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미스A의 민은 ‘깝민’이 될지도 모르겠다. 민은 요즘 SBS 과 MBC 에서 원더걸스의 ‘Nobody’를 재미있게 소화했다. 아이돌의 재능을 확인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이제 그만할 때다. 걸그룹에게 예능 활동은 중요하지만, 민이 MBC 에서 ‘골반댄스’를 출 이유는 없다. 미스A는 예능 프로그램도, 리얼리티 쇼도 없이 데뷔곡으로 한 달 간 음원차트 1위를 했다. 소녀시대나 원더걸스도 이러지는 못했다. 1위했으니 예능 활동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문제는 미스A가 걸그룹 시장에서 가진 위치다.

미스A는 다르다, 원더걸스와도 소녀시대와도

원더걸스의 ‘Tell me’ 이후, 걸그룹의 음악은 곧 ‘콘셉트 음악’이었다. 소녀시대는 ‘소원을 말해봐’에서 여군이, ‘Oh’에서 치어리더가 됐다. 빅뱅이나 2PM은 신곡을 낸다고 기본적인 스타일까지 바꾸지는 않는다. 반면 걸그룹은 마칭밴드의 콘셉트에 음악, 춤, 패션을 일치시킨 애프터스쿨의 ‘뱅’처럼 구체적인 콘셉트와 함께 변신한다. 그건 걸그룹 시대가 온 중요한 이유다. 패션쇼처럼 걸그룹은 시즌마다 다른 콘셉트를 보여주고, 대중은 그 때마다 걸그룹을 부담 없이 소화한다. 그만큼 걸그룹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은 심해졌다. 나인뮤지스는 멤버들의 평균 신장이 170cm를 넘는 ‘모델돌’이라명명됐다. 그룹이 콘셉트를 소화하는 대신 콘셉트가 그룹을 만든다. 소녀시대, 카라, 티아라는 올 상반기 똑같이 ‘강한 여자’로 변신했다. 콘셉트를 바꾸며 다양한 이미지의 여성으로 변하던 걸그룹이 마치 종착역처럼 ‘강한 여자’를 선택했다. 정말, 걸그룹은 할 만큼 했다.

반면 미스A는 어떤 명확한 콘셉트도 없었다. 대신 에어로빅복처럼 몸에 붙는 옷을 입고 구르고, 다리를 올리며 몸의 선을 그대로 보여줬다. 전례가 있긴 하다. 비욘세는 ‘Single ladies’에서 원피스 수영복에 가까운 옷과 흑백의 뮤직비디오로 자신의 몸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물론 미스A는 비욘세만큼의 ‘포스’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그 전까지 귀여운 여자였다가 카리스마적인 여전사로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도 없었고, 그 상태에서 치장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왔다. 그들이 ‘Bad girl good girl’에서 괜히 ‘내 겉모습만 보면서 한심한 여자로 보는 너의 시선이 난 너무나 웃겨’라고 하는 게 아니다. 다른 걸그룹이 판타지를 만들 때, 그들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여자들이었다. 몸을 드러내지만 선정적이기 보다는 당당해 보이고, 캐릭터보다 퍼포먼스가 먼저 들어왔다. 미스A는 남자도 좋아하지만 여자도 감정이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셈이다. ‘Bad girl good girl’ 후크송이 아닌 한 곡의 노래

여기에 ‘Bad girl good girl’은 요즘 트렌드를 효과적으로 변용한다. 최근 한국 댄스 음악은 어떻게 더 빨리 대중의 귀를 사로잡느냐에 매달렸다. ‘어쩌다’는 후렴구를 시작부터 반복했고, ‘아브라카다브라’는 1절 자체를 반복적인 멜로디로 구성했다. ‘루시퍼’는 첫 부분부터 클라이막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Bad girl good girl’도 기본적인 리듬과 멜로디는 ‘Heartbreaker’나 ‘너 때문에 미쳐’처럼, 사물놀이를 하듯 처음부터 강하게 나간다. 하지만 사운드는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비어 보일 만큼 심플한 사운드로 노래를 부각한다. 여기에 ‘Bad girl good girl’의 주 멜로디는 ‘앞에선 한 마디도 못 하더니 뒤에선 내 얘길 안 좋게 해 어이가 없어’를 조금씩 바꿔서 반복한 것으로, 곡의 리듬을 멜로디로 바꾼 것이다. ‘앞에선 한 마디도 못하더니’처럼 발음으로 강약을 조절하며 작곡가 박진영의 ‘말하듯 노래하기’에 바탕을 둔 멜로디는 일반적인 기승전결에도 모든 파트의 멜로디를 다이내믹하게 연출한다. 쉽고, 반복적이고, 신난다. 요즘 댄스 음악들이 대중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더 복잡해졌다면, 이 노래는 트렌드에 부합하면서도 한 곡의 편한 ‘노래’로 즐길 수 있다. 곡이든 무대든, 미스A는 모든 장식을 제거하고 남은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승부를 걸었다.

콘셉트가 아닌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2막

그러나 미스A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미스A의 노래 중에는 ‘이대로 난 너 없이 안돼’라는 ‘다시 사랑’도 있다. ‘Bad girl good girl’도 박진영이 만든 콘셉트 중 하나일 뿐일 수도 있다. 몸을 드러낸 그들의 의상도 당당함과 민망함 사이를 오가기도 한다. 오락 프로그램 출연도 마찬가지다. 오락프로그램은 대중이 걸그룹을 소비하는 방식을 그대로 반복한다. , 등에서 걸그룹은 언제나 섹시 댄스를 출 준비를 해야 한다. 걸그룹 버라이어티 KBS 마저 최근에는 군부대나 일본 농민을 찾아가 언제나 웃고, 봉사하고, 위문 공연을 한다. 대중의 소비에 초점을 맞춘 콘셉트로 활동하는 걸그룹은 예능에서도 자신이 아닌 바깥의 시선에 맞춰 움직이고, 대신 인지도와 캐릭터를 얻는다. 이런 예능 활동이 춤추는 여성에게 이중적인 시선을 보내는 남자들을 비웃는 걸그룹에게 좋은 영향을 줄까. 인지도는 오르겠지만, 그룹이 가진 차별성은 사라질 것이다. 지금 미스A에게 필요한 건 지금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후속곡과 이를 받쳐줄 실력일 것이다. 혹시 그들이 직접 가사를 쓴다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2NE1도 그랬다. 당당한 여성의 캐릭터를 내세운 2NE1은 로 기존의 방식대로 소비되지 않고도 그들의 캐릭터를 만들었고, 몇 개의 프로젝트와 함께 음악 위주의 활동에 주력했다. f(x)도 ‘NU ABO’등으로 섹시함 대신 10대 소녀들의 세계를 선택했다. 미스 A 이전에도 이런 걸그룹을 위한 시장은 있었다. 미스A가 음원과 무대만으로 성공한 건 기존 걸그룹보다 더 여성에 포커스를 맞춘 걸그룹의 수요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2NE1은 새 앨범에서 윌 아이엠의 곡을 받아 그들의 음악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실력파 걸그룹의 정체성을 굳히려 한다. 지금 걸그룹 시장의 핵인 소녀시대는 일본 진출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미스A는 여기서 무엇을 보여줄까. 걸그룹 시대의 2막이 올랐다.

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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