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기자는 왕이었다. 기자가 원할 때 인터뷰가 이루어졌고 스타들은 언론사를 돌며 인사를 다녔다. 지금, 기자가 스타를 섭외하려면 삼고초려도 모자란다. 그리고 스타를 만나지 못하면 스타의 트위터를 팔로잉한다. 언론과 대중을 대하는 스타들의 방식과 함께 그들에 대해 쓰는 연예 매체의 전략은 그렇게 달라졌다. 연예 뉴스의 중심이 인쇄 매체에서 인터넷 매체로, 스타의 미니홈피로, 트위터로 바뀌는 데는 불과 30년의 시간 밖에 필요하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고 기술은 발전한다. 트위터를 통해 스타와 대중이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소통 가능해진 지금, 가 그 30년의 변화에 대해 시대별로 정리했다.

트위터│인쇄 매체에서 트위터까지

트위터│인쇄 매체에서 트위터까지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면 연예인들은 몸조심을 해야 한다”는 속설이 떠돌던 시절이 있었다. 80년대 전두환 정권의 3S(Sports, Sex, Screen) 정책은 스포츠 및 연예 기사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고 82년 한국 프로야구가 공식 출범한 뒤 그 시장은 더욱 뚜렷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정치·사회 기사가 중심이던 일간지 시장에 (69년 창간), (85년 창간>, (90년 창간) 등이 차례로 뛰어들며 일간지 역시 연예 면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열애설은 모두 10월 이후 터진다”는 공식은 프로야구 비시즌, 1면에 실어 신문을 팔 수 있는 기사가 필요했던 이들 매체의 움직임으로부터 나왔다. 당시 크게 인기를 끈 ‘스타 동정’, ‘이니셜 토크’ 등의 코너는 연예계 뒷소문을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이자 다양한 루머의 근원이 되었지만 정작 루머에 휩싸이거나 피해를 입은 연예인이 기사에 대해 반박 혹은 정정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었다. 기자회견은 번거로웠고 81년 창설된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조정을 신청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대중을 향한 창구가 한정되고 일방향인 만큼 인쇄 매체, 특히 연예부 기자의 권력은 절대적이었다. 아무리 톱스타라 해도 홍보를 위해 신문사를 돌며 인사 다니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그 시절에 대해 기자들 사이에는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있다. 80년대 국민적 톱스타였던 한 인기 가수가 인터뷰에 30분가량 지각하자 화가 난 기자가 “OOO, 개새끼”로 기사를 시작해 버렸다는 것이다. 과장된 일화일 수도 있지만 당시 언론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영향력 있는 영화 기자 한 명을 위해 영화 배급사나 홍보사 측에서 극장을 빌려 단독 시사회를 열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2002년, 몇몇 스포츠 연예지 기자와 간부들이 금품을 받고 영화 홍보성 기사를 써 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사건은 이러한 풍토의 연장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인쇄 매체 시대 ‘낚시’의 예)
(1면 표제) “서태지 결혼” → 사서 읽어봄 → (3면 기사) 당분간 결혼 계획은 없다며 밝게 웃었다.
(1면 표제) “이승환 열애” → 사서 읽어봄 → (8면 기사) 항상 음악과 사랑에 빠져 있다며 ‘어린왕자’ 이승환이 수줍게 웃었다.
(1면 표제) “차인표-신애라 부부 위기?” → 사서 읽어봄 → (6면 기사) 두 사람은 “우리 결혼에 위기 같은 것은 없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트위터│인쇄 매체에서 트위터까지

