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페트로브스키를 만나 무참히 깨졌지만 한때 의 캐리는 남자 나이 50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 마지노선으로 설정했었다. 그런데 여기 노년의 할아버지와 풋내 나는 아가씨가 목하열애중이다. 아유미(이세은)는 스물여덟이고, 그녀가 ‘케니’라 부르는 남자 켄야(송영창)는 여자에게 자신의 나이를 일흔이라 밝혔지만 실상은 일흔셋인 진짜 할아버지다. 아유미는 45살 차이나는 연인을 만나 지금껏 생각의 범주에 전혀 넣어둔 적 없는 ‘영정사진’이나 ‘혈압’ 등의 단어에 익숙해졌다. 매미가 우는 여름의 한복판, 고요하기만한 도쿄의 작은 이발소가 소동으로 들뜨기 시작하는 건 역시 그 비운의 커플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탄탄한 현실의 땅 위에 내려앉은 두 발
연극 에는 순진하기 그지없는 큰 딸과 선머슴 같은 작은 딸을 슬하에 두고 이발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부부가 등장한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그저 물 흐르듯 인생을 보내는 이들은 그래서 일상의 한 폭을 담아낸다. 그리고 적당한 수준의 무시와 참견으로 일관하는 네 식구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가족과의 접점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관객과 배우가 그 일상의 감정을 공유하면 그 위로 차곡차곡 거짓말이 쌓이면서 극은 흘러간다. 아유미의 남자친구가 45살 연상이라는 진실 하나를 감추기 위해 시작된 거짓말은 모양과 대상, 장르를 바꿔가며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나간다. 얼핏 연극 를 연상시키는 코미디의 스타일이지만, 미타니 코우키의 은 에 비해 훨씬 현실 밀착형이다. 이미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영화 와 같은 작품을 쓴 미타니 코우키는 거짓말과 오해로 구축된 세계관 안에서 비틀거리는 인간군상을 그려 희극을 만들어낸다.
여지없이 에서도 거짓말을 향한 캐릭터의 고군분투와 리액션에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리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한없이 진지하게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관객들의 즐거움은 더욱 커져만 간다. 그래서 가장 먼저 거짓말에 동참하는 작은 딸 김유영과 아빠 서현철은 7명의 캐릭터 중 가장 많은 웃음의 지분을 가져간다. 특히 지난 해 뮤지컬 으로 데뷔해 마냥 소녀같이 순수하고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던 김유영은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표정을 찾아내며 뚜렷한 이미지를 남긴다. 그리고 소동의 모든 주인공이 마당에 모여 대나무 소면을 먹는 순간, 사랑은 본질적으로 비상식적이고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정직하길 바란다는 지극히 모범적인 답안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럼 그렇지 라고 실망하려는 찰나 결코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엔딩이야말로 이 작품의 백미다. 현실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 이야기는 반전보다 더욱 놀랍다. 6번째 작품으로 선정된 은 7월 23일부터 오픈 런으로 대학로 이다 1관에서 계속된다.
사진제공. 연극열전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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