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롯데의 이대호라는 선수가 9경기 연속 홈런을 쳤다며? 신기록이라던데.
정말 대단한 기록이지. 그 상대가 기아라는 게 좀 속이 쓰리긴 하지만. 어쨌든 롯데에게 있어, 아니 부산에게 있어 이대호는 정말 보물처럼 느껴질 거야.
그 이대호가 영화 에도 나왔던 선수 맞지? 그런데 그 선수도 부산 사람이야?
응, 부산에 있는 경남고등학교를 나왔어.
그럼 부산 사람이라 롯데에 들어간 건가?
어떤 면에서는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아니야. 이대호가 신인으로서 롯데에 뽑혔던 2001년 시즌에는 연고지에서 1명의 선수에게만 1차적인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었어. 우선 지역 최고의 유망주 한 명만큼은 지역 팀이 데려갈 수 있었던 거지. 그런데 당시 롯데가 1차 지명으로 뽑은 선수는 부산고의 추신수였어. 비록 메이저리그로 가면서 추신수는 롯데 선수가 되지 못했지만 어쨌든 롯데로선 최고의 선택이었고, 이대호는 부산 출신임에도 1차 지명에 끼지 못했지. 그럼 어떻게 롯데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건데? 우연인 거야? 어떤 면에서는 부산 사람이라 들어간 거일 수도 있다며.
지금 설명하잖니. 2006 시즌에는 1차 지명을 한 이후 나머지 2차 지명부터는 지역 연고와 상관없이 근 3년 동안 성적을 합산해 하위 팀부터 차례로 선수를 지명할 수 있었어. 약한 팀일수록 좋은 선수를 고를 기회를 줘서 리그 평준화를 이루기 위해서지. 그리고 롯데는 그 기준에서 최하위였고. 그런데 바로 그 리그 평준화 때문에 롯데에 앞서 당시 신생팀이던 SK에게 2차 지명으로 세 명을 한 번에 뽑을 기회를 준 거야. 말하자면 1차 지명이 끝나고 남은 선수 중 가장 괜찮은 세 명을 데려갈 수 있는 기회였지. 그런데 그 때의 SK는 이대호 대신 다른 선수 셋을 데려갔고, 롯데는 부산 연고이자 가능성이 충분해 보이던 이대호를 데려온 거야. 그리고 그 선수가 몇 년 사이 롯데의 수호신이 된 거고.
그러니까 지역 연고를 가졌다는 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지만 그게 제도적으로 보장 받는 건 아니라는 거지?
바로 그거지.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야.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팀마다 지역 연고를 가진 선수 10명을 싹쓸이할 수 있었어. 그러니 정말 완벽한 지역색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지. 물론 그런 지역주의가 정치적으로는 올바르지 않을 수 있지만 덕분에 프로야구가 빠르게 인기 스포츠가 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팀들은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됐어. 생각해봐. 자기네 지역을 대표하는 팀이자 자기 지역에서 꾸준히 살고 운동하고 지역 말투를 쓰는 선수들로만 이루어진 팀이니 얼마나 동일시하고 예뻐했겠어. 물론 그럴수록 성적이 안 나오면 더 화가 났겠지만.
그럼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거야? 네가 말한 정치적인 문제 때문인 건가?
그게 없진 않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몇 안 되는 야구 명문팀이 특정 지역에 몰려있다는 거였어. 이종범, 최희섭의 광주일고, 최동원, 이대호의 경남고처럼. 그런 상황에서 몇 몇 팀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할 수밖에 없었고, 또 그 호소는 당연한 거였지. 그렇기 때문에 1987년부터는 지역 연고 지명 선수를 3명으로, 1990년부터는 2명으로, 1991년부터는 1명으로 줄였다가 이번 2010년 시즌부터는 아예 지역 연고제를 폐지했어. 지역 연고제를 폐지한 뒤 선수를 선발하는 방법은 아까 말한 것처럼 지난 성적을 기준으로 하위팀에게 우선권을 주는 거야. 8위 팀이 가장 먼저 지명을 하면서 순서대로 내려와서 1위 팀이 여덟 번째로 선수 지명을 하고 난 다음에는, 1위 팀이 아홉 번째 지명을 하고 8위 팀이 열여섯 번째 지명을 하는 거지. 어차피 다 잘하는 선수들 안에서 뽑는 건데 그렇게 순서 한 두 개가 중요한가?