트위터│인쇄 매체에서 트위터까지
지난 5월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온라인 뉴스 이용률이 77%로 1위를 차지(2008년 기준)했다. 90년대 후반 국민의 정부가 정보화를 국가 차원에서 초고속 인터넷과 PC를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언론사들 역시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웹상에서 기사를 서비스하기 시작한 결과다. 그리고 2000년 이후 네이버를 비롯한 다음, 엠파스 등의 포털 사이트들이 뉴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온라인 매체들의 무한경쟁 시대 또한 시작되었다. 2004년 7월 포털사이트 파란닷컴이 서비스를 개시하며 주요 스포츠지 4개에 대해 매월 파격적으로 높은 콘텐츠 공급 비용을 지급하는 대신 사실상 콘텐츠를 독점 제공받기로 했던 것은 스포츠·연예 뉴스 독자층의 수요에 대한 기대에서 나온 과열 양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오프라인 유통 구조 없이 포털 사이트와 공조하는 온라인 매체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매체의 증가와 함께 연예인들의 언론 관리 방식도 달라졌다. 모든 매체와의 1대 1 접촉이 불가능해진 대신 ‘힘 있는’ 매체 몇 군데만 선별해 인터뷰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어느 매체에 나가느냐보다 포털 메인에 기사가 배치되는 것이 더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전략에는 수정이 필요했다. 최대한 많은 매체에 기사를 게재하기 위해, 혹은 인터뷰 요청을 들어주지 않은 데 대한 보복으로 소위 ‘조지는’ 기사가 쏟아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기자회견이나 기자간담회가 가장 무난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연예기획사들은 프로필 사진과 보도자료를 작성해 기자들에게 메일링 하는 데서부터 홍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무수한 뉴스의 바다에서 비슷비슷한 콘텐츠를 가지고 ‘클릭’을 유발하기 위한 매체들의 과도한 경쟁은 점점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거나 주제와 큰 관련이 없거나 내용을 왜곡하는 수준의 제목붙이기로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의 이름을 빌어 ‘논란’을 유발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정당화하는 기사도 늘었다. 인터넷 매체 시대 ‘낚시’의 예)
(기사 제목) “윤여정, 23년 전 살인?” → 클릭해 봄 → (내용) MBC 일일 드라마 에서 조윤희(윤여정 분)가 23년 전 남편의 첫사랑이자 양아들 태영(이태곤)의 어머니가 타고 있던 휠체어를 밀어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이 밝혀졌다.
(기사 제목) “유재석, 너무 많이 해 먹었나” → 클릭해 봄 → (내용) 시청자 게시판의 아이디 ‘하와이친구’는 유재석을 향해 “도대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몇 개냐? 고마 해라. 마~이 무그따 아이가”라는 따끔한 비판을 남기기도 했다.
트위터│인쇄 매체에서 트위터까지

트위터│인쇄 매체에서 트위터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개의 세계 안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시대가 왔지만 연예인에게는 온라인 역시 사생활 침해의 공간이었다. 한 때 신화, 베이비복스 등 친분 있는 젊은 연예인들이 다수 가입해 친분을 다졌던 사이버 카페 ‘산채비빔밥’은 한 팬의 해킹으로 정보를 누출 당했고 2003년에는 유진, 서인영의 친목 모임 사진이 메일 해킹으로 유포된 것을 비롯해 한 연예인 커플 역시 여러 해 전 주고받은 이메일을 해킹당하며 열애설에 휩싸였다. 당사자는 감추고 싶어 하고 팬을 포함한 대중은 궁금해 하는 스타들의 사생활은 2001년 이후 미니홈피에서 만났다. 기존의 개인 홈페이지 제작보다 훨씬 간단한 방식으로 글과 사진을 함께 올릴 수 있는 개인형 커뮤니티 미니홈피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싸이월드 회원 수를 2400만 명(2009년 기준)까지 끌어올렸다. 인간관계를 ‘1촌 아닌 사람’과 ‘1촌’으로 분류할 수 있는 미니홈피의 특성은 스타들이 주고받은 ‘1촌 평’과 그들 사이의 친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고 ‘1일 방문자수’는 관심의 척도가 되었다. 그리고 스타들은 1촌과 사담을 나누는 동시에 ‘전체 공개’ 게시물을 통해 팬 서비스, 이미지 메이킹, 음반 및 작품 홍보 등 미니홈피의 다양한 효과를 누리기 시작했다. 파파라치 콘셉트의 스냅 사진이나 ‘눈물 셀카’가 여성 연예인 사이에서 유행했고 장근석은 풍부한 감성을 담아 일상 속에서의 단상을 미니홈피에 올렸다가 ‘허세 근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 과정에는 연예인들의 미니홈피 게시물을 그대로 받아 써 기사화 한 다수의 인터넷 연예 매체가 주된 역할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매체들이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사실처럼 보도하거나 팩트를 왜곡한 기사를 양산하는 데 대한 연예인들의 대처 역시 미니홈피를 통해 활성화되었다는 점이다. 소속사를 통한 보도자료 발송이나 기자회견보다도 미니홈피의 다이어리에 해명 및 반박 글을 쓰는 편이 훨씬 간단하고 신속하게 기사화되기 때문이다. 최근 Mnet 에서 남동생 미르와의 뽀뽀로 화제가 되었던 고은아는 ‘근친상간’ 등 지나친 표현의 비난이 이어지자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남매 사이를 이상하게 몰아가지 말라”는 반박 글을 남겼고, 며칠 뒤 한 술집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공인으로서 죄송하다”는 사죄의 뜻을 밝혔다. 결국 스타의 근황을 ‘중간상인’에 해당하는 연예 매체들이 ‘소비자’인 대중에게 전달하면서 미니홈피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인 입장 그 사이 어디쯤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미니홈피의 시대 ‘낚시’의 예)
(기사 제목) “유세윤, 우울한 심경 고백” → 클릭해 봄 → (내용) 유세윤은 지난 19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눈물 셀카 사진을 공개하며 “내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 울지 마. 넌 강한 아이잖아. 넌 웃는 게 이쁘단다”라는 글을 남겼다.
(기사 제목) “김갑수 비만 논란 해명” → 클릭해 봄 → (내용) 김갑수는 지난 21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라이딩 복장의 사진과 함께 “배나온거 아니에요, 오해하지마세요. 주머니에 뭐가 저렇게 많이 들었지?” 라는 글을 남겼고 네티즌들은 “멋져요~” “퍼가요♡” 등의 글로 화답했다.
트위터│인쇄 매체에서 트위터까지

