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두고 봐, 이번에 아주 큰 맘 먹고 내가 손주 놈 인간 만들어 놓을 테니까.’ 할아버지 차풍(변희봉)의 대사처럼, SBS 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500년 묵은 소녀 구미호(신민아)의 짝패로 인간이 덜 된 철없는 소년 차대웅(이승기)을 붙여 주었다. 이 조합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드라마의 결말은 두 소년 소녀가 어떻게 서로를 도와 ‘인간’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고로 이 두 주인공을 이해하는 순간 홍정은-홍미란 자매 작가가 설계한 세계로 들어갈 준비는 끝난다. 다섯 편의 전작들을 거치는 동안 홍자매가 꾸준히 그려 온 세계의 반복은 를 구미호 판 로 보이게 할 만큼 익숙하다. 순진하고 생명력 넘치는 구미호는 자기중심적인 철없는 대웅의 인생을 휘저어 놓을 준비가 되어 있고, 낯선 신세계로 내딛는 첫 걸음의 매혹은 화면을 뒤덮는 사이다의 탄산으로 표현된다. 유머에서 슬픈 멜로로의 코너워크가 좋은 홍자매는 이번 작품에서도 크고 작은 비극의 실마리를 숨겨 놓았다. 남자를 홀려 간을 빼먹느냐는 대웅의 비아냥에 슬픈 표정으로 정색하는 구미호와, 밥에서 콩을 일일이 골라내는 대웅의 모습은 각자의 상처와 강박을 암시한다. 두 주인공은 애써 묻어 둔 서로의 상처를 쿡쿡 찔러 상기시킴으로써 망각이 아닌 치유의 길을 걸을 것이다. 왜냐하면 홍자매의 세계에서 상처의 극복 없이 무임으로 성장하는 캐릭터는 없고, 구미호의 대사처럼 인간이 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설정들이 김을 빼기도 하지만, 다시 말하면 그만큼 시청자들과 서로 낯가림할 시간을 단축했다는 뜻도 될 터. 비현실적인 설정에 현실의 숨을 불어 넣는 데 능한 홍자매의 전작들도 처음부터 호평을 받은 일은 드물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직 속단할 일은 아니다. 홍자매는 과연 이 카논처럼 반복되는 세계관으로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을 홀릴 수 있을까.
글. 이승한(TV평론가)
‘두고 봐, 이번에 아주 큰 맘 먹고 내가 손주 놈 인간 만들어 놓을 테니까.’ 할아버지 차풍(변희봉)의 대사처럼, SBS 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500년 묵은 소녀 구미호(신민아)의 짝패로 인간이 덜 된 철없는 소년 차대웅(이승기)을 붙여 주었다. 이 조합으로 미루어 볼 때 이 드라마의 결말은 두 소년 소녀가 어떻게 서로를 도와 ‘인간’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고로 이 두 주인공을 이해하는 순간 홍정은-홍미란 자매 작가가 설계한 세계로 들어갈 준비는 끝난다. 다섯 편의 전작들을 거치는 동안 홍자매가 꾸준히 그려 온 세계의 반복은 를 구미호 판 로 보이게 할 만큼 익숙하다. 순진하고 생명력 넘치는 구미호는 자기중심적인 철없는 대웅의 인생을 휘저어 놓을 준비가 되어 있고, 낯선 신세계로 내딛는 첫 걸음의 매혹은 화면을 뒤덮는 사이다의 탄산으로 표현된다. 유머에서 슬픈 멜로로의 코너워크가 좋은 홍자매는 이번 작품에서도 크고 작은 비극의 실마리를 숨겨 놓았다. 남자를 홀려 간을 빼먹느냐는 대웅의 비아냥에 슬픈 표정으로 정색하는 구미호와, 밥에서 콩을 일일이 골라내는 대웅의 모습은 각자의 상처와 강박을 암시한다. 두 주인공은 애써 묻어 둔 서로의 상처를 쿡쿡 찔러 상기시킴으로써 망각이 아닌 치유의 길을 걸을 것이다. 왜냐하면 홍자매의 세계에서 상처의 극복 없이 무임으로 성장하는 캐릭터는 없고, 구미호의 대사처럼 인간이 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설정들이 김을 빼기도 하지만, 다시 말하면 그만큼 시청자들과 서로 낯가림할 시간을 단축했다는 뜻도 될 터. 비현실적인 설정에 현실의 숨을 불어 넣는 데 능한 홍자매의 전작들도 처음부터 호평을 받은 일은 드물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직 속단할 일은 아니다. 홍자매는 과연 이 카논처럼 반복되는 세계관으로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을 홀릴 수 있을까.
글. 이승한(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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