물론이지. 소위 대어급 선수는 팀의 분위기를 바꿀 만큼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1992년에 연고 지명을 통해 해태에 입단한 이종범, 삼성에 입단한 양준혁처럼. 만약 그런 선수들을 연고에 상관없이 뽑을 수 있다면 누구나 1순위로 지명권을 행사하고 싶겠지. 네 말대로 다들 잘하는 선수들이지만 스페셜한 수준은 사실 한 해에 한 두 명이거든.
그럼 지금 잘 나가는 스타들은 거의 다 1차 지명에서 1순위로 뽑혔던 선수들인가? 이대호는 1차 지명이 아니었다면서.
사실 1차 지명에서 가장 먼저 뽑히거나, 최소 8팀 안에서 1차 지명으로 뽑혔던 선수들이 더 많은 기대를 모으고 실제로도 그런 경우가 많아. 어제 열린 프로야구 2011 시즌 드래프트에서 언론들이 각 팀 1차 지명자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기사를 내는 것도 그래서야. 그 중에서 지난 해 꼴찌 한화가 1순위로 뽑은 광주일고 투수 유창식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것도 그래서고. 실제로 모든 팀이 1순위로 유창식이 뽑힐 걸 예상할 정도로 스페셜한 고교 투수라고 하더라. 아…
왜 그래?
연고제가 폐지되어서 기아가 유창식을 못 데려가는 거 생각하니까 갑자기 속이 쓰리네. 하지만 그 결과가 모두들 예상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신인 드래프트가 정말 재밌는 거야. 확률이 아주 높은 건 아니지만 오히려 2차 지명에서 대박을 치는 선수들도 있거든.
예를 들면?
가장 가까운 예는 현재 타자의 이대호와 함께 프로야구 기록을 새로 쓰고 있는 한화 투수 류현진이지. 류현진이 입단했던 해는 2006 시즌, 아직 팀마다 1명씩 지역 연고 선수를 1차 지명으로 데려올 수 있었어. 그리고 당시 한화는 지역 유망주인 천안북일고 유원상을 데려왔지. 그런데 인천의 SK는 인천 동산고의 류현진 대신 인천고 이재원을 데려갔어. 그렇게 1차 지명이 끝난 후에는 아까 말한 것처럼 지난 시즌 하위팀부터 나머지 선수들을 지명했는데 당시 가장 먼저 지명권을 발휘할 수 있는 롯데에서는 류현진 대신 광주일고 나승현을 데려갔어. 그 다음 순서인 한화는 류현진을 선택했고. 그리고 그 2006 시즌은 류현진의 해였지. 18승을 기록하며 신인왕과 MVP를 거머쥐었으니까.
와, 완전 복불복인데?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사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투수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는 게 정설이야. 여태 얼마나 잘했느냐보다 앞으로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니까. 즉 SK와 롯데가 바보 같은 선택을 한 건 아니란 거지. 또 그렇다고 단순히 한화가 운이 좋았다고는 할 수 없어. 그만큼 한화가 류현진의 팔꿈치 상태를 잘 파악했다고 할 수 있는 거지. 물론 모든 신인이 류현진처럼 당장 엄청난 성적을 낼 수는 없겠지만 팀의 백년대계를 생각할 때 풍부한 가능성이 있는 신인을 매의 눈으로 발굴해서 팀을 리빌딩 하는 건, 기존의 스타플레이어를 거액을 주고 데려오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어. 그게 잘 안 되면 정말 미래가 안 보이게 되는 거니까.
하지만 어떤 팀이 그렇게 되길 바라겠어. 다들 잘하고 싶겠지.
하긴 새로 들여오는 선수마다 문제를 일으킨다면 정말 감독 혹은 단장의 능력이 제로인 거지.
우리 정말 스포츠 얘기하는 거 맞지?
어떻게 아닐 수 있겠어?
글. 위근우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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