즌 2 심사를 진행하며 새롭게 반영했거나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이승철 : 처음과 같다. 가수가 너무 쉽게 되는 세상이라는 게 싫다. 기획사에서 상품으로 만들어져 나오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정말 재능 있는 가수가 나와서 오랫동안 좋은 음악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고, 그런 사람을 찾고자 노력한다. 오히려 점점 경계하게 되는 것도 있다. ‘이런 친구가 올라가면 시청률에 도움이 되겠다’, ‘대중들로 많은 관심을 얻을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철저히 음악 잘 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스타성도 중요하지만. 윤종신, 박진영, 엄정화 등 각 심사위원들마다 다른 특징이나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함께 심사를 진행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이승철 : 윤종신씨는 좋은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많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어떤 아이를 보면 ‘어떻게 만들 수 있겠다’를 본다.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있다. 박진영 씨는 아이돌을 많이 키워와서인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 그리고 의외로 마음이 약하다. (웃음) 엄정화 씨는 마음이 너무 여려서 좋은 누나, 언니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특히 댄스 가수로서 나와는 또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혹시 심사위원 간에 합격 여부에 대한 이견이 생기는 경우에는 어떻게 조율하나.
이승철 : 이견은 늘 있다. 하지만 최종에는 합의가 잘 이루어진다.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일치하는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의 대표성을 띠고 있기도 하고 실질적 심사위원장의 역할이다. 혹시 쇼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좀 더 신경 쓰는 부분도 있나.
이승철 : 내가 방송쟁이가 아니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방송에 대한 생각이나 부담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건 제작진의 몫인 것 같다. 나와 다른 심사위원들은 좋은 가수를 찾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이 프로그램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방송을 위한 제작진의 여러 요청이 있고 재밌는 방송을 위한 각본이 필요하다면 나는 참여하지 않았을 것 같다. 다만 촬영된 내용을 가지고 재미있게 만드는 건 제작진이 고민할 몫이다. (웃음) “TOP 10은 가 끝난 뒤 바로 앨범을 낼 수 있는 사람”
지금까지 심사를 진행하는 동안 자신을 가장 당황시킨 출연자가 있다면.
이승철 : 몇몇이 있지만 꼭 집어 말하긴 개인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서 밝히진 않겠다. 다만 는 가수를 뽑는 자리. 물론 개인의 재미 혹은 추억으로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분들에게 우리는 관대할 수 없다. 지방 멀리에서부터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참가한 도전자들과 가벼운 생각으로 나온 분들을 같게 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끔 함께 참여하는 열정적인 도전자들을 기운 빠지게 하는 분들을 보면 매우 당황스럽다.

이번 주에는 본선 최종진출자 TOP 10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뽑았나.
이승철 : 나와 함께 한 심사위원들의 서로 다른 관점이 합쳐져 추려진 사람들이다. 모두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오직 하나의 기준이 있다면 가 끝난 뒤 바로 앨범을 낼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TOP 10의 기준’과 ‘슈퍼스타의 기준’은 같은지 다른지, 만약 다르다면 어떤 면에서 다른지 궁금하다.
이승철 : 같다. 톱 10은 최후의 한 명으로 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을 뽑은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이다 보니 실력도 실력이지만 ‘캐릭터’가 눈에 띄는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에서 크게 부각되는 면이 있다. 음악을 주로 보는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승철 : 방송을 보는 분들은 재미있을 거다. 제작진은 음악 외적인 이벤트가 생기니 보여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좋을 거고. 하지만 나는 오직 음악적인 면만 본다. 그의 인성이나 캐릭터는 시청자들, 그리고 어쩌면 그의 팬이 될 사람들의 몫이지 내 임무는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찾는 거다. 그런데 시청자의 입장에서 방송을 볼 땐 느낌이 다르기도 하다. 재미있기도 하고 얄미운 친구도 있다. (웃음)

TOP 10이 거의 결정되면서 시청자들의 지지가 뚜렷하게 갈리는 중인데 앞으로의 슈퍼위크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심사위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 그리고 이런 현상이 걱정되지는 않나.
이승철 :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할 일은 스타로서의 자질을 가진 도전자를 찾아내는 거다. 그 도전자가 가수로 데뷔를 하고 그 후 팬들이 생길지 안티가 생길지는 그 후의 일이다. 우리는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좋은 재능,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을 찾겠다.

만약 ‘희야’를 부르던 고등학교 시절의 본인이 에 참가한다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 역시 우승하지 않았을까. (웃음)
이승철 : 고맙다. 그런데 집안이 엄해서 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 (웃음) 나도 궁금하다. 어땠을까.

사진제공. 백 엔터테인먼트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