트위터│인쇄 매체에서 트위터까지
최근 국내 트위터 계정 수는 100만을 넘어섰다. 올해 초 아이폰의 수입과 함께 폭발적으로 가입자가 증가한 결과다. 140~150자의 글자 수 제한이 있는 데다 사진보다 텍스트 위주의 구조 때문에 다소 단조롭게 보일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접속해 쌍방향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은 하루에도 수천 명씩 트위터의 마력에 빠뜨린다. 이외수, 김수현, 김C 등 유명인들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근황과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그것이 기사화되면서 호기심을 느껴 트위터를 시작한 이들도 적지 않다. 연기나 음악 외 본업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대중과 만나는 경우가 드문 오연수, 보아 등의 연예인들도 트위터에서는 팬들에게 답글을 달아 주거나 종종 근황을 전한다. 지난 3월 유튜브에 노래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팬들에게 안부를 전한 박재범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현 소속사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의 소식을 알린 유일한 통로 역시 트위터였다. 물론 연예인들의 미니홈피 게시물을 기사화하던 매체들은 트위터 글 역시 그대로 기사화한다. 연예인, 심지어 연예인 부인의 트위터 역시 수십 명의 연예 기자들이 팔로잉하며 지극히 사적이고 사소한 사진이나 글을 기사화한다. 일상보다 더욱 화제가 되는 것은 트위터를 통한 ‘주장’이나 ‘담론’이다. DJ DOC의 이하늘은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한 말이 ‘해명’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자 즉시 트위터에 “ㅅㅍ ㅂㅅㄱㅇ 기자야 멋대로 해명시키지 말아주세요ㅠㅠ”라는 글을 남겨 반박했다. 또, “그지같은 인기가요!!!누구를 위한 무대인가??강심장을 안하면 자기네 방송에 출연 안시켜주신다며 스케줄을 빼주셔서 고맙게도 널널한 주말 보내게 해주셨다”라는 직격탄을 날리며 논란의 중심에 뛰어들기도 했다. 기자가 대상을 지목해 새 게시물을 찾아 들어가야 하는 미니홈피와 달리 트위터는 스타가 글을 남기는 순간 수만~수십만의 팔로워들에게 퍼져 나가며 ‘산지직송’된다. 팔로워들이 그 글을 다시 리트윗하면 정보의 파급력은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다. 매체의 편집이 작용할 수 없는 만큼 자신의 의도를 가장 신속하고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위터는 지금 스타들에게 가장 ‘핫’한 소통의 수단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타의, 그리고 매체의 전략은 계속 달라져 왔다. 그러나 스타가 대중에게 직접 뉴스를 전하는 시대, 연예 매체들은 다음 단계의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트위터의 시대 ‘낚시’의 예)
(기사 제목) “박재범,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어” → 트위터에 들어가 봄 → (멘션 내용) h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
(기사 제목) “노홍철, 내 평소 모습은 원빈?” → 트위터에 들어가 봄 → (멘션 내용) 오! 영화 아저씨!아저씨!아저씨! 아주그냥 원빈형님 대사칠 때 어찌나 입이 근질근질 거리던지! 나 같으면 폭풍설명+내 상황 핑계만 삼만이천개 쏟아냈을텐데! 역시 남자는 말이 없어야 돼! 내 평소모습 보는듯한 아저씨ㅋㅋㅋㅋㅋ 잔인한거빼구 와우~~~^^

글. 최지은 five@